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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를 신뢰할 수 있어야 건강한 사회

[창간20주년 특별기획] 미디어를 신뢰할 수 있어야 건강한 사회

릴레이 기고 ‘코로나 너머’ ㉝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공동대표·성공회대 교수
발행 2020-06-28 16:06:51
수정 2020-06-28 16: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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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2000년 5월 15일 첫걸음을 뗀 민중의소리가 창간 20주년을 맞았습니다. 독자와 후원인들의 성원과 격려로 민중의소리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민주주의를 확장하며 자주평화의 기운을 북돋우기 위한 진보언론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창간 20주년 특별기획으로 각계 원로, 전문가, 신진 인사들이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와 한국사회를 조망하는 릴레이 기고를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코비드19 재난 사태로 한국 사회는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한국은 K 방역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잘 대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질병관리본부와 정은경 본부장을 칭찬하는 소리가 드높다. 그 점에 동의하지만 코비드19 상황을 극복하는데 불편함을 참으며 수칙을 지키려 노력한 시민의 공을 간과할 수 없다. 시민들이 재난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극복에 힘을 모을 수 있는 것은 정확한 정보의 덕이다. 역으로 한 교회가 코비드19에 좋다는 잘못된 정보에 따라 신도의 손과 입에 소금물을 뿌려 지역 감염의 계기가 된 사건도 있지 않은가. 이 지점에서 우리는 언론의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지난 3월 경기도 성남 ‘은혜의 강’ 교회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소독한다는 이유로 소금물을 담은 분무기를 신도들의 입에 대고 일일이 뿌리는 모습이 CC(폐쇄회로)TV 영상으로 확인됐다.
지난 3월 경기도 성남 ‘은혜의 강’ 교회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소독한다는 이유로 소금물을 담은 분무기를 신도들의 입에 대고 일일이 뿌리는 모습이 CC(폐쇄회로)TV 영상으로 확인됐다.ⓒ경기도

언론의 재난 보도는 매우 중요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코비드19 관련하여 시민들은 공공성이 강한 미디어를 더 접촉했다고 한다. 사실 이 현상은 코비드와 관련된 한정된 현상일 수도 있다. 지금 미디어 소비는 전통적인 미디어로부터 새로운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있다. 신문과 지상파는 위기 상태다. 상대적으로 유료방송 사정이 낫다고 하지만 SNS, 유튜브, 넷플릭스 등이 산업을 재편하는 중이다. 그런데 재난과 관련한 정보는 전통적인 미디어를 통해서 얻었다는 것이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경각심이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들의 다른 삶은 중요하지 않은가? 사실 우리들의 모든 판단은 정확한 정보에 의지해야 마땅하다. 우리는 민주주의 주권자의 판단이 정확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사회적 재앙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이미 경험했다. 새로운 소통 미디어들의 유용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시점에서 새로운 플랫폼들이 전통적 매체에 기대했던 정확하고 심층적인 정보를 제공한다고 볼 수 없다. 일부 콘텐츠 생산자들이 오히려 새로운 플랫폼을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만들고 확증편향을 강화시킨다는 세간의 비판은 설득력이 있다. 기존 미디어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새로운 미디어들에서 공공성을 어떻게 구축할 지는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개혁 과제다.

지난 1월 29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정문 앞에서 아산 주민들이 경찰인재개발원에 우한 교민 격리 수용 반대하는 현수막을 붙여놓고 있다. 당시 언론의 자극적 보도가 주민들의 불안을 자극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 1월 29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정문 앞에서 아산 주민들이 경찰인재개발원에 우한 교민 격리 수용 반대하는 현수막을 붙여놓고 있다. 당시 언론의 자극적 보도가 주민들의 불안을 자극했다는 지적이 많았다.ⓒ뉴스1

재난 상황에 시민들은
공공성 강한 언론을 더 많이 찾았다
그러나 미디어의 공공성 강화, 상황이 좋아 보이지 않아
규제 완화가 공공성 약화를 부를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하지만 지금 우리 상황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기존 언론과 관련한 정책은 사실 공백 상태다. 좋게 이해하면 언론 정책은 매우 예민한 사항이라서 자칫 벌집을 건드릴 수 있다는 조심스러움이 작용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이에 미디어의 공공 영역은 약화 일로다. 반면 비언론 영역은 사업자들의 강한 압박을 받아 상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22일 정부는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고용노동부 등 정부부처 합동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차별 받는 미디어 노동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긍정적인 신호도 있지만 공개한 정책의 대부분은 산업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것이다. 미디어시장 최소규제 원칙을 천명하고 유료방송 가입자 점유율 규제 폐지, OTT 시장 활성화, 지역방송 상호 겸영 규제 완화, SO·위성·IPTV의 이용요금 승인제→신고제 전환 등 규제 완화 정책을 밝혔다. 여기에 공공적 미디어 사업자와 콘텐츠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은 거의 없다. 종합적 미디어 체계를 고민하지 않고 산업의 요구를 고려한 파편적 대응을 한 결과이다.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공동대표·성공회대 교수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공동대표·성공회대 교수ⓒ민중의소리

작년부터 언론운동·시민사회단체들은 미디어개혁시민네트워크를 결성하고, 공공적 가치를 중심으로 미디어 과제들을 종합적으로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할 사회적 논의 기구를 결성할 것을 주장해왔다. 미디어 정책을 사업자 관점에서만 접근하지 말고 시민의 커뮤니케이션 권리 강화 차원에서 접근하여 미디어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종합적 대책을 수립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시민사회를 비롯한 모든 미디어 관련 이해 당사자들이 모여, 사업자의 이해관계보다는 건강한 사회를 구성할 신뢰할 수 있는 유용한 미디어 체계를 구축할 방법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단발적 정책만을 반복하여 미디어 정책 전반을 누더기로 만드는 우를 피하자는 것이다. 공공 영역과 산업 영역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상호작용적이다. 산업진흥을 내세워 필요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곧 공공성의 약화를 야기할 수 있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창간20주년 특별기획] 릴레이 기고 ‘코로나 너머’ 모아보기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공동대표·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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