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15일 일본이 미국에 무조건 항복으로 백기를 들었다. 4년간에 걸친 태평양 전쟁이 끝난 것이다.
미국의 태평양지구 최고사령관 맥아더가 조선을 향해서 포고문 제1호를 발표한 것은 45년 9월 7일이었다. 다음날 오키나와 주둔 미 육군 24군단장 하지가 9만7천여 명의 병력을 이끌고 조선 땅에 첫발을 들여놓았다.

지금으로부터 꼭 75년 전의 일이다.

▲ 조선총독부 광장에서 일장기를 내려가고 성조기가 올라가고 있다.
▲ 조선총독부 광장에서 일장기를 내려가고 성조기가 올라가고 있다.

일제 강점 36년에 해방을 맞은 조선 땅에 또다시 압제와 식민통치의 먹구름이 일었다. 일제가 물러가면 조선은 해방이 되고 완전한 자주독립국가가 탄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3천만 전조선 민족은 자유와 평화 새나라 건설의 꿈에 부풀어 20여 일 동안 밤잠을 설치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누가 뜻하였으랴, 히로히또 일본왕의 항복소리를 들은 지 22일 만에 미군 사령관 맥아더의 청천벽력과 같은 점령군 포고문이 조선 땅에 날아들 줄을. 일본에는 히로시마와 나가사끼에 정체불명의 폭발탄 두 개가 떨어졌었다. 이 폭발탄의 위력은 전대미문의 폭발력으로 1억 일본신민은 물론 전 세계 인민을 전율과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
일본에 떨어진 원자폭탄은 일시에 가시적으로 그 가공할 위력을 발휘하여 강철 같은 응집력을 자랑하던 일본제국주의를 멸망시키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었다.

이에 비해서 우리 조선 땅에 날아든 맥아더의 점령군 포고문은 두고두고 장장 75년에 걸친 세월을 두고 살육과 파괴를 일삼는 전쟁공포를 비롯하여 온갖 세상 패악의 씨앗을 연속적으로 뿌리고만 있는 것이다.
맥아더의 점령군 포고문은 우리 조선민족에게 있어선 히로시마 나가사끼에 떨어진 원자탄보다도 더 무섭고 악독한 폭발물인 것이다. 일세기를 두고 압제와 식민통치의 치욕을 참아내야 하는 장기간에 걸친 폭발물임과 동시에 연속적 지속형 폭발물인 것이다. 계속해서 장기적으로 조선 땅을 갈갈이 갈라 찢고, 민족 분열과 동족상잔을 조장하여 피를 부르는 저주의 폭발물이다.

양키 털발들이 이 땅에 발을 들여놓은 후부터 조선반도의 현대사는 온통 핏빛으로 물이 들었다.
그들이 왜놈군대가 터를 잡고 있던 한양성 남쪽 용산에 둥지를 틀면서부터 조선남녘은 사람이 살 수 없는 저주의 땅이 되었다.
일본군대의 무장해제와 38도선 이남의 사회질서 유지, 조선의 독립국 건설 준비를 명분으로 진주한 미국 군대는, 앞에 내세운 명분과 달리 음흉한 속셈을 숨기고 있었다.
광활한 영토와 풍부한 자원으로 자본을 축적하고 이를 배경으로 무력을 증강 세계지배 야욕을 불태우고 있었다.
조선반도를 발판으로 세계정복을 위한 대아시아 전략의 전초기지화 하여 중국을 포위하고 쏘련을 굴복시키려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이와 같은 미국의 세계지배 전략, 국제패권을 노리는 당시의 냉전구조에 의한 희생물이 될 줄을 누가 꿈이나 꾸었을 것인가. 조선인민에 의한 조선인민을 위한 조선인민의 정부가 설립될 때까지만 미군정을 실시하겠다던 아놀드 군정장관의 약속은 샛빨간 거짓말이었다.

1948년 10월 쏘련군대는 38도선 이북에서 완전철수를 단행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요구에 의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이에 반해서 미국군대는 계속 남아서 친일파들로 구성된 남녘정부를 후원 뒤 조종하고, 독립운동가 주체의식이 강한 애국적 민족주의자들을 탄압, 빨갱이 허울을 씌워 투옥 고문 학살하는데 혈안이 되었다.
그들은 쏘비에트 군대의 철수로 자신들의 국제적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조선반도에서 철수 흉내 가면극을 연출하지 않을 수 없었다. 49년 6월이 되어서야 5백 명이 넘는 미군사고문단을 그대로 남겨두고 미군철수 나발을 국제사회를 향해 크게 불어 댔다.

그동안 조선경비대를 국군으로 개칭, 미군사고문단의 지도아래 병력을 증강하고 미군사고문단의 지휘통솔체제를 확립시켰다. 완전무결하고 철저한 미군사고문단의 통제를 받는 식민지 군대체계가 완성되어 있었다.

당시 조선인들은 너무도 순박했었다.
사대모화사상에 젖은 봉건왕조가 제대로 찍소리 한번 질러보지 못하고 일제의 간계에 의해 하루아침에 나라의 자주권을 강탈당했다. 탐관오리들의 수탈 착취로 빈곤상태에서 허덕이던 절대 다수의 조선인민들은 급속하게 변화하는 역사 현실과 사회 변혁에 대처할 여유를 갖기 어려웠다. 봉건왕조가 무너지고 숨 쉴 새도 없이 이어서 일제의 폭압에 시달려야 했다.

그런가하면, 해방이 되었다고 자유와 평화가 찾아왔다고 춤을 추고 만세를 불렀는데, 어느 새는 또 양코배기 코쟁이들 세상이 되어 있었다. 억압받고 탄압받던 조선인민의 세상이 아니었다. 조선백성 조선민중의 해방이 아니었다.
일본인들은 물러갔는데, 쪽발이들의 게다짝 소리는 사라졌는데. 이게 어찌된 영문인지 일본인들 게다짝을 들고 다니던 친일파 간상배들의 세상이 되어버렸다. 천황폐하의 신민으로 일본제국의 이익에 복무하던 부역자 밀정 밀대들의 해방세상이 되어버렸다.
이 거꾸로 된 세상 역사를 거꾸로 돌려버린 세상 앞에 순진하기 짝이 없는 조선인들은 경악과 충격으로 제대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 모든 것이 다 허여멀쑥한 피부에 누런 털복숭이 퍼런 눈알을 굴려대는 코쟁이 군대가 만들어 놓은 망할 세상의 추악한 모습이었다.
일본제국에 충성을 다하고 같은 피를 나눈 제 동족을 짓밟고 잡아 죽이던 반역자들이 다시 그 상전을 바꾸어 득세를 하고 영화를 누리는 세상이 되었다. 제 나라 제 민족을 배반하고 매국을 일삼던 역도들이 또 다시 미제국주의자들이 들려준 총을 들고 죄 없는 남녘민중 탄압에 나섰다. 

세상이 거꾸로 되어도 유분수가 있지. 이런 경우 이런 패악 이런 역사 망해먹기 장난은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아무리 양키들의 본성이 그렇고 망나니 총잡이식 세계관이 그렇다치드라도 조선민중의 민족양심으로는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양키 군대의 이런 부도덕하고 반역사적 현실인식 군정정책에 그대로 순응하는 것은 죄악에 동조하는 반민족 반역사 행위에 속한다.

의식 있는 조선민중이 그대로 있을 리가 없었다.
동학농민혁명의 피가 연면하고 의병투쟁, 조선독립유격대의 무장투쟁 혼이 살아있는 조선 땅의 강과 산, 풀과 나무 돌덩이 하나까지 남김없이 모두가 다 들고 일어섰다.
세계제국 몽고에 마지막까지 항쟁의 투혼을 불사르던 고려군의 싸움터 항쟁의 섬 제주에서, 첫 봉화가 올랐다.

조선의 통일 독립을 쟁취하자!
미국은 남조선에서 물러가라!

정당하고도 간결한 전체 조선인의 가슴에 맺힌 두 마디의 절규였다. 이에 미군정청은 그들의 수하에 있는 경찰부대를 동원 제주인들의 가슴에 총탄세례를 퍼부었다.
이어서 일어난 여수14연대의 봉기는 타오르는 반외세 항쟁의 불바다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되었다. 여수, 순천, 보성, 광양, 구례, 곡성을 점령하고 남원 하동으로 진출, 진정한 인민의 자치활동을 보장하고 자유와 평화를 구가하는 해방구를 열었다. 

친애하는 동포 여러분!
우리는 조선인민의 자식이며 노동자 농민의 자식이다.
제주도 출동거부, 경찰을 타도하자!.
우리는 남북통일을 위해 해방군으로 행동하자!
 
역시 이들의 염원도 통일된 하나의 조국건설이었다.
이뿐인가, 이에 앞서 이 현상을 중심으로 한 야산대투쟁, 각 지역별 세밀 조직된 애국적인 지하세력들의 눈부신 외세배격 반민족 매국세력 타도 투쟁이 전 남조선에 전개 되었다. 밤이 되면 남조선 각 지방 요소요소의 산봉우리에 항쟁의 봉홧불이 피어올랐다. 심지어 시골 동네 뒷산들마다 시뻘건 봉홧불이 타올랐었다.
타오르는 봉홧불과 함께 유격전사들의 함성 만세소리도 드높았었다. 항쟁의 노래, 혁명의 노래, 해방독립의 노랫소리도 드높았었다.

미국의 세계지배 전략인 냉전구조에 휘말린 남조선 땅은 어느새 미국의 대쏘련 압박전선의 최전방 전초기지가 되어 있었다. 따라서 남조선 국방군은 전형적인 식민통치하 종주국에 충성을 다하는 종속군대로서의 임무를 다하게 되어 있었다.

▲ 6.25전쟁 당시 공습중인 미군 B29
▲ 6.25전쟁 당시 공습중인 미군 B29

6‧25 조선전쟁이 터졌다.
전쟁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냉전의 양극이 마주치는 곳인데, 결국은 약한 데가 터지는 것은 정해진 이치였다.
부앙천지,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었다.
힘센 나라에 당하고 그들의 말발굽 아래서 나라의 자주권을 되찾기 위해 고난의 길 형극의 길을 걸어온 조선민족에게 이런 참혹한 전쟁의 불벼락이 떨어질 줄이야...

전쟁 미치광이 아메리카 총잡이들에겐 천재일우의 기회를 만난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군수공장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살인병기 살인물자들을 생산하여 쏟아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5년간의 전쟁수요에서 얻은 경제이익보다 82억 달라가 더 많은 570억 달라의 경제수익을 올렸다. 조선전쟁 3년 동안 일본은 태평양 전쟁의 폐허에서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는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이렇게 미제와 일제는 우리 조선인들의 피를 경제성장 무력증강의 토양으로 삼아 자신들 나라의 부강을 꾀했다.

미국이 조선전쟁 3년 동안 조선 땅에 쏟아 부은 폭탄이 5년에 걸친 세계 제2차대전 기간에 투하한 폭탄량을 상회했다.
날마다 500대에서 1,500대의 폭격기가 출격 26만 발의 폭탄과 2억만 발의 기관포탄을 퍼부었다. 40만 발의 로켓탄과 무려 150만 발의 네이팜탄이 투하되었다.
남북 조선인 600여만 명이 죽고 120만 채의 민가가 불에 탔다. 전쟁부상자, 전재민 수백만 명에 1,000만 명이 넘는 이산가족이 발생했다.
여러 말 할 것 없이 삼천리강산이 갈갈이 찢기고 불바다 잿더미가 되었다. 조선민족의 피가 바다를 이루었다. 지구가 생기고 인류사상 이런 참극이 없었다.
역사가 생기고 사람과 사람 사이, 부족과 부족, 각 민족 각 종족간의 증오, 국가 대 국가 간의 정치사상의 대립이 이 비좁은 조선반도에서 일대 각축전을 벌인 것이다.

전 세계 20여 개국의 무력과 국력이 맞대결을 벌였다.
유엔이라는 거짓 깃발 아래 거대한 코뿔소와 멧돼지, 덩치 큰 코끼리 사자 호랑이는 물론 여우새끼 늑대 승냥이 고양이 생쥐새끼들까지 다 모여들어 조선반도를 진흙탕 쑥밭을 만들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악성과 독성을 총체적으로 발휘하여 종합적으로 분출해낸 것이 바로 조선전쟁의 크나큰 특색이었다.

이 모두의 인류악이 이 거대한 살육극이, 18세기 후반 지구상에 등장한 미 자본제국주의 군대가 주도한 만행이었다.
돈 거대자본을 뒷배경으로 총과 폭약, 탱크와 항모, 전폭기를 앞세운 이들의 야만행위는 오늘도 계속 되고 있다.
이들은 우려스럽게도 계속해서 지구멸망의 악종 바이러스가 되어 살육의 전쟁을 즐기고, 반 생명, 반 평화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인류의 이상을 파괴하고 악의 문명을 선도하는 패권주자의 길을 가고 있다.

일백년 가까운 기나긴 기간 동안 남의 나라를 침략 불법 강점을 했으면 이제 물러갈 때가 되었다. 무슨 그리 뿌리 깊은 원한이 맺혔다고 무고한 조선민족을 억압 수탈 피와 땀을 아직도 강요하고 있는 것인가. 미국은 제정신을 차리고 이성으로 돌아가 시대의 흐름을 똑똑히 읽어야 할 것이다. 몸집만 크고 힘만 센 무작스런 칼 든 강도의 모습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그대들의 흉악한 모습이 역사의 화면에 투영된 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세계사의 조류는 볼썽사나운 아메리카 총잡이들의 신속한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억지 부릴 일이 따로 있지 감히 남의 나라의 주권을 억압해서야 될 일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양키군대의 근성을 잘 안다.
낮에는 인디안을 회유하고 근사하게 평화를 약속하고 협정을 맺는다. 그리곤 깊은 밤 쥐새끼처럼 정직한 인디안의 평화로운 잠자리를 기습 공격, 불을 지르고 노인이고  여자고 아이들까지 깡그리 전멸을 시켜버렸다. 그들의 잔인한 짐승근성은 이미 3백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물론 착각은 자유다.
미국 군대는 수천 개의 핵폭탄과 대형 스텔스기, 핵 항모와 대륙간 다탄두미사일, 인공위성을 가장한 정찰정보 통신망 등 세계 최강 무력을 자랑하며 조선반도를 움켜쥐고 버틸 것이다.

그러나 착각은 금물이다.
지금은 1940년대나 1950년대가 아니다.
지구 전역을 휘젓고 다니며 제멋대로 전쟁판을 벌이고 독무대를 만들어 칼춤을 추던 지난날의 망상을 버려야 한다.
핵폭탄과 대륙간 다탄두미사일이 자기네들만의 전유물이던 때가 있었다. 스텔스 대형 전폭기나 고성능 최신예 정찰기를 거드름 피우며 띄우는 것도 생각해보면 여간 가소로운 일이 아니다. U2 대형정찰기나 고성능 최신예 레이더 정보수집함을 하늘위로 바다위로 띄워놓고 목에 힘을 주다가 격추되거나 나포 되었던 기억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
나라에는 국격이 있고 개인에겐 체면이 있다. U2기가 격추되고 푸에블로호가 나포되었을 때의 국가적 수치와 자괴감 당혹스러웠던 기억을 크나큰 교훈으로 간직해야 할 것이다. 침략야욕을 불태우다가 참담한 탐욕의 댓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현하 유엔에 가입한 190여개 국가 중 다수의 나라들이 남녘 정부와 국교를 맺고 외교 영사업무를 위해 대사들을 주재시키고 있다.
이들 모두의 국가들은 제 나라 군대를 이 땅에 주둔시키지 않고도 상호이익을 위해 상품을 사고팔고 선린우호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유독 아메리카합중국이라는 나라만 특별나게 제 나라 군대를 우리 땅에 주둔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불법적으로 75년 동안이나 강제점령을 하고 있다.

아메리카 합중국정부에 경고한다!
우리는 세기를 두고 하나의 민족이 두 쪽으로 갈라져 사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나라 땅 덩어리가 두 동강이로 절단이 났다. 전쟁의 공포, 동족상잔의 위험을 안고 이 날까지 하루 편할 날 없이 오늘에 이르렀다.
더 이상 남북조선 8천만 우리민족은 미국의 남녘 식민 지배를 원치 않는다. 더 이상의 조선영토 강점과 자주권 유린을 단호히 거부한다. 전체 조선인민의 의사에 반하는 미국군대의 남녘 불법강점을 전 세계 전 인류의 보편적 양심에 고발한다. 미국은 지체 없이 조선반도 남녘에 전개한 전쟁 살인 무기들을 거두어 그들의 군대를 철수 시켜라.

우리 땅은 신성한 조선인의 삶터이다.
우리 땅을 지키기 위한 조선인의 불벼락이 그대들 머리위에 준비 되어있다. 이제 그만 양키들은 양키들의 땅으로 곱게 되돌아가라!

전덕용 사월혁명회 상임의장

씨알의소리 전 창간편집장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