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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 한진택배 유족 “지병으로 사망? 숨지기 전날 검진 이상 없었다”

“사망원인은 심야 노동에 의한 과로사”

강석영 기자 getout@vop.co.kr
발행 2020-10-31 18:28:36
수정 2020-10-31 18:3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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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택배 ‘운송 노동자’가 지난 27일 심야 노동 중 사망한 데 대해 한진택배 측이 지병을 문제 삼자 유족 측은 “사망 전일 정기검진에서 아무 이상이 없었다”라고 반박했다. 심야 노동에 의한 과로사로 사망했다는 유족 측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진택배 협력업체인 Y 물류 소속 트레일러 운전사인 김 모(59) 씨는 27일 오후 11시 24분경 한진택배 대전터미널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구급차가 도착해 급히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안타깝게도 이송되던 중에 사망했다.
한진택배 협력업체인 Y 물류 소속 트레일러 운전사인 김 모(59) 씨는 27일 오후 11시 24분경 한진택배 대전터미널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구급차가 도착해 급히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안타깝게도 이송되던 중에 사망했다.ⓒ유족

한진택배 협력업체인 Y 물류 소속 트레일러 운전사인 김 모(59) 씨는 27일 오후 11시 24분경 한진택배 대전터미널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 이송 중 사망했다. 김 씨는 약 3개월 전부터 대전~부산 구간 화물 운송을 했다. 그는 매일 밤 10시에 출근해 다음 날 아침 10시에나 퇴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기사:한진택배 운송 노동자 심야노동 중 또 사망, 올해 15번째)

한진택배 측은 사망원인으로 김 씨의 지병을 지목하며 과로사라는 주장에 선을 긋고 있다. 김 씨는 7년 전 폐 수술과 2년 전 폐혈관 시술을 받았다.

하지만 김 씨 유족 측은 31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건강했던 김 씨가 갑작스럽게 죽었다며 황망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김 씨의 사위 박 모 씨는 “아버지는 사망 전날인 10월 26일 대전 을지병원에서 7년 전 폐 수술과 관련된 정기검진을 받았는데, 일부 항목에서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일부 항목은 2주 뒤에 결과가 나온다”라고 말했다. 이어 “증상이 악화해서 간 것이 아니다. 원래 큰 수술을 하면 6개월마다 정기검진을 받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29일 경찰의 부검 결과, 김 씨의 사망원인은 심정지였다. 박 씨는 “사망원인인 심장과 수술한 폐는 전혀 상관이 없다”라며 “7년 전 수술은 폐와 연결된 혈관이 터지면서 폐에 피가 고여 썩으면서 폐를 일부 절제했다”라고 말했다. 사망원인을 알 수 있는 조직 채취 결과는 2주 후에 나올 예정이다.

24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주범, 재벌택배사 규탄대회’ 참가자들은 한진택배 본사 건물에 각자 구호가 적힌 피켓을 붙이는 퍼포먼스를 했다.
24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주범, 재벌택배사 규탄대회’ 참가자들은 한진택배 본사 건물에 각자 구호가 적힌 피켓을 붙이는 퍼포먼스를 했다.ⓒ민중의소리

“원인은 심야 노동에 의한 과로사”

유족 측은 김 씨가 심야 노동으로 축적된 과로로 인해 사망했다고 보고 있다. 김 씨는 숨지기 3주 전 딸과 사위에게 “너무 힘들다. 그만두고 다른 일을 알아보고 싶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딸 김 모 씨는 “어머니 걱정할까 봐 아버지가 저희에게만 말씀하셨다. 아버지는 평생 운전을 직업으로 삼으셨는데 그동안 스트레스받는다거나 다른 일을 생각한 적이 없다. 그런데 3주 전 밤에 장거리를 오가는 것이 힘들다며 처음으로 그만두고 싶다고 하셨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생전 시내버스, 고속버스, 탱크로리 등 운송업에 종사했지만, 이번 택배 업무로 밤 고정 운송업무를 처음 맡았다고 박 씨는 말했다.

택배 운송 노동자 대다수가 심야 노동에 무방비로 노출돼있다고 이복규 택배노조 조직국장은 강조했다. 고객에게 직접 물품을 배송하는 택배 노동자에 비해, 택배 업체의 허브 터미널과 서브 터미널 사이를 오가며 물류를 운송하는 운송 노동자의 심야 노동 실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 조직국장은 “운송업무는 야간작업이 주다. 김 씨처럼 시작한 지 3개월이 됐을 때 (밤낮이 바뀌어) 가장 힘들다. 아침 9~10시에 집에 들어가도 잠이 안 온다. 김 씨도 설 잠을 자다가 출근해서 운전하며 피로와 과로가 계속 쌓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유족이 과로사한 택배노동자 고 김 모씨의 죽음과 관련해 한진택배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0.19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유족이 과로사한 택배노동자 고 김 모씨의 죽음과 관련해 한진택배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0.19ⓒ김철수 기자

심야 노동의 원인으로 ‘총알 배송’ 문화가 지목됐다. 이 조직국장은 “24시간 안에 배송한다는 한국의 ‘빨리빨리’ 택배 문화 때문에 운송 노동자들이 야간에 일할 수밖에 없다. 24시간 배송이 아니면 낮에 운송하고 다음 날 분류 작업하면 된다. ‘빨리빨리’가 사람 잡는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Y 물류를 통해 한진택배 일을 받는 ‘개인사업자’라서 산업재해 대상이 아니다. 한진택배 측은 “물류를 Y 물류에 맡겼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라고 했고, Y 물류 측은 “김 씨가 4대 보험을 안 들어서 산재가 어렵다”라고 했다고 유족 측은 말했다.

딸 김 씨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겠다. 믿기지 않는다”라며 갑작스러운 김 씨의 죽음에 말을 잇지 못했다. 사위 박 씨는 “아버지는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했다. 아이들과 주말마다 아버지를 찾아뵀는데, 아이들을 너무 좋아하셨다”라며 김 씨를 그리워했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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