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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도 당부했지만…제주4.3특별법 20대 국회서 사실상 ‘무산’

기재부는 보상 규모에 부정적, 통합당은 정부 간 이견 이유로 뒷짐

남소연 기자 nsy@vop.co.kr
발행 2020-05-12 19:47:09
수정 2020-05-12 19:4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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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익 국회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등을 안건으로 열린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채익 국회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등을 안건으로 열린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뉴시스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4.3 특별법 개정안)'이 사실상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초부터 조속한 처리를 당부한 데다가 여야 모두 총선 과정에서 법안 처리를 약속했지만, 정작 국회 논의 과정에서는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2일 법안심사소위회의를 열고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4.3 특별법 개정안 5건을 병합 심사했다. 이들 법안에는 ▲피해자 보상금 지급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군사재판 무효화 ▲제주 4.3항쟁에 대한 왜곡 및 허위사실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 2000년 1월 4.3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진상규명을 비롯한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한 첫발을 뗐으나 여전히 법에 의한 배·보상은 이뤄지지 않는 등 미진한 부분이 많아 잇달아 개정안이 제출된 것이다.

하지만 이날 소위에서도 정부 부처 간 이견과 미래통합당의 소극적인 태도로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했다. 특히 핵심 쟁점이었던 피해자 보상금 부분을 두고는 기획재정부에서 난색을 표하면서 합의가 불발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4.3 특별법 개정안을 심사했던 두 차례 소위 회의에서도 행정안전부와 기재부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법안 심사 자체가 표류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행안부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비용으로는 1조 8천억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기재부에서는 막대한 재원이 들어간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진다. 통합당은 정부 부처 간 이견이 조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안 처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소위 회의를 찾은 송승문 제주4.3유족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기재부와 행안부의 준비 과정이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재부에서 재정적 어려움이 있다면 얼마든지 논의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연금식도 있고 분할식도 있을 것이다. 이후에 소통하면 좋은 의견들이 나올 줄 알았는데 그런 부분들이 아직 협의가 안 된 걸로 느껴진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송 회장은 "통합당도 아무런 답이 없다"며 "어제, 오늘 이채익 법안심사소위원장을 만나 (법안 처리를) 부탁했기 때문에 소위에서는 통과할 수 있을까 했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송 회장에 따르면, 여당 의원들은 일단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시킨 후 전체회의에서 다시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채익 소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제주의 아픔은 우리 모두의 아픔이고 동시대를 살아갈 사람들이 꼭 풀어가야 할 과제다. 어느 정당, 어느 정파가 제주 4.3 문제에 대해 반대하거나 다른 이견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여야가 혼신의 노력을 다했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와 여러 가지 정부의 입장 또 재정 문제 등 다양한 난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소위원장은 '정부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것이냐'는 질문에 "이런 이야기를 제가 하면 또 다른 갈등을 부추길 것 같아서 조심스럽지만 종합적으로 정부 내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이 소위원장은 "꼭 재정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4.3에 대한 왜곡 날조 등의 금지 이 법안은 기존의 법체계를 뛰어넘지 않았느냐 하는 정부의 신중 검토 의견이 있었다. 그리고 진상규명 및 활동 기간 문제도 정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고 설명했다.

이 소위원장은 "단지 재정 문제만 걸림돌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전체적으로 시간과 의견 접근이 상당 부분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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