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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용 칼럼] 인구통계 맞선 '부동산 불패 신화'의 운명

전우용 역사학자

histopia@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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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위험 분산하란 경고는 압박 아닌 배려

남한 인구 해방 당시 1700만 → 2024년 5175만

서울 인구도 1959년 200만 → 1988년 1000만

인구 1인 당 주거 면적 폭증에 고층 아파트 붐

2024년 정점… 10년 후엔 매년 70만 명씩 감소

인구 줄면 주택 수요ㆍ가격 하락은 불문가지

만들어진 신화가 과학적 예측 이길 수 있을까?

 

정부가 최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조치 종료 방침을 연일 확인하는 가운데 8일 서울 잠실에 위치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유리 벽에 부동산 관련 세금과 아파트 매매 물건 등의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같은 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첫째 주(2월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1.9로 최근 2주 연속 하락해 작년 9월 첫째 주(101.9) 이후 21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매매수급지수는 수요와 공급 비중을 점수화한 수치로, 기준선인 100보다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6.2.8.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SNS를 통해 연일 집값, 특히 서울과 수도권 집값 안정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자, 재래식 언론들은 “부동산 불패 신화, 이번엔 깨질까” 등의 헤드라인을 단 기사로 정책의 정당성과 효과에 의구심을 표현하고 있다. 인터넷 부동산 카페들 내부의 여론은 여전히 ‘정권은 유한하나 부동산은 영원하다’는 담론이 지배하고 있다. ‘부동산 불패 신화’든 ‘단군신화’든, 모든 신화에는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만들어진 이유가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진실이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전국 인구 절반을 끌어안은 수도권의 부동산 불패 신화

해방 당시 1700만 명에 미달하던 남한 인구는 1959년 2400만, 1972년 3300만, 2012년 5000만 명을 돌파한 후, 2024년 5175.1만 명을 정점으로 작년부터 줄기 시작했다. 1959년부터 2009년까지 반세기 동안에만 무려 2배로 급증한 셈이다. 인구 폭발을 이끈 것은 출생아 수 급증이었다. 1959년부터 1971년까지 12년간 매년 100만 명 이상이 새로 태어났다. 출생아 수는 정부 주도의 ‘가족계획’에 대한 폭넓은 사회적 동의에 힘입어 1972년부터 서서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1982년까지 완만하게 줄어들던 출생아 수는 2000년대에 들어 급감세로 전환해 2020년 30만 명선 아래로 떨어졌다.

 

국가데이터처 홈페이지 인구상황판

서울과 수도권 인구의 추이는 더 극적이었다. 한국전쟁 휴전 당시 100만 명 정도였던 서울 인구는 1959년 200만, 1963년 300만, 1968년 400만을 돌파하는 등 매년 30만 명 내외씩 급증하여 1988년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이후 노태우 정부의 200만 호 주택 공급 등에 따라 서울 인구는 약간 감소한 상태에서 정체했으나 대신 ‘수도권’ 인구가 급증했다. 이미 1980년대 초부터 ‘과잉성장도시’로 불렸던 서울은 수도권과 합쳐 전국 인구의 반 정도를 포용한다.

인구 급증은 당연히 주택 수요 폭증을 이끌었다. 게다가 국민의 평균적 생활수준이 높아짐으로써 1인당 주거 면적을 늘리려는 욕망도 분출했다. 1965년 당시 서울시민 1인당 건평은 1.2평 미만, 실거주 면적은 1평 미만이었다. 교도소 독방보다도 좁은 면적이다. 나만 해도 어렸을 적 2평 남짓의 작은 단칸방에서 네 식구가 살았다. 그러나 현재 서울시민 1인당 평균 주거 면적은 8평에 달한다. 서울만을 두고 보면, 지난 60년 간 인구는 3배, 1인당 주거면적은 9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이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고층의 공동주택을 많이 짓는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 서울의 아파트 거주 인구 비율은 전 세계 최고이다. ‘부동산 불패 신화’는 바로 인구 급증과 1인당 거주면적 증가 때문에 만들어졌다.

인구 감소와 함께 다가온 부동산 왕국의 대재앙

그런데 미래에도 이 신화에 대한 믿음이 깨지지 않고 지속할 수 있을까? 출산율 변화 그래프를 보면, 미래의 인구 추이를 분명히 알 수 있다. 10여 년 후부터 한국 인구는 매년 70만 명 이상 감소할 것이다. 이는 매년 20만 호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낳는다. 공급이 늘어나는만큼 수요도 늘어난다면 가격 수준은 대체로 유지되겠지만, 결코 그럴 수 없다. 지인의 친척 중에 중학생인 아이가 있는데, 그 또래 아이들이 친구들과 ‘자기가 물려받을 집의 수’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한다. 이혼 부부의 자녀인 그 아이는 아버지 집, 어머니 집, 조부모 집, 외조부모 집, 미혼인 이모 집, 기혼이지만 자녀가 없는 삼촌의 집 등 6채가 모두 자기 소유가 되리라는 걸 안다.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 본 서울 시내 전경

물론 이 집들은 상속 과정에서 현금으로 자산의 형태가 바뀌겠지만, 어쨌거나 수요자를 찾아야 하는 공급 물량이다. 20~30년 후, 이 집들을 현재 수준의 가격으로 팔 수는 없을 터이다. 8층짜리 아파트를 30층짜리로 재건축하고 15층짜리를 40층짜리로 재건축하여, 주택 소유자가 한 푼도 들이지 않고 더 넓은 새 집을 갖는 지금까지의 재건축 방식도 당연히 불가능할 것이다. 소멸되어 가는 지방 도시들에서는 부동산 가격 하락이 진행 중이다. 지방 소멸을 막으려면 서울과 수도권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수밖에 없다.

‘부동산 불패 신화’를 추동해 온 동력은 이미 꺼졌다. 아직까지 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건 ‘관성의 힘’ 때문이다. 새로운 동력을 얻지 못하는 한 관성의 힘은 곧 소멸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인들이 ‘부동산 불패 신화’를 ‘진실’이라고 믿었던 이유는 동력이 계속 공급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한국의 도시민, 특히 서울시민의 대다수가 재산의 대부분을 집에 묶어 놓는 현상이 일반화했다. 명의상으로만 개인 소유일 뿐 실제로는 은행 소유인 집도 무수히 많다. 이런 상태에서 주택 가격 하락이 본격화하는 것은 그야말로 사회적 대재앙이다.

 

3일 서울 서초구 한 부동산 중걔업소에 급매물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가 예고되면서 서울 강남 지역 아파트 매물이 늘어났다는 기사를 링크했다. 2026. 2. 3 연합뉴스

파국 경고하는 선지자, 그를 공격하는 재래식 언론

코페르니쿠스가 ‘천지창조 신화의 오류’를 입증한 뒤에도 지동설이 ‘진실’의 자리를 차지하기까지에는 30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대다수 사람이 믿는 신화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도, 신화에 대한 ‘종교적 믿음’을 버리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신화에 대한 믿음이 한순간에 깨지는 것은 ‘파국’이다. 기후위기, 인구절벽, AI혁명 등으로 세계가 ‘대전환의 시대’에 돌입했다는 이야기가 나온지 꽤 되었다. 특히 인구감소 추세는 대한민국이 세계 제일이어서 다른 나라의 경험을 참고할 수도 없다. 인구절벽으로 인한 주택 수요 급감 시대가 코앞에 닥쳤는데도, 일부 재래식 언론은 ‘대통령이 죄없는 다주택 소유자들을 압박한다’는 식으로 보도한다. 전 재산을 부동산에 묶어둔 사람들에게 파국이 오기 전에 분산시키라고 하는 경고는, 압박이 아니라 배려다.

오랜 옛날부터 경고와 예언은 ‘파국’을 막기 위한 선지자의 책무였다. ‘선우후락(先憂後樂)’이라는 말이 있다. ‘지도자는 천하의 근심거리를 남보다 먼저 걱정하고 천하 사람들이 다 즐긴 뒤에야 즐거워한다’는 뜻이다. ‘부동산 불패신화’도 ‘진실’이 아니라 ‘신화’일 뿐이며, 신화는 결코 ‘과학적 예측’을 이길 수 없다는 ‘진실’을 모두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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