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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도움 안되는 '거리 소독', 공포감만 부추길 뿐

[안종주의 안전사회] 정부, 가장 나쁜 마스크 착용법 당장 중단시켜라
2020.03.02 09:05:11
 

 

 

 

마스크 안 쓴 질본 본부장 VS. 턱 밑에 걸친 중앙의료원장, 누가 맞나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1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코로나19 환자 치료 상황 등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인 오명돈 위원장과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 등이 참석해 지역사회 전파 단계에서의 환자 치료를 위한 대응체계 전환 등을 설명했다. 오 교수 등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가 발언 순서가 되자 마스크를 턱 아래로 내리고 설명했다. 기자들과 멀리 떨어져 있어 상호간 감염 위험이 없기 때문에 애초부터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는데도 말이다.
 
한편 충북 오송에 있는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과 권준욱 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이 매일 언론 정례 브리핑을 줄곧 열어오면서 단 한 차례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발언하고 있다. 배석하는 공무원들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기자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브리핑 공간에서 감염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달 20일과 24일 발표한 ‘심각단계에서의 코로나바이러스-19 국민행동수칙’을 보면 마스크 착용과 관련해서는 ‘일반국민 행동수칙’으로 △노인·임산부·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외출 시 마스크 착용하고 ‘발열,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을 시 행동수칙’으로 △ 마스크 착용하기 △의료기관 방문 시 반드시 마스크 착용 및 자차 이용을 권고하고 있다. 그 어디에도 건강한 사람에게 늘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고하지는 않고 있다. 
 
질본은 또 △기침, 재채기, 가래, 콧물, 목 아픔 등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건강한 사람이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의심자를 돌보는 경우 △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경우 △많은 사람을 접촉하여야 하는, 감염과 전파 위험이 높은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 즉 대중교통 운전기사, 판매원, 역무원, 우체국 집배원, 택배기사, 대형건물 관리원 및 고객을 직접 응대하여야 하는 직업종사자 등은 KF80 이상 보건용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 
 
질본, 야외와 개별공간에서는 마스크 착용 불필요 
 
하지만 질본은 혼잡하지 않은 야외, 개별 공간에서는 일반국민이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홈페이지에는 이런 내용이 있지만 이를 줄기차게 강조하는 대국민소통을 하지 않고 있어 대다수 시민은 길거리나 한적한 장소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코로나19의 지역 확산을 막기 위해 쉴 틈조차 없는 권영진 대구시장은 거의 매일 언론 앞에 나서고 있다. 권 시장도 종종 마스크를 턱 밑으로 내리고 기자회견을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마스크를 쓰거나 쓰지 않은 채 회의를 진행하거나 현장을 돌아볼 때도 있지만 지난달 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대화할 때는 마스크를 잠시 입 아래로 내리고 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부 청와대 참모의 마스크 착용 모습도 코 아래로 내리고 있거나 턱 아래로 내리는 등 어정쩡하다.  
 
이뿐만 아니라 방송기자들은 코로나19 관련 보도를 하면서 확 트인 야외 공간이든, 널찍한 실내 공간이든 가리지 않고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마스크를 턱 아래로 내리고 있다. 실내에서 방송 진행을 하는 앵커 등은 마스크를 하지 않고 있다. 사람이 지나 다니지도 않는 야외공간에서 방송보도를 하면서 마스크를 쓰는 것은 난센스다. 턱 아래로 내리는 것은 금물이다. 안 쓰면 될 것을 왜 내리고 하는가. 감염병 예방에 도움이 되는가. 감염병 확산을 막아주는가.
 
40여일 지나도 고쳐지지 않는 기자 등의 엉터리 마스크 착용법
 
코로나19가 국내에 상륙한 뒤 한 달 여가 지났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의사 등 전문가, 정치인, 언론인, 일반 시민 등 할 것 없이 마스크를 턱에 걸치거나 턱 아래로 내리고 말하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이런 마스크 착용 방식이 코로나19 예방 또는 전파 차단 원칙에 알맞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민국 최고의 감염병 전문가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다가 말할 때는 입 아래로 내리고 다시 올려 쓰고 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은 가장 나쁜 마스크 착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 과정에서 마스크 안면 부위에 손을 대는 등 감염 위험을 높이는 행동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잘못된 습관 또는 행태가 첫 환자가 보고된 뒤 40여 일이 지나도록 계속되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제다. 
 
하지만 정부 방역 당국에서는 이런 잘못에 대해 시정조치토록 강력 요청하거나 국민과 소통을 하지 않고 있다. 정확한 마스크 착용법을 강조해서 알리지 않고 있다. 외려 일부 의사가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이를 알리고 있다. 미국에서 신장내과 전문 의사로 일하는 조동혁은 지난 2월24일 제작·방영한 유튜브 ‘마스크 필요한가? 잘못 쓰면 마스크 때문에 오히려 코로나-19 에 감염될 수도’ 편에서 나쁜 방법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한국의 실태를 비판했다. 
 

▲ 대구에서 육군 소속 군 제독 차량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작전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군부대·지자체 거리 방역은 보여주기 식 전시행정의 전형
 
정부는 또 방역에 아무 도움이 안 되는 도로와 거리 소독을 계속 벌이는 등 엉터리 방역을 벌이고 있어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거리와 건물 외벽, 확진자가 다녀가지 않은 곳까지 대대적인 소독을 하는 것은 대표적인 보여주기 식 전시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군부대와 지자체 등 정부기관과 민간 할 것 없이 앞 다퉈 코로나19 감염 예방이나 확산 저지와는 무관한 야외 소독을 계속 벌이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전문가들은 당장 이런 방역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 대신 확진자가 다녀간 공간에 있는 문손잡이 등 확진자가 만졌을 가능성이 있는 곳을 일일이 소독제로 꼼꼼하게 닦아주거나 머물렀던 곳 등을 소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달 27일 오전 육군 제50보병사단은 대구 대명로 일대 도로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화생방 제독차량 1대를 동원해 제독 작전을 실시하고 방진복을 착용한 40여명의 장병들을 동성로 일대에 투입해 주변 건물 방역과 소독 작전을 펼쳤다. 지난달 11일에는 군 제독차량이 광주 광산구 도심 도로를 소독했다. 이와 관련한 사진이나 영상을 본 사람, 그리고 현장에서 이를 지켜본 시민들은 군 제독차량까지 나와 거리까지 소독해야 할 정도로 코로나19가 정말 무섭구나하는 공포를 가졌을 것이다. 
 
강동구청은 관내에 위치한 명성교회의 부목사가 지난달 2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구청 직원들이 다음 날 오전 부랴부랴 이 목사의 동선과도 관계가 없는 강동구 명일시장에 나가 도로 방역 소독을 벌였다. 어처구니없는 전시행정이다. 그런데도 언론은 열심히 사진을 실어준다.  
 
이런 쓸데없는 방역은 인력과 예산만 낭비하는 것이다. 최근 대구·경북 지역의 급속한 유행과 전국적 확산으로 인력과 물자를 아껴 쓰고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할 때인데도 이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거리를 지나가는 것만으로, 확진자가 다녀간 건물을 나중에 방문한 것만으로 감염된 사례는 지금까지 수많은 환자가 나왔지만 아직 없다.
 
거의 대부분의 언론은 이런 전시성 방역 행정에 대해 무비판적으로 확대보도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언론 본연의 사명인 사회적 감시견 노릇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보여주기 식 엉터리 방역 소독이 혹 그럴듯한 사진이나 영상을 원하는 언론에 의해 이루어진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는 과잉대응이 아니라 공포만 부추길 뿐 아무런 실익이 없는 엉터리 대응이다.  
 
(도움말=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 기모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교수(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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