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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의 국제화’

 

 
 
<남북대화>자루 속에 보란듯이 집어넣을 송곳일 것인가?
 
한성 기자
기사입력: 2013/07/08 [20:38] 최종편집: ⓒ 자주민보
 
 


▲개성공단 재가동, 과연 현실화될 것인가?

7월 7일 개성공단 관련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에서 합의문이 나왔을 때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환호했다. 개성공단 시설점검과 완제품 및 원부자재 반출, 설비반출 등에 합의를 하는 성과를 남겼기 때문이었다.

정치적으로는 2008년 2월에 당국간 합의가 나온지 5년 5개월만에 나온 정부당국간의 합의라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여기에는 실무회담의 성과가 최근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된 어려운 환경을 딛고 남북대화에 새로운 물꼬를 틀수도 있다는 기대가 섞인 것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남북관계에 밝고 그 남북관계의 속성을 잘 아는 사람들은 다른 한편으로는 우려를 동시에 가질 수밖에 없었다. 개성공단 정상화문제가 험로를 걷게 될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실무회담 합의문에는 "준비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 기업들이 재가동하도록 한다"는 대목이 있다.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그러나 이 문항은 중요한 만큼의 갈등 소지를 안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준비되는 데에 따라’ 라는 대목이 그것이다.

그 ‘준비’가 무엇을 의미하느냐하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 준비를 두고 설비 점검과 같은 실무적인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라는 것으로 보면 문제는 없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이 부분은 원칙적인 합의"라면서 "그동안 있었던 가동 중단 등의 상황이 재발되지 않는 조건이 마련되고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가 되는 과정에서 (재가동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정부가 갖고 있는 공단정상화 조건이 재발방지책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설비를 점검한다고 해서 바로 재가동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통일부당국자의 발언이 유독 돋보였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발전적 정상화’ 개념에 대한 내용까지도 담고 있는 말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공단재가동의 조건이 무엇인지에 주목을 돌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우리당국은 지난 7.7실무회담에서 개성공단 정상화 조건으로 △개성공업지구 내 신변안전 및 재산보호, △통행, 통신, 통관 등 3통 문제의 제도적 보완 문제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북의 일방적 조치로 인한 피해에 대한 책임 있는 입장표명과 재발방지 보장, △완제품 및 원부자제 조속 반출, △물자반출을 위한 우리측 인원 출입경 보장 및 통신선 조속 복구, △시설 장비 점검 병행 등을 요구한 것이다.

언뜻 보면 개성공단중단사태의 책임소재 문제가 이후 회담에서 문제가 될 것처럼 보인다. 북 또한 마찬가지로 개성공단사태의 책임을 우리당국에게 떠넘기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에 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무회담이 타결되고 10일 후속회담을 예고하고 있는 조건에서 정부당국자가 언론에 흘린 개념 하나가 있다. ‘개성공단의 국제화’라는 개념이 그것이다. 정부당국자들이 ‘발전적 정상화’라는 개념에 연동시키면서 자주 사용하고 있는 개념이다. 유별 날 정도로 강조되고 있기도 하다. 언론들은 곧 바로 반응했다. 마치, 무슨 의도인지 알겠다는 듯한 모양새였다.

▲ ‘개성공단 국제화’ 개념은 이미 준비된 것일까?

"외국기업이 유치될 때, 그래서 개성공단이 국제화될 때 함부로 어느 날 출입이 금지된다거나 세금을 갑자기 올린다거나 하는 국제기준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 나올 수 없다"

지난 3월 말 통일부 업무보고 때 박근혜대통령이 했던 말이라고 연합뉴스가 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같은 꼭지에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개성공단은 국제 기준에 맞는 실질적인 경제특구 자유지역으로 완벽히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황대표의 언급은 ‘개성공단 국제화’와 관련된 박대통령의 의중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혔다.

이것들은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가 결국 ‘개성공단의 국제화’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들은 아울러 정부당국이 ‘개성공단 국제화’를 언론플레이를 통해 개성공단 정상화의 조건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6·15의 정신에 따라 건설된 민족공동의 경제개발지구를 국제화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개성공단의 국제화’와 관련하여 북이 지난 5월 15일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을 통해 주장한 내용이다. ‘개성공단 국제화’ 개념에 대해 얼마나 강력하게 반발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달 4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서도 새정부의 '개성공단 국제화' 구상 등에 대해 "외세를 끌어들여 개혁, 개방에 의한 '제도 통일' 준비를 다그쳐보려는 범죄적 기도의 산물"이라고 주장하면서 남북관계 개선보다는 대결과 흡수통일을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북이 ‘개성공단 국제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곳은 다른 곳이 아닌 정부당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당국에서 ‘개성공단 국제화문제’를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의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개성공단의 재가동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는 행위,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걱정거리를 안겨주는 행위라고 했다. 자주통일진영의 한 인사가 어두운 낯빛으로 한 지적이다. ‘발전적 정상화’니 ‘개성공단의 국제화’니 하는 것들은 자루 속에 숨겨진 송곳 같은 것이라는 설명까지 덧붙혔다.

그리고는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외국에 나가 북의 핵.경제병진노선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면서 북이 강력하게 반발할 것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을 번히 알면서도 그런 발언을 연이어 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고 반문했다.
대결의 자세인지 대화의 자세인지를 사람들은 상식을 갖고 판단하게 된다고 했다. 자루에 들어있는 송곳은 대화의 진정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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