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장관이 <채널A> 조영민 기자를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조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 조영민 기자가 단독으로 보도한 “[단독] 6월 지방선거 전 울산 찾아간 조국…”송철호 도와 달라””라는 기사를 함께 공유했습니다.
조 전 장관은 앞서 <채널A>에서 보도한 ‘2018년 6·13 지방선거 직전에 울산에 내려가서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후보를 만났다는 보도’, ‘송철호 후보 및 일행 등과 함께 울산의 한 사찰을 방문했다는 내용’, ‘사찰 방문 자리에서 큰 스님에게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에 대한 지지를 부탁했다는 것’ 모두가 허위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송철호 울산시장도 언론을 통하여 “조 전 수석이 2018년 선거 전후로 울산에 온 사실조차 없다”고 밝혔습니다.
조 전 장관은 <채널A> 조영민 기자는 보도와 관련해 어떠한 사실도 확인하지 않았고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를 청구했으나 <채널A> 측이 거부해 고소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채널A> 조영민 기자의 고소는 조국 전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 재판에 관여했다고 보도한 우종창 전 <월간조선> 기자 고소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조국 전 장관은 <TV조선> 정민진 기자 역시 단독으로 같은 내용의 허위보도를 했다는 사실을 제보받고 추가로 고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조국 전 장관은 추후 손해배상 소송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조국, 명백한 허위정보 조작 퍼뜨리는 행위는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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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의 기자간담회 모습 ⓒ연합뉴스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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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장관이 기자를 상대로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해 9월에 있었던 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당시 조국 장관 후보자는 자신과 가족을 향한 언론 보도에 대해 기자의 질문을 모두 받겠다며 11시간 동안 기자 간담회를 자처했습니다.
기자간담회에서 모 기자가 과거에는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해놓고 장관 후보자가 되니 시민을 고소한 점을 지적하자 조 전 장관은 “현행법상 불법”이라고 답했습니다.
조 전 장관은 “공인의 경우 어떠한 비난도 받아야 한다.”면서도 “정책자료에서 밝혔듯이 고위를 가지고 명백한 허위정보를 조작해서 퍼뜨리는 행위는 현행법상 불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전 장관은 “현행법상 불법을 불처분하라고 하는 자체가 이상한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실수로 가짜뉴스가 들어간 사실을 처벌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애초부터 명백히 가짜인 것을 알면서 또는 일부러 허위뉴스를 조작해서 만들어서 퍼뜨리는 행위를 말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 전 장관은 ‘가짜뉴스’를 제대로 번역하면 ‘허위조작정보’라며 고의적인 가짜뉴스 유포 행위 처벌 여부에 대해 “처벌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종합하면 조국 전 장관이 전직 <월간조선> 기자, <채널A> 기자, <TV조선> 기자를 고소한 이유는 이들이 명백한 허위조작 정보를 고의적으로 보도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한국에서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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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 언론 오보 관련 미국 사례를 보도한 기사를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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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 “‘언론 오보’의 대가, 미국은 8900억 부른다”라는 기사를 공유했습니다. 기사는 미국 CBS가 ‘존베넷 램지 사건’을 보도한 이후 버크램지가 허위사실이라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청구액만 8900억이라 언론사가 적지 않은 금액을 배상했다는 내용입니다.
‘존베넷 램지 사건’
1996년 크리스마스 때 버크 램지라는 아역스타가 실종 8시간 만에 지하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이 없다는 이유로 가족을 의심했다. CBS는 2006년 다큐멘터리를 통해 친오빠인 ‘버크 램지’를 살인자로 지목하는 내용의 재연 화면을 내보냈다. 버크 램지는 CBS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2019년 1월 합의로 사건은 종결됐다.
조 전 장관이 기사를 공유한 것은 한국에서도 언론사를 상대로 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등을 통해 명백한 허위사실이나 오보를 막아야 한다는 의도로 엿보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CBS가 합의를 한 이유는 거액의 ‘징벌적 손해배상’ 때문입니다. 합의를 하는 편이 조금이라도 손해를 줄일 수 있으니 법정까지 가지 않은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언론사 손해배상 소송의 70%가 1천만 원 이하입니다. 대형 언론사라면 그 정도 금액이라면 충분히 클릭 장사로 벌 수 있으니 마음대로 오보를 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고의’를 입증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만약 제보자의 주장이 신뢰성이 있어 보도했다면 기자가 고의성을 가지고 악의적인 보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결이 나올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기자들이 이를 ‘언론 탄압’이라는 프레임으로 몰고 갈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기자협회’에서는 정청래 의원이 발의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참여정부시절 추진했던 ‘취재 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 사건처럼 모든 언론사가 반대하고 나설 가능성도 높습니다.
한국에서 언론사와 기자를 상대로 제대로 된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기자를 진실을 찾는 직업으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부터 무너뜨려야 합니다. 언론사도 이익을 추구하는 주식회사이고, 기자도 실적을 위해 뛰는 직장인에 불과합니다.
언론사와 기자가 속보 경쟁을 벌리고, 오보와 왜곡보도에도 굳건하게 버틸 수 있는 것은 광고 수입과 권력을 제압하여 얻는 각종 혜택 때문입니다. 기자의 고의적인 오보는 진실 추구가 아닌 수익을 벌기 위한 목적이고, 부정 이득은 모두 환수해야 한다는 판례가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조국 전 장관 기자들을 고소한다고 대한민국 언론이 바뀌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이 사건을 계기로 언론사와 기자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논의가 법리적으로 사회적으로 시작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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