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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MB정부 ‘4대강 자전거 구급대’, 유명무실로 5년 전 사실상 폐지

김영배 “법적 근거도 없는 4대강 후속 ‘졸속’ 사업, 혈세 낭비 시시비비 가려야”

김도희 기자 doit@vop.co.kr
발행 2020-09-30 10:14:28
수정 2020-09-30 10: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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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10월 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 가운데 하나인 북한강 자전거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모습. 이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사진을 게시하며 “탁 트인 한강을 끼고 달리니 정말 시원하고 좋다”며 “여러분도 한번 나와보세요”라고 말했다.
지난 2013년 10월 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 가운데 하나인 북한강 자전거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모습. 이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사진을 게시하며 “탁 트인 한강을 끼고 달리니 정말 시원하고 좋다”며 “여러분도 한번 나와보세요”라고 말했다.ⓒ이명박 전 대통령 페이스북 
 
이명박 정부에서 예산을 대거 투입해 전국 소방서에 발족한 ‘119자전거 구급대(이하 자전거 구급대)’가 운영실적 저조로 5년 전 사실상 폐지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3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국 소방서의 자전거 구급대 운영 현황과 운영 실적은 꾸준히 감소했다.

한때 전국에 110대를 웃돌던 자전거 구급대 수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96대를 유지하다 2018년 83대로 감소했다. 이후 2019년에는 45대로 급감했고, 2020년 현재 전국에 남은 자전거 구급대는 단 한 대도 없다.

‘자전거 타기 장려’ 정책을 펼친 이명박 정부는 임기 중 자전거 도로를 급설하고 이를 뒷받침할 후속 정책으로 자전거 구급대를 앞세웠다.

자전거 구급대는 구급차량 운행이 제한적인 비좁은 도로에 구급 장비와 무전기를 탈착한 자전거와 소방공무원들을 투입, 응급 환자에 대한 조치를 신속하게 하겠단 취지로 도입됐다.

 

당시 정부는 정책 ‘무용론’에도 자전거 구급대의 몸집을 꾸준히 키웠고, 임기 말인 2012년에는 2,50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해 ‘4대강 자전거길’을 만들어 주요 지점마다 신규 자전거 구급대 70개소를 배치했다. 자전거의 친환경적 이미지를 활용해 4대강 사업의 ‘환경 파괴’ 논란도 덮으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자전거 구급대’의 운영 실적은 저조했다. 당시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은 “자전거길 안전을 전담하는 자전거 구급대는 우리나라가 처음”이라며 자랑스럽게 홍보에 나서기도 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거두지 못한 것이다.

2015년 집계된 전국의 자전거 구급대의 출동 건수는 149건, 순찰 및 주변 행사 지원 등 기타 지원은 177건이다.

그러나 이듬해 2016년에는 출동 건수가 26건, 기타 지원이 0건으로 대폭 감소했고 2017년에는 구급 출동이 9건, 기타 지원이 12건으로 나타났다. 2016년과 2017년 전국에 운영 중이던 자전거 구급대가 96대인 것에 비교하면 3분의 1 이상의 자전거 구급대가 2년 동안 바퀴 한 번 안 굴린 셈이다.

사용실적 저조는 이후에도 지속됐다. 2018년 자전거 구급대의 출동 건수는 9건, 기타 지원은 10건에 그쳤고 2019년에는 구급 출동과 기타지원 모두 ‘제로(0)’를 기록했다. 2020년 현재까지도 자전거 구급대는 아무런 업무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2년 8월 16일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이 경기도 남양주 능내역 광장에서 119자전거 구급대 발대식을 개최한 모습. 맹형규(가운데)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과 119자전거 구급 대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012년 8월 16일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이 경기도 남양주 능내역 광장에서 119자전거 구급대 발대식을 개최한 모습. 맹형규(가운데)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과 119자전거 구급 대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뉴스1 (소방방재청 제공)

‘정책 무용론’에도 4대강에 끌어들인 자전거 구조대
“법적 근거 없는 졸속 사업, 혈세 낭비 시시비비 가려야”

소방청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에서 자전거 구급대를 본격 도입한 2012년부터 2014년 사이 새 자전거와 전용 유니폼, 구급 장비 구입 등에만 약 2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기동성이 떨어져 구입한 장비들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니 2015년 이후에는 해당 정책에 추가 예산이 편성·투입조차 되지 않았다. 정책이 일회성에 그친 채 자연스럽게 폐지 수순을 밟은 것이다.

소방청은 자전거 구급대가 운용되지 않는 이유로 ▲전국 119구급차에 ‘구급대원 3인 탑승 원칙’이 적용돼 운영인력이 부족한 점 ▲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라 119구급차도 자전거 도로에 진입이 가능한 점 ▲자전거 구급대로 응급환자 구조에 한계가 명확한 점 등을 꼽았다.

아울러 애초에 자전거 구급대 단일로는 출동이 어렵고 환자 이송도 불가능해 기본적으로 구급차와 함께 움직여야 하는 구조도 불편함으로 작용했다.

자전거 구급대 운영을 위해 이명박 정부가 구입한 소모품 위주의 장비들은 노후화하거나 내용연수가 경과해 현재 불용 처리된 상태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자전거 구급대는 지금 운영 폐쇄했다. 자전거 구급대 자체를 운영하는 곳은 전국적으로 없다”며 “자전거 도로에 구급차 진입이 다 가능하고 현재로서는 구매한 자전거가 다 오래돼 운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자전거 구급대가 실제로 위급 상황에서 역할을 한 사례가 있느냐’는 물음에 “없다”고 답했다.

이에 김영배 의원은 이명박 정부를 겨냥, “사업의 효용성은 검토하지 않은 채 4대강 사업의 후속으로 맞지도 않는 졸속 사업을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법적 근거도 없는 졸속 사업 추진으로 혈세를 낭비한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며 “눈치보기성 사업은 앞으로 다시 반복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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