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중국 군사훈련 감시용 U-2가 오산공군기지에서 출격?

[정욱식 칼럼] 우리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외부의 위협은?


 한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외부의 위협'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은 북핵을 떠올릴 것이다. 아니다. 북한이 다짜고짜 핵을 사용할 리도 없지만, 이건 충분히 억제할 수 있다. 그렇다고 북핵을 인정하자는 뜻은 아니니 오해 없길 바란다.

 

그렇다면 무엇일까? 그건 바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 무력 충돌이 발생하고 한국이 여기에 휘말릴 위험이다. 무역전쟁과 코로나 책임론에 이어 정치체제 갈등까지 겪고 있는 미중관계는 최근 군사적 갈등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동아시아의 네 개의 약한 고리'로 불리는 남중국해, 대만해협, 동중국해, 한반도 인근 가운데 어느 곳도 평화로운 곳이 없을 정도로 말이다.

 

한국이 처할 위험의 심각성은 미국이 주한미군 전력을 대중국용으로 사용하려는 유혹에서 비롯될 수 있다. 이를 막을 수 없는 제도적 장치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한국이 미중간의 무력 충돌을 예방하거나 억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도도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위험의 심각성은 배가된다.(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졸저, <한반도의 길, 왜 비핵지대인가> 참조)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듯 최근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중국은 8월 22일부터 26일까지 칭다오 인근 해상과 보하이만(발해만)에서 항행 금지구역을 설정하고 실탄훈련을 실시했다. 그런데 미군 U-2기가 중국군의 훈련 해역 상공에 불쑥 나타났다.


 

이에 대해 중국 국방부는 "U-2기의 출현은 중국의 정상적인 훈련과 연습에 중대한 지장을 주었고, 미중간의 항공 및 해상 안전 규칙 합의와 국제적 관례를 위반했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미국 국방부는 U-2기의 진입을 인정하면서도 "어떠한 규칙도 위반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미국 국방부의 입장은 이러한 갈등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해준다. "U-2기의 출격은 인도-태평양 작전 지역에서 국제 규칙과 항공 안전 규제의 범위 내에서 실시되었다"며, "태평양의 미 공군은 앞으로도 미국이 선택하는 시점과 템포로 국제법이 인정하는 어느 곳에서도 비행과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미국 언론들은 U-2기가 한국에 있는 오산공군기지에서 발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앞서 언급한 미중 무력 충돌시 한국의 연루 위험은 단순한 가정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한국에 배치한 자국 군사력을 중국을 상대로 사용하면 제3자인 한국이 미국에 군사기지를 제공하는 셈이 되고, 이는 한국이 미국을 지원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것이 한중관계에 초래할 문제는 이미 사드 사태로 드러난 바 있다. 아니 사드 사태 이후에도 이러한 문제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번 오산공군기지발 U-2 출격 논란은 그 예고편에 해당된다.

 

결국 우리는 한미동맹의 존재 가치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한미동맹이 북한의 남침을 억제함으로써 '소극적 평화'에는 기여해왔다고 하더라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함으로써 '적극적 평화'를 실현하는 데에는 커다란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한미동맹은 갈수록 중국 견제·봉쇄용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 결과 한미동맹은 '위협대응형'이라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위협초래형'으로 변질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중국위협론'이 유행이지만, 한중 양자관계만 높고 보면 이는 어디까지나 막연한 것이다.


 

우리가 피해야 할 가장 위험한 미래는 중국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현실화되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미국과 함께 중국에 맞서야 한다며 한미동맹의 강화를 추구하거나 주한미군의 군사력이 대중국용으로 사용되는 것을 허용하거나 묵인하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90315181870638#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