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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만 6000개 군사강국의 코로나 위기, '뭣이 중한디'

[정욱식 칼럼] 5조 원 이상 감액이 충분히 가능한 이유

 

나는 앞선 글에서 문재인 정부가 올해를 포함해 3년간 국방비를 정부 계획 대비 25조 원 가량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절약한 예산을 코로나19 사태로 도탄에 빠진 민생을 구하고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인류 사회 공헌에 사용하면서 국제사회의 동참을 호소하면 한국의 국제적 위상도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관련 기사 : 文대통령이 전세계에 '경제위기 대비 군비 10% 절감' 제안한다면?)

 

 

 

여러 차례 지적한 것처럼, 한국은 지난 30년간 700조 원에 가까운 국방비를 투입해 2020년에는 세계 6위의 군사강국으로 올라선 상황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미사일 전력의 급성장이다. 기실 미사일 시험발사는 북측보다 남측이 더 많이 해왔다. 이러한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다. 하나는 정부가 이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정보 자산이 극히 취약한 북한이 모르기 때문이다. 

 

'북한은 툭하면 쏘는 데 우리는 뭐하나'라는 착시 현상은 이러한 이유 때문에 나타난다. 한미연합전력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고성능 망원경'을 갖고 있는 반면에, 북한은 '안대'를 끼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한국의 미사일 보유량도 급증해왔다. 지대지 등 각종 미사일의 합계가 6000개를 훨씬 상회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해 북한을 압도하는 공군력과 해군력까지 감안하면 대북 억제력은 이미 확고히 달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첨단 무기 증강에 따라 주변국 위협에도 적절한 수준에서 억제 가능함은 물론이다. 이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온 국방비를 줄여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민생을 구제하는 데에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러한 현실에 기반한다.

 

 

 

정부 역시 2차 추가 경정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국방비를 일부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그 규모가 9047억 원으로 급증하는 민생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국방예산은 50조 원이 넘는다. 나는 이 가운데 5조 원 가량은 족히 줄일 수 있다고 본다. 

 

 

 

국방비 동결이나 축소를 주장하면 많이 듣는 말이 있다. "우리 병사들 월급 올려주느라 국방비가 늘어난 것 아닌가요?" 그렇지 않다. 전체 국방비에서 사병 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국방비의 4.1%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낮다. 이는 당초 계획대로 사병 급여를 인상해도, 아니 더 올려도 국방비 절약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천문학적인 국방비 증액의 핵심 요인은 무엇일까? 무기 도입을 의미하는 방위력 개선비의 폭등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3년 간 방위력 개선비의 평균 증가율은 11%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간 평균 증가율 5.3%의 2배가 넘는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핵·WMD(대량살상무기) 대응 체계'로 이름을 바꾼 '한국형 3축 체계' 관련 예산이 급등해왔다. 2016년 3조 1814억 원 및 2017년 3조 8119억 원이었던 것이, 2018년 4조 3628억 원, 2019년 5조 691억 원, 2020년 6조 2149억 원으로 폭등한 것이다. 이렇게 엄청난 돈을 들여 무기를 사오면 이들 무기를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전력유지비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5조 원 규모의 감액은 그래서 충분히 가능하다. 가령 올해 16조 6900억 원으로 책정된 방위력 개선비에서 4조 원 정도, 13조 8000억 원 규모의 전력유지비에서 1조 원 정도 줄이면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도 군사력 건설 및 유지와 직결되는 예산을 25조 5000억 원 가량 유지할 수 있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이 정도도 상당한 수준의 군비증강이다. 의지만 있으면 5조 원보다 훨씬 많이 줄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의 공언처럼 방산 비리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해도 국방비의 낭비적 요소는 너무나도 많다. 가령 박근혜 정부 때 공식화된 '3축 체계'의 비효율성은 현재 정부 및 여당의 인사들 가운데 일부도 지적한 바였다. 그런데 정부 여당은 이름만 바꿔놓고 오히려 관련 예산은 엄청나게 올렸다. 

 

 

 

이 와중에 생기는 문제가 바로 '중복투자'이다. 지대지 미사일이 늘어나면 공대지나 함대지의 미사일은 크게 늘릴 필요가 없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각종 미사일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또한 미사일 전력증강은 공군력의 역할을 일부 대체하는 효과도 가져야 한다. 그런데 같이 늘린다. 유사시 북한의 기갑 전력을 초기에 제압할 수 있는 다양한 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갑 전력 관련 예산도 폭등해왔다. 이미 갖고 있는 무기와 장비를 잘 쓰겠다는 생각보다 '첨단 무기 증독증'에 걸린 군 수뇌부의 인식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사상 최초로 세계 6위의 군사강국으로 올라선 반면에 IMF 환란보다 심각한 민생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래서 묻는다.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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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41712143755919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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