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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원전서 방사능 어디서·얼마나·어디로 새는지 한수원·원안위도 몰라”

경주 주민 및 환경단체, 시민사회 참여 민관합동조사위 구성 촉구

이승훈 기자 lsh@vop.co.kr
발행 2021-01-12 18:31:05
수정 2021-01-12 20: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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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이 새고 있는데, 어디서·얼마나·어디로 새는지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도 모르고,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도 모르고 있다.”

12일 경주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이 기자회견에서 우려하면서 한 말이다.

‘고준위핵폐기장 건설반대 양남면대책위원회’(양남면대책위), ‘월성원전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이주대책위),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공동행동) 등은 이날 경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월성원전 부지 방사능 누출 오염 사태’와 관련해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한수원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8월부터 2020년 5월 사이에 월성 4호기에서 7회에 걸쳐 감마핵종이 미량검출됐다.
한수원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8월부터 2020년 5월 사이에 월성 4호기에서 7회에 걸쳐 감마핵종이 미량검출됐다.ⓒ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제공
보라색 반투명 원으로 표시된 곳이 월성 3호기 주변 우물로 각각 리터당 1950 베크렐, 3800 베크렐, 3770 베크렐, 1140 베크렐 삼중수소가 관측됐다. 또 녹색 반투명 원으로 표시된 월성 4호기 폐수지저장탱크 옆 우물에서도 리터당 2300 베크렐 삼중수소가 관측됐다. 이는 다른 20여 곳의 우물에 비해 매우 높은 농도다.
보라색 반투명 원으로 표시된 곳이 월성 3호기 주변 우물로 각각 리터당 1950 베크렐, 3800 베크렐, 3770 베크렐, 1140 베크렐 삼중수소가 관측됐다. 또 녹색 반투명 원으로 표시된 월성 4호기 폐수지저장탱크 옆 우물에서도 리터당 2300 베크렐 삼중수소가 관측됐다. 이는 다른 20여 곳의 우물에 비해 매우 높은 농도다.ⓒ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제공  
 
3호기 터빈갤러리 맨홀서 고농도 발견

주변 우물 및 SRT서도 높은 농도 관측
4호기 SFB 집수정에선 감마핵종까지 검출
“시민사회 참여 민관합동조사위 구성해야”

최근 이들 주민과 단체는 지난해 6월 작성된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현황 및 조치계획에 관한 한수원 내부 보고서를 내부고발 형태로 입수했다. 보고서에는 매우 우려스러운 내용이 담겨 있었다.

 

월성 3호기 터빈갤러리 배수로 2곳에서 리터(L)당 71만3000 베크렐(Bq)의 고농도 삼중수소가 측정된 고인물이 발견됐다는 내용이다. 이는 한수원이 원전 주변에 보초 우물을 두어 주기적으로 관측할 때 삼는 기준보다 18배 높은 고농도다. 감시·부지경계우물 기준보다는 180배 높다. 하지만 한수원은 “공기 중에 있는 삼중수소가 고인물로 전이된 것”이라며 논란을 일축하고 있다.

또 해당 보고서에는 월성 3호기 주변 4곳의 보초우물과 감시우물이 한수원 정한 기준치보다 높진 않지만 다른 20여 곳의 보초·감시·부지경계 우물에 비해 삼중수소 농도가 높다는 감시 결과도 담겼다. 이를 근거로, 주민과 환경단체는 월성 3호기 어딘가에서 삼중수소가 새어 나오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월성 4호기 옆에 붙어 있는 폐수지저장탱크(SRT) 주변 우물에서도 다른 곳보다 몇 배나 높은 리터당 2300 베크렐의 삼중수소 농도가 관측됐다. SRT는 리터당 최대 3억2400만 베크렐의 삼중수소가 관측되는 곳으로, 사용후핵연료저장조(SFB)보다 100배 높은 삼중수소 농도를 띠고 있는 곳이다. 게다가 월성 4호기 SFB 집수정에서는 감마핵종이 2019년 8월에서 2020년 5월 사이에 7회 미량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수원이 2020년 6월 작성한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현황 및 조치계획에는 이 같은 현황이 적혀 있었다.
한수원이 2020년 6월 작성한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현황 및 조치계획에는 이 같은 현황이 적혀 있었다.ⓒ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제공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등은 12일 경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월성원전 방사능 누출 논란과 관련해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위원회 구성을 촉구했습니다.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등은 12일 경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월성원전 방사능 누출 논란과 관련해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위원회 구성을 촉구했습니다.ⓒ경주환경운동연합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 월성원전 부지에서 발생하는 지하수의 양과 이동 경로 ▲ 비계획적 유출을 방지하고 환경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규제 방안 ▲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위원회 구성 등을 촉구했다.

주민 및 환경단체는 “인근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에서 하루 1500t의 지하수가 유출되고 있다”라며 “이를 월성원전 부지의 지하수량으로 대입하고, 부지가 평균 리터당 1000베크렐 농도로 삼중수소에 오염됐다고 가정하면, 연간 5475억 베크렐의 삼중수소가 외부로 유출되고 있는 것”이라며 “이게 아니라면 한수원은 지하수 흐름에 대한 조사를 먼저 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또 “월성원전 부지의 방사능 오염은 비계획적 유출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방사능 오염수가 통제 아래 정해진 경로를 통해서 배출됐다면, 이처럼 광범위한 오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비계획적 유출을 방지하고 환경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규제 방안 마련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민 및 환경단체는 “월성원전 부지의 방사능 오염이 이토록 심각하게 진행되는 동안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비롯해 감시·감독의 의무가 있는 경주시·시의회·민관환경감시위원회 등은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라며 “직무유기에 따른 규제 실패”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비롯한 유관 기관들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위원 구성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한수원은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관측공의 삼중수소 농도가 배출관리기준(리터당 4만 베크렐)을 초과하여 배출된 사례는 없으므로 원자력법에 따른 운영기술지침서 위반사례는 없다”라며, 별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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