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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지도자들 “대면예배 허용” 요청했지만, 단호한 문 대통령 “코로나 확산 막아야”

‘협의체’ 구성 제안에는 “좋은 생각, 일방통행식은 안 돼” 호응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20-08-27 18:42:29
수정 2020-08-27 20: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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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한국 교회 지도자 초청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0.08.27.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한국 교회 지도자 초청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0.08.27.ⓒ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한국 교회 지도자들이 금지된 '대면예배'를 허용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그 부분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청와대 본관으로 대표적인 한국 교회 지도자 16명을 초청해 간담회를 갖고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협조를 구했다. 간담회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2시간 이상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사랑제일교회 등 일부 교회에서 대면예배를 강행하면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은 "여전히 일부 교회에서는 대면 예배를 고수하고 있다"며 "특히 특정 교회에서는 정부의 방역 방침을 거부하고, 오히려 방해하면서 지금까지 그 확진자가 1,000여 명에 육박하고, 그 교회 교인들이 참가한 집회로 인한 그런 확진자도 거의 300명에 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그 때문에 세계 방역의 모범으로 불리고 있던 우리 한국의 방역이 한순간에 위기를 맞고 있고, 나라 전체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제 한숨 돌리나 했던 국민들의 삶도 무너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의도한 바가 아니라 하더라도 일이 그쯤 되었으면 적어도 국민들에게 미안해하고 사과라도 해야 할 텐데, 오히려 지금까지도 적반하장으로 음모설을 주장하면서 큰소리를 치고 있고, 여전히 정부의 방역 조치에 협력을 거부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사랑제일교회를 비롯한 일부 교인들의 정부 방역 방해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문제는 집회 참가 사실이나 또는 동선을 이렇게 계속 숨기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피해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그런 사실"이라며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일이 교회의 이름으로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그로 인해서 온 국민이 피해를 입고 있지만 제가 생각할 때 가장 직접적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바로 기독교라고 생각한다"며 "극히 일부의 몰상식이 한국 교회 전체의 신망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교회 지도자들은 오히려 정부가 금지하고 있는 대면예배를 허용해달라고 문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한국교회총연합 김태영 공동대표회장(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은 모두발언에서 "교회는 정부의 방역에 적극 협조할 것이지만 교회 본질인 예배를 지키는 일도 결코 포기할 수가 없다"며 '대면예배'를 할 수 있도록 방법을 함께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종교가 어떤 이들에게는 취미일지 모르지만 신앙을 생명같이 여기는 이들에게는 종교의 자유라고 하는 것은 목숨과 바꿀 수 없는 가치라고 본다"며 "정부 관계자들께서 교회와 사찰, 성당 같은 종교단체를 영업장이나 사업장 취급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문 대통령의 발언과 정부의 방침에 불쾌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한국 교회 지도자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2020.08.27.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한국 교회 지도자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2020.08.27.ⓒ뉴시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대면예배'는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 참석한 16명의 발언을 모두 들은 뒤, "저는 기도의 힘을 믿는다. 우리나라가 이만큼 발전해 온 데는 각각 종교는 다르더라도 우리 국민의 간절한, 나라를 위한 기도의 힘이 모여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교회 지도자들을 달랬다.

또한 "예배가 기독교계에 얼마나 중요한지, 거의 핵심이고 생명 같은 것이라는 점을 잘 안다"며 "그래서 비대면 예배나 다른 방식이 교회와 교인에게 곤혹감을 주는 것, 충분히 이해한다"고 공감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코로나 확진자의 상당수가 교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집단감염에 있어 교회만큼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 없다. 그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종교의 자유 자체, 신앙의 자유 자체, 하나님에 대한 신앙, 예수님에 대한 신앙은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절대적 권리다. 신앙을 표현하는 행위, 예배하는 행위는 최대한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면서도 "불가피한 경우에는 규제할 수 있도록 감염병예방법상 제도화되어 있다. 그런 객관적 상황만큼은 교회 지도자분들께서 인정하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일방통행식이어서는 안 된다"며 "정부와 교회 간에 좀 더 긴밀한 협의가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앞서 나온 김 회장의 '정부와 교회의 협력기구' 구성 제안에 호응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 협의체를 만드는 것은 아주 좋은 방안"이라며 "기독교만이 아니라 여러 종교들도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은 꼭 좀 반영이 되도록 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잠시 며칠이 아니라 긴 세월을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살아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라며 "수그러지다가도 불쑥불쑥 집단감염이 생겨나는 일이 늘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상황에 맞는 예배 방법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김 회장의 '방역 인증 제도' 도입 제안에 대해서도 "대다수 교회는 방역에 열심히 협조하고 있으니 교회를 구분해 주면 좋겠다는 말씀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고 공감을 표하면서도 "하지만 소수 교회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 모든 교회에 (비대면 예배를) 일률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니, 교회를 분별할 수 있도록 교회인증제를 도입하자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참으로 힘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최고의 고비"라면서 "지금 선에서 확산을 멈추고, 빠른 시일 안에 안정시켜서 우리 모두의 활동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해진 기간까지만은 꼭 좀 협력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에 교회 수가 6만여 개라고 한다. 교회마다 예배 방식이 다 다르다. 옥석을 가리지 않고 일률적으로 조치 내리는 부분에 대한 안타까움은 이해하지만, 그 부분은 받아들여 주시라"고 거듭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위기상황을 벗어나 안정화가 되면 협의체에서 그런 의논들을 구체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비대면 예배 자체가 힘든 영세한 교회에 대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도울 수 있는 길이 있다. 영상 제작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문제도 계속 협의해 나가면서 합리적인 방법을 찾겠다"고 전했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가짜뉴스'는 저희도 단호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비공개 간담회에서 일부 교회 지도자들이 '가짜뉴스'에 대해 엄정한 대응을 요청한 데 대한 답변이다. 일부 교회 지도자들은 "일부 교회가 방역에 부담이 되고 있어 통탄한 마음", "한국 교회가 전광훈 현상의 모판이란 비평을 받아들인다", "교회가 코로나 확산의 중심이 되어 송구하고 시민들의 낙심에 송구하다" 등의 반응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정부를 비난하거나 대통령을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범주로 허용해도 된다.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방역을 방해해서 다수 국민께 피해를 주는 가짜뉴스는 허용할 수 없다. 일부 교회가 가짜뉴스의 진원이라는 말도 있으니 그 점에 대해서는 우리가 (함께) 노력을 해 나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기독교계와 '충돌'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교감'하고,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교계가 방역과 예배 문제 등을 놓고 접점을 모색하는 분위기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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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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