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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 정부 부동산 정책, 철학 부재…국토보유세, 차기 대선 이슈 돼야”

문재인 정부 철학 없이 부동산 대증요법 반복…“노무현 트라우마 이해하지만 매우 실망스러워, 이낙연·김부겸·이재명 누구든 국토보유세+토지배당 공약 필요”

홍민철 기자 plusjr0512@vop.co.kr
발행 2020-08-30 15:13:37
수정 2020-08-30 15: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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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에선 부동산·토지 정책의 철학을 볼 수 없어요. ‘부동산 문제=아파트값 상승’으로 보고 시장 상황만 잠재우고, 잠재우고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의 지적은 매서웠다. “철학이 없고, 때문에 정책이 모호해졌으며, 결국 개혁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현상만 좇다 보니 대책을 남발하고 역대 정부에서 볼 수 없던 유동성 압력 속에서 온갖 풍선효과가 따라왔다는 게 전 교수 생각이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전강수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제공 : 전강수  
 
그는 “‘개혁, 개혁’하다가 재집권에 실패한 참여정부 인사들이 지금 정부 주축이라 트라우마가 있는 건 이해하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 지지율 같은 지표에 집착하면서 정작 철학과 개혁과 같은 핵심이 실종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강수 교수는 대표적인 조지스트다. 토지를 개인이 소유하면 불로소득이 발생하고 부의 집중에 원인이 되니, 불로소득을 세금으로 환수해 공공 이익에 쓰자는 19세기 미국의 정치·경제학자 헨리 조지를 연구하는 국내 대표적 경제학자다. 전 교수는 부동산 전문가이자 실천적 지식인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위원장,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지난 25일 <민중의소리>와 만난 전강수 교수는 “이번 정부에선 개혁적인 부동산 정책이 나오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문재인 정부가 재산세는 올리지 않고 종부세 선별적 강화나 대출 규제 등 기존 정책 조합에 집중하는 한, 지금 투기판을 뒤엎을 새로운 정책은 나오기 힘들다는 것이 전 교수 판단이다.

 

7·10대책에서 일부 보유세 강화 방안이 나왔지만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워낙 제한적인 데다 1주택자의 보유세는 오히려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정부 감지되고, 사금융인 전세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규제가 나오지 않았다고 전 교수는 지적했다.

8·31 공급대책이 수도권에 있는 국공유지를 대거 민간에 분양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국가가 토지를 소유하고 공공임대주택 등 정책을 펼쳐야 할 땅을 민간에 넘기는 것은 절대로 집값 안정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강수 교수는 “다음 대선 후보가 누가 되든, 정공법인 보유세 강화 정책이 강력하게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가 2000년대부터 제시한 정공법은 ‘국토보유세’다. 국토를 소유한 사람과 법인 모두에게 세금을 공평하게 걷자는 것이다. 국토는 사람이 만들지 않았고 생산할 수 없다. 하지만 국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기 때문에 물과 공기처럼 국토의 권리를 모든 국민이 공평하게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국토보유세 신설을 위해 극소수 부동산 거부들에게만 부과하는 종부세를 폐지하고, 모든 토지를 용도 구분 없이 인별 합산해 일괄 과세하자는 게 전 교수 주장이다. 보유한 토지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과세표준을 산정하고 과세표준 금액에 따라 세율 구간을 0.1~2.5%까지 신설해 ‘공평과세’ 하자는 구체적 계획도 나와 있다. 이 경우 현행 종부세보다 약 15조5천억원의 세금이 더 걷히는 것으로 계산된다.

토지를 보유하는 세금이 무겁게 매겨지고, 가격이 높아지는 만큼 세금도 따라 오른다. 취득·보유·양도 등 각 단계에서 매겨지는 온갖 종류의 감면 혜택 등은 모두 폐지한다. 땅을 가져서 생기는 불로소득이 원천 차단되는 것이다. 투기 세력이 기대하는 수익률을 대폭 끌어내리고 자연스럽게 수요를 차단한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한강변 고가 아파트 단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한강변 고가 아파트 단지ⓒ김슬찬 기자

혁신적 과세 개혁이라 반발이 예상된다. 전 교수는 “거둬들인 국토보유세는 1/n로 나눠 전 국민에게 ‘토지배당’하면 조세 저항이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극히 일부만 내는 종부세 세율을 조금만 올려도 ‘세금 폭탄론’이 등장하는 지금 여론 지형에선 조세 저항이 광범위하게 확산하지만, 국토보유세로 거둬들인 세금이 국민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가면 저항이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최근 코로나19사태를 거치며 긴급재난지원금이 전 국민에게 지급되면서 ‘기본소득’에 대한 효과와 인식이 변화된 것도 국토보유세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 교수는 보고 있다. 그는 “이낙연이든, 김부겸이든, 이재명이든, 차기 대권 주자의 대선공약에 꼭 포함돼 이 문제가 공론화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토보유세가 집값을 잡을 수 있겠느냐’고 묻자 전 교수는 “세금 하나로 집값이 잡힐 것이란 것 완벽한 환상이다. 다만, 토지와 이에 따른 불로소득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철학을 분명히 하고, 보유세 강화라는 정공법으로 가면, 집값은 잡힐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세간에서 우려하는 ‘부동산 거품 붕괴’나 ‘경착륙’ 우려에 대해서는 “이미 수십 년간 부동산 시장과 씨름한 베테랑 관료 역량이 있다. 시장 경색을 푸는 다양한 정책 패키지를 고려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7·10 대책 효과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아파트를 제외한 나머지 상가와 오피스텔·빌라 등의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지 않나. 유동성 압력은 어디로든 튀어 나가려고 한다. 어떻게든 투기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감독원’에 대해서는 “정공법은 두려워서 못하고, 다른 곳에서 답을 찾으려니 엉뚱한 정책이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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