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형제, 자매들이 계엄군의 총칼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광주를 사수할 것입니다. 시민 여러분, 우릴 잊지 말아주십시오.”
1980년 5·18 광주항쟁 과정에서 가두방송을 하던, 당시 22세의 여성, 지금은 62세가 된 박영순 씨의 애절한 목소리다.
80년 5월의 햇살이 비추던 이 산하는 숨죽인 흐느낌과 꺼져가는 한숨소리로 넘쳐나는 암흑의 대지로, 학살 잔치를 벌인 자들의 축배 소리로 지옥 같은 도가니가 되었다.
한국사회는 박근혜의 아버지, 박정희의 기나긴 군부독재에 이어 전두환 군부집단의 쿠데타와 광주 민중에 대한 학살로 정권을 찬탈한 악마들이 지배하는 어둠의 나라가 되었다. 그것으로 영영 민주주의는 암흑에 잠기는 듯 보였다.
그러나 우리를 잊지 말아 달라던 절절한 외침에, 기억을 무기 삼아 이 땅의 민중들은 다시 일어서기 시작했다. 어둠을 뚫고 빛고을의 빛처럼 ‘광주학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국민적 기억과 투쟁은 10년, 20년, 30년을 거쳐 이제 40주년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학살의 주범과 그들로부터 부와 권력을 나누어 받은 이 땅의 적폐세력들은 희생자들을 ‘폭도’, ‘북한군의 사주’ 운운하며 제2, 제3의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 발포명령자, 행방불명자 등에 대한 진실은 가려진 채, 희생자들과 유족들을 욕 보이고 있는 것이다.
5·18 진상규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사는 총 여섯 번이나 진행되었다. 그러나 지금도 광주 법정에 출정하는 전두환은 거짓말을 하고 수구세력은 왜곡을 일삼고 있다. 여러 차례 조사가 이뤄졌어도 이자들의 거짓과 악행 속에서 광주항쟁과 학살의 진실은 주저앉고, 진실은 문 앞에서 멈춰서 있다. 40주기를 맞는 2020년의 5.18에 다시 기억하고, 규명하고, 처벌하기 위한 양심의 목소리와 행동이 필요한 이유다.
40주기를 앞두고 지난해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5·18조사위)가 출범했다. 제발 이번만은 저들의 거짓과 학살의 자국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역사 앞에 전두환 일당을 반드시 단죄하도록 하자. 5.18광주항쟁을 잊지 않는 것이 힘이다. 희생자들, 유족들과 함께 ‘광주학살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투쟁’을 이어가자.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바로 ‘미국’이다. 2018년 9월 트럼프 미 대통령은 “그들(한국)은 우리(미국)의 승인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배자나 다름없는 오만한 발언을 했다.
40년 전 1980년 5월은 이런 말보다 더한 미국의 군사적 지배와 정치적 간섭이 이루어지고 있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한미연합군의 군사작전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승인이 없이는 군대의 이동부터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러하기에 그동안 노동자, 민중들은 전두환 일당의 총에 승인도장은 찍어준 자들이 미국이라고 외쳐왔고 미국의 사과를 요구해 왔다. 그리고 지난 세월의 역사를 담은 각종 기밀문서의 봉인이 풀릴수록, 이것이 사실이었음이 확인되고 있다.
“자주 없이 민주는 없다.”
지금은 어떨까? 얼마나 달라지고, 나아졌을까? 40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의 상황이 반복되고 있음을 앞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소위 ‘한미워킹그룹’을 통해 사사건건 간섭하는 미국 정부의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 그리고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진 한반도 평화체제 이행의 과정은 트럼프의 욕심으로 사실상 중단되어 있다. 대북 적대정책에 기반한 각종 대북제재 조치와 군사훈련으로 남과 북의 자주적 교류는 더 전진하지 못하고 답보상태다.
자전거와 같다. 멈추면 쓰러진다. 결국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대의 만이 지금의 현실을 돌파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희생된 가족을 가슴에 묻고 40년을 살아온 오월의 어머니들과 유족들이 이제 단 하루라도 편히 지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들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역사 속에서 증명해내자. 광주항쟁 40주기에 다시 기억하자. 광주항쟁의 진실로 한 걸음 나아가자. 오월정신을 이어 자주와 평화통일의 길을 내자.
▲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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