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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좁고 가파른 언덕 동네…“마을버스 없으면? 안 돼, 안 된다니까”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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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교통의 ‘모세혈관’ 적자 파산, 막다른 골목 

“시민의 발 마을버스는 더 이상 운행이 어렵습니다.” 지난 9월 말부터 서울의 마을버스 전면에 현수막이 붙었다. 코로나19로 이용객이 크게 줄었다. 서울시가 지급하던 보조금도 감소했다.

“손쓸 방법 없이 적자 업체가 늘어난다”며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 현수막을 설치했다. 마을버스 업체들은 노선 변경도, 요금 조정도 할 수 없다며 하소연한다.

마을버스 업체들의 위기는 지역 주민들의 ‘이동 위기’로 이어진다. 마을버스는 민영이되 공공성이 강하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마을버스는 고지대 또는 외지마을, 산업단지·학교·종교시설 소재지와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과 노선버스 정류소 사이를 운행한다. 마을버스 취지는 지역민들이 교통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마을버스를 꼭 타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마을버스 주 승객들은 산동네에 사는 이들이다. 서울시도 공공성 때문에 보조금을 지원해왔다.

코로나19가 이어지면서 시 재정도 줄었다. 서울시는 자치구에 재정 지원을 요청했지만, 구의 재정도 넉넉지는 않다. 업계에선 도산, 파업 이야기도 나온다. 손실을 메우려면 ‘배차 간격 조정’을 해야 한다. 이 말에 담긴 핵심은 ‘운행 축소’다.

배차 횟수가 줄면 서울시 마을버스는 ‘농어촌 버스’가 될지도 모른다. 언제든 정류장에 가면 금방 탈 수 있는 마을버스는 보기 힘들어질 수 있다. 금천구 시흥동의 금천02번이 미래 마을버스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 동네 여러 가게엔 버스 시간표가 붙었다. 지난 20일 시흥동의 한 정류장에서 만난 여성이 말했다.

“미용실에 있다가 버스 시간표 보고 나왔어요. 무작정 나와서 기다리면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시간표는 꼭 봐야 해요.” 1시간에 2~3회 운행한다.

코로나19는 마을버스 제도의 한계를 드러냈다. ‘마을버스 지원’ 조례를 갖춘 지자체는 드물다. 마을버스 재정 지원은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마을버스 기사의 열악한 노동 문제도 여전하다. 노선 조정과 요금 인상에다 장애인 이동권과 환경 문제가 ‘마을버스’에 걸쳐 있다. 공공성을 어떻게 확립할지가 과제로 남았다.

북악산 자락 따라 비탈길…버스 한대 겨우 지나가는 골목 지난 22일 종로08번 마을버스가 서울 종로구 명륜3가 명륜길을 오르고 있다. 버스 종점과 연결된 이 길은 북악산 자락을 따라 가파르게 이어진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북악산 자락 따라 비탈길…버스 한대 겨우 지나가는 골목 지난 22일 종로08번 마을버스가 서울 종로구 명륜3가 명륜길을 오르고 있다. 버스 종점과 연결된 이 길은 북악산 자락을 따라 가파르게 이어진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서울 ‘교통 사각지대’ 다니는 마을버스 따라가보니 

용산02번 

서울 용산구 용산동2가의 ‘해방촌’은 실향민과 농촌을 떠나 서울로 온 이들이 모여 살며 생긴 마을이다. 남산 능선에 든 해방촌 언덕길은 가파르다. 용산02번 마을버스에는 “급경사 구간이오니 손잡이를 꼭 잡으세요”라는 안내 방송이 늘 나온다. 운전석 부근엔 ‘앞쪽으로 넘어지면 위험하오니 앞쪽으로 넘어지지 않도록 손잡이를 꼭 잡으세요’라고 쓰여 있다. 용산02번은 해방촌의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이다.

지난 21일 해방촌 한 골목길에서 A씨(87)를 만났다. 한 손에 종이포장지를 들고 언덕길을 조심히 내려갔다. 외출했다가 집에 가는 길이라고 했다. 그는 이곳에서 50년을 넘게 살았다.

해방촌에서 가장 높은 ‘해방촌오거리’의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해방촌성당 방향으로 골목을 더 깊숙이 걸어 들어가야 A씨 집이 나온다. 언덕길을 오르고 내려야 한다. 그는 걷다가 쉬기를 반복했다. “집 앞으로 마을버스가 다니면 좋지 않겠냐”는 말에 “조금만 걸으면 마을버스가 나와서 괜찮다”고 답했다.

“버스가 다녀도 번잡해서…”라며 좁은 골목을 가리켰다.

해방촌을 가로지르는 신흥로는 좁고 인도가 없다. 서울 곳곳으로 길이 통해 오가는 택시나 승용차도 많다. 자전거로 해방촌을 오가긴 더 힘들다. 비좁은 주택가라 주차 공간도 마땅치 않다. 마을버스가 이곳 사람들에겐 자가용인 셈이다. 구불구불한 언덕을 따라가는 마을버스가 없이는 해방촌을 벗어나기도, 찾아오기도 쉽지 않다. 마을버스 종점은 값비싼 부동산의 필수조건인 ‘역세권’과 동떨어진 곳이 많다. 이곳이 그렇다.

종로08번 

‘더 이상 운행이 어렵습니다’ 이승재 와룡운수 대표(왼쪽)가 서울 종로구 명륜3가의 차고지에서 정비사와 함께 차량 정비를 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더 이상 운행이 어렵습니다’ 이승재 와룡운수 대표(왼쪽)가 서울 종로구 명륜3가의 차고지에서 정비사와 함께 차량 정비를 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서울 종로구 명륜3가의 명륜길을 오가는 종로08번 마을버스 기사들은 “농담 조금 보태면 뒤로 누워서 올라가는 길”이라고 했다. 북악산 밑자락에 자리한 종점에서 150m 남짓 이어진 언덕을 오를 땐 엔진을 쥐어짜는 소리가 난다. 그래도 2~3분이면 충분히 내려가는 짧은 길이다. 이금례씨(88)는 이곳을 2~3차례 길가에 앉아 쉬며 천천히 내려가야 했다. 약국에 가는 길이다.

“시방 집에 있기 답답해서 운동 삼아 살살 걸어가고 있어.” 지난 22일 만난 이씨는 이 동네에 산 지 40년째라고 했다. 먼저 10년은 세 들어 살았고, 집을 산 뒤 30년을 더 살고 있다. 언덕길을 따라 오르고 내린 시간도 이와 같다. 종점 옆이 집이다. 이 언덕길은 마을버스를 타지 않으면 오를 수 없다. “올라갈 때는 마을버스 타고 가야 해. 안 그러면 집에 못 가.”

이씨는 최근 심장 수술을 해 유독 숨이 차다고 했다. 병원에 다니고 약국을 드나든다. 종로5가 시장에 갈 때도 있다. 마을버스를 안 타면 까마득한 거리다. 그는 마을버스를 “자가용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900원만 내면 갈 수 있으니까 좋지.” 다행히 마을버스가 늦지 않고 자주 와 편히 타고 다닌다고 했다. 이씨의 ‘자가용’인 마을버스는 위기에 직면했다.

이날 이승재 와룡운수 대표는 종로08번 종점 옆 차고지에서 차량을 정비했다. 낡은 작업화를 신고 기름 묻은 검은 토시를 찬 채 일했다. 1992년 정비사로 일을 시작해 1999년부터 마을버스 업체를 운영한다. 그는 정비사로, 업체 대표로 여러 이름이 붙은 경제위기를 겪었다. 코로나19는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었다. 얼마나 더 힘들어질지 예측하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수입이 35~40%는 줄었다. 마을버스는 적자가 나면 운송원가를 기준으로 서울시에서 환승손실 보조금 명목으로 지원금을 준다. 올해 정해진 운송원가는 45만7040원. 지난해보다 10% 줄었다. 서울시는 코로나19를 이유로 고통 분담을 요청했다. 여름이 지나면서 예산이 떨어져 추경 예산이 편성됐다. 서울시는 각 자치구에 재정 일부를 부담하라고 했다. 자치구마다 마을버스를 지원할 명확한 근거 조례가 없는 곳도 있고, 재정이 부족한 곳도 있다. 지원금은 크게 줄었다.

이 대표는 “8월에 신청한 지원금이 980만원이었는데, 510만원이 입금됐다”고 했다. “IMF 때도 힘든 걸 못 느꼈어요. 경제위기라고 사람들이 마을버스를 이용하지 않는 건 아니니까요. 코로나19 이후엔 사람들이 아예 움직이질 않으니까 더 어렵습니다.” 이 대표는 빚이 3억5000만원쯤 된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5년 된 차량을 조기폐차하고 새로 바꾸면서 1억5000만원을 빌렸다. 깨끗한 새 차로 운행을 하려던 것인데 코로나19를 예상하지 못했다. “어제(21일) 가서 1억원을 더 대출받았습니다. 이대로 가면 12월이면 모두 바닥납니다.”

그는 차량 운행을 줄이지 않았다. 배차 간격이 늘어나면 승객들이 불편해진다. 승객들은 매일 얼굴을 맞대는 ‘동네 주민’들이다. “시내버스는 뒤에서 뛰어오는 사람이 있어도 그냥 출발해버리는데, 마을버스는 그렇게 안 태워주면 택시 타고 종점까지 따라와서 항의해요. 동네에서 하는 거니까요.”

사장인 그가 직접 운전하며 차량 수리도 하는 게 거의 유일한 비용절감 방법이다. 업체 마음대로 요금을 올리거나 노선을 임의로 바꿀 수 없다. 그는 “함께 운영하는 다른 노선(종로07번)은 수익이 안 나오는데, 이용하는 주민들이 전혀 없지 않으니 폐선할 수도 없다”고 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시급 인상에 맞춰서 기사 급여도 더 주려고 하고 운행도 자주 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정말 빠듯해지고 있어요. 우리 회사는 그래도 수입이 적은 편이 아닙니다. 그래도 이렇죠.”

은행권 대출도 받기 어려워졌다. 사업조합에 따르면 일부 업체들은 은행권 대출이 어려워 연 8% 이상의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카드 대출을 이용한다.

금천02번 

배차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 금천02번 버스가 지나는 금천구 탑골로는 완만한 언덕길이다. 이 길에 요양병원과 아동복지관, 어린이집과 초등학교가 들어섰다. 관악산 자락 끄트머리에 있는 탓에 언덕을 올라야 종점에 다다른다. 종점까지 가는 길은 조금씩 험해진다.

여러 노인들이 보행기를 짚거나 등산용 스틱을 들고 언덕길을 올랐다. 마을버스 노선이 존재하지만 운행대수가 많지 않다. 금천02번 마을버스에 관해 물으면 주민들은 저마다 혀를 차며 한마디씩 거든다. “시골 같아요.”

종점 부근의 한 슈퍼마켓 담배 진열장에 버스시간표가 붙어 있다. 이곳에선 시간을 확인하지 않고 집을 나섰다가 버스를 놓치면 20분은 기다려야 한다. 서울에서도 배차 간격이 길기로 꼽히는 지역이다. 10.4㎞ 구간의 노선을 운행하는 버스는 2~3대가 전부다. 배차 간격도 20분 이상 걸린다. 미용실 등 상점은 마을버스 시간표를 붙여 놓는다.

문모씨(64)는 배차간격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기다리다가 걸어서 내려가고 올라가기 일쑤야. 버스가 잘 안 다니니까 불편해서 다들 이사 간다고 해.” 하소연하던 중 지나가던 주민들을 붙잡고 “기자 양반한테 이야기 좀 해봐”라고 했다. 문씨가 불러세운 주민들도 함께 거들었다. “내 나이가 74세인데, 버스 기다리다가 안 와서 걸어오고 있어. 늙었는데 다리 아파 죽겠어. 저기 은행사거리에서 오는 데 40분은 걸린 것 같아.” 마침 마을버스가 지나쳤다. “다 오니까 오고 있네.”

이곳에 버스 운행이 드문 건 이용객이 적기 때문이다. 탑골로 인근의 금하로는 도로가 넓고 아파트 단지가 많아 1~2분 간격으로 버스가 다닌다. 10분 정도 골목과 언덕을 걸어 나가야 한다. 이곳까지 가서 다른 버스를 타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 집 앞을 오가는 버스는 이용객이 적으니 버스 운행이 줄었다. 버스가 오지 않으니 이용률도 감소한다. 이곳 마을버스도 간신히 유지되는 셈이다.

종로03번 

마을버스도 닿지 않는 동네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봉제공장 밀집 지역은 높고 험한 언덕길로 유명하다. 전현진 기자

마을버스도 닿지 않는 동네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봉제공장 밀집 지역은 높고 험한 언덕길로 유명하다. 전현진 기자

종로구 창신동에 사는 김지훈군(12)은 ‘아랫동네’ 학원에 다녀오는 길이다. 낙산공원 종점 부근 집에서 종로03번을 타면 학원까지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걸어가면 20분은 가야 한다. 낙산은 해발 124.3m. 등산길로 치면 완만하다. 일상생활 터전으로는 거칠다. 김군은 집에 올 땐 늘 버스를 탄다.

버스종점에서 언덕길을 따라 조금 내려오면 자리한 슈퍼. 이곳 주인은 “마을버스가 없어지면 어떨 것 같냐”는 질문에 “안 돼”라고 단호히 말했다. “다른 교통수단이 있냐”는 물음에도 “그냥 안 된다니까”라고 답했다.

창신동은 서울의 대표적 ‘산동네’다. 골목을 따라 원단을 가득 실은 오토바이들이 쉼 없이 오간다. 언덕 능선을 따라 빼곡하게 주택과 봉제공장이 자리 잡았다. 종로03번은 지하철 6호선 창신역에서 숭인동을 돌아 창신동 바깥쪽을 낙산 언덕길을 따라 오른다. 종로03번은 ‘창신동 주민들의 발’이라고 불린다. 창신동 모든 지역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창신동 중심부에는 마을버스가 다니지 않는다. 대중교통 수단이 없다는 뜻이다. 마을버스는 최후의 대중교통이다. 차가 없으면 걸어야 한다. 언덕을 오르면 쌀쌀해진 날씨에도 땀에 흠뻑 젖는다.

창신동에서는 힘겹게 언덕을 오르고 내려오는 주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한 손에 커피상자를 든 노인이 교회 앞 벤치에 앉아 담배를 한 대 피우며 숨을 골랐다. 머리에 과일상자를 인 노인은 엉금엉금 언덕을 올랐다. “여기까지 걸어오셨어요?” 숨을 헐떡이는 노인은 말없이 손사래만 쳤다. “이제 다 왔어.”

이곳에 사무실을 둔 어느 시민단체 관계자를 만났다. 그는 “버스가 없으니 그냥 걸어서 올라온다.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에서 내리면 힘들지만 10분만 걸어오면 된다. 버스를 타면 오히려 멀리 돌아와야 해서 더 오래 걸린다. 택시도 여기까지는 안 올라오려고 한다”고 했다. 예컨대 동대문역에서 마을버스를 타면 창신역을 돌아 낙산 정상 부근의 버스 종점에서 내린다. 다시 언덕길을 걸어 내려와야 사무실에 도착한다. 시간이 두배 걸린다. 무릎에 자신이 있는 주민은 걷는 쪽을 택한다.

“음료수도 주고 떡도 주면서 (버스기사들에게) 고맙다고 하는 분들이 많아요. 마을버스는 주민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죠.” 종로03번을 운영하는 전정일 종로운수 대표는 창신동 내부로 노선을 만드는 방안을 논의한 적이 있다고 했다. 길이 좁고 험해 버스 운행이 쉽지 않아 보였다. 버스가 다니면 보행자가 줄어든다. 시장 상인이나 상점 주인은 손님이 줄어들 수 있다며 반대하는 의견도 낸다. 선거철만 되면 버스 노선을 늘리겠다는 공약이 쏟아지지만 실제로 이 지역에 효과적인 교통 대책이 나온 적은 없다.

서울에는 245개의 마을버스 노선(6월 말 기준)이 있다. 사업조합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마을버스의 대중교통 기여도는 11.4%다. 1일 승객수를 마을버스(118만명) 지하철(512만명) 시내버스(408만명)로 나눠 계산한 수치다. 마을버스 요금은 청소년(교통카드 기준 550원)이 2007년, 일반(900원)이 2015년에 인상된 뒤 동결된 상태다. 조합 관계자는 “대중교통 요금이 오르면 사람들이 반발한다.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지금 어려운 현실이 외면당하고 있다”며 “계속 힘들어지면 파업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이어지면 서울시에서는 지원을 줄이고 자구책을 생각해보라고 한다. 요금을 올릴 수도 없고 노선 변경도 마음대로 못하니 결국 배차를 줄이라는 얘기”라고 했다. “일반 시내버스는 준공영제라고 적자를 모두 보전해주는 걸 보면 코로나19의 고통 분담은 마을버스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을버스 이용이 불편하면, 다른 대중교통도 불편해져…시 직영이나 준공영제 고려할 만”
 

전문가들이 말하는 마을버스 문제


서울 마을버스는 민영제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환승제도 시행에 따라 2004년부터 마을버스를 지원했다. 대중교통 환승 할인으로 생긴 손해를 보조해주는 개념이다. 운송원가를 책정하고 적자가 난 부분을 메워준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마을버스에 대한 지원 방식에 큰 문제가 없었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지원이 줄어들었다. 마을버스 업체들은 지원 축소에 항의하고 요금 인상을 요구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입금과 승객이 모두 줄어 추경 예산을 편성해 지급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 추세가) 이어질지 몰라 자치구에 재정 지원과 함께 배차 간격 조정 등에 나서 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낮은 수준의 운송 요금과 재정난 해소가 시급한 상황이란 점은 서울시도 공감한다. 서울시는 국회와 시의회 등을 통해 수렴된 요금 인상 요구도 논의하기로 했다.

서울시와 일부 자치구 중에는 ‘마을버스를 지원할 수 있다’는 조례가 있는 곳도 있지만 법적 의무는 아니다. 코로나19로 재정이 부족한 상황에선 마을버스 지원은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교통 전문가들은 마을버스 제도를 개편하고, 공공성을 살리며, 버스기사 처우도 개선하는 여러 방면의 노력을 병행할 때라고 말한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시민 편의를 높이는 방향의 마을버스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승객이 적지만 필수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노선들이 있고 승객이 몰리지만 한두 개 업체가 독점하는 노선도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마을버스 업체들마다 수익이 크게 다르다. 민영제와 준공영제라는 양자택일만 있는 게 아니다. 민간 사업자에게 적자를 감내하라고 강요해도 안 된다. 공공성이 중요한 곳은 시에서 직접 운영하고 민영제와 준공영제를 섞는 복합형태로 운영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버스기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라도 업체들을 무조건 지원하는 방안이 능사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흑자를 내는 업체라고 해서 마을버스 기사 처우가 좋은 것도 아니다. 열악한 노동 환경을 통해 수익을 내는 몇몇 업체의 방식이 오히려 이익을 내기 위한 기준이 되는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공적 자금이 투입된다면 이런 문제가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자조합이 각종 노동문제가 불거진 업체를 규제하는지도 봐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행정 측면에선 마을버스가 덜 중요해 보일 수 있다. 실제 주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이라고 했다. 그는 “마을버스 이용이 불편하면 다른 대중교통 이용도 불편해진다. 결국 개인교통수단에 의존하게 된다. 기후위기 대응에도 마을버스 체계를 발전시키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마을버스 이용이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해선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단 주문도 나온다.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했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20~30분 거리를 그냥 가는 수밖에 없다. 장애인 전용 콜택시는 이용자가 많아 대기시간이 길다. 시각·청각 장애인도 마을버스를 자유롭고 편하게 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문 대표는 “서울시가 무장애 버스정류장을 보급한다고 했는데, 얼마나 진척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모창환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마을버스가 공공성이 더 높은데 시내버스가 먼저 준공영제로 운영된 건 역설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모 위원은 “서울시에서는 일반 시내버스를 준공영제로 운영하니 마을버스에 더 많은 수요를 가져가도록 하면 적자 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여길 수 있다. 버스 요금을 쉽게 올릴 수도 없고, 경전철 등 대체 교통수단이 생겨나면서 마을버스 문제 해결이 더 복잡해지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 측은 “마을버스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며 “경영합리화와 중복노선 문제, 시내버스와의 관계 등 여러 부분을 연구하고 있다. 연말 용역 결과를 반영할 게획”이라고 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0310600055&code=940100#csidxe85e432a6616442ad48181180cbd07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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