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에 발을 내딛기 무섭게 낯선 침입자를 의식한 듯 쩌렁쩌렁한 물떼새들의 항의가 이어진다. "삑삑삑삑~" 연속해서 짖어대는 소리는 나에겐 나가라는 말로 들렸다. 멸종위기종 야생동식물 11급인 흰목물떼새가 낳아 놓은 알 3개를 확인하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강변을 따라 한참을 더 올라갔다. 2018년 수문이 개방되고 빠른 유속 탓에 모래와 자갈이 쌓인 곳에도 루어 대를 휘두르는 낚시꾼이 보였다. 그는 손톱 한마디 크기의 작은 물고기처럼 생긴 인조 미끼를 매단 낚싯줄을 연신 강물에 던지고 감기를 반복하고 있다. 물고기가 걸렸는지 낚싯대가 활처럼 휘어지고 올라온 것은 30cm쯤 되어 보이는 쏘가리였다.
수문이 열리고 쏘가리 하루에 10여 마리
▲ 세종시에서 왔다는 낚시꾼이 끄리를 잡아냈다. 이 지역에서는 이 물고기를 ‘칠어’라고 부르기도 한다. | |
ⓒ 김종술 |
'잘 잡히세요?'란 물음에 낚시꾼은 나를 위아래로 한바탕 훑어보더니 "네"라고 짧고 간결하게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말을 이어갔다.
"쏘가리는 물이 움직이는 깨끗한 곳에서 살아요. 4대강 하기 전까지 예전에는 금강 전역이 쏘가리 포인트로 참 많이도 잡혔어요. 그런데 4대강 하면서 한 마리도 구경을 못 하다가 지난해부터 나오기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수문이 열리고 바닥에 모래와 자갈이 쌓인 덕분인 것 같아요. 요즘은 5~6마리에서 많게는 10여 마리까지 잡힙니다."
낚시꾼이 잡아서 물속에 매어둔 줄에는 쏘가리 3마리가 보였다. 무표정하게 낚싯대를 던지는 그의 낚싯대가 아까보다 더 크게 휘어졌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낚싯대를 감아 돌리자 은백색에 머릿밑에서 배까지 주황색을 띤 끄리 종류인 칠어가 올라왔다.
낚시꾼들은 다 안다
▲ 공주에서 온 낚시꾼이 잡은 30cm 크기의 쏘가리다. 금강의 수문이 열리고 하루에 많게는 10여 마리까지 잡는다고 한다. | |
ⓒ 김종술 |
"요즘은 낚시할 맛이 나요. 저 (상류 쪽) 위쪽에서는 모래무지가 엄청나게 나와요. 물론 쏘가리도 나오지만, 여기보다는 좀 작은 것들이 나오고요. 4대강하고 똥물에 붕어, 잉어만 나왔는데, 수문 열린 지 얼마 안 돼서 이렇게 빨리 강이 회복된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그런데 여기 장소는 알리시면 안 돼요."
두 명의 낚시꾼은 혹시나 자신들만의 비밀 포인트가 소문이라도 날까 봐 조바심을 냈다. 모래와 자갈이 훤히 보이는 강물이 출렁거리며 흘러간다. 잠깐 사이에 잡은 쏘가리가 5마리나 된다.
모래와 자갈이 깔리고 물이 움직이는 곳에는 여울성 물고기가, 그리고 탁하고 고인 물에서는 붕어, 잉어가 산다. 낚시꾼은 그런 강바닥 지형까지 다 알고 있었다. 백제보의 수문은 굳게 닫혀 있다. 수문만 열려도 이렇게 강이 되살아난다는 것은 낚시꾼들도 다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정부는 수문을 굳게 닫아 놓고 유지관리를 한다는 이유로 막대한 세금을 투입하는지 어처구니가 없다.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햇살을 바라보며 돌아서는 나에게 한 낚시꾼이 소리친다.
"사람들한테 물어봐요. 붕어·잉어를 먹고 싶은지, 쏘가리를 먹고 싶은지요. 왜 쏘가리가 더 비싼지 다들 알 거예요. 강을 강대로 보지 않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지역 사람들까지 싸잡아 욕먹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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