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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원전 방사능 누출 논란, 한수원 반박에도 해명되지 않는 여러 지점들

터빈건물서 발견된 고농도 우물 조치 뒤에도 6만 베크렐 검출, 수차례 보수한 감마핵종 발견 수조 등

이승훈 기자 lsh@vop.co.kr
발행 2021-01-13 16:29:19
수정 2021-01-13 16: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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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9월 12일 경북 경주 인근에서 역대 최대 규모(5.8)의 지진이 발생으로 경주 월성 원전 1~4호기가 안전점검을 위해 일시 중단됐다.
지난 2016년 9월 12일 경북 경주 인근에서 역대 최대 규모(5.8)의 지진이 발생으로 경주 월성 원전 1~4호기가 안전점검을 위해 일시 중단됐다.ⓒ김철수 기자  
 
최근 경주 월성원전 3호기 터빈건물 하부 배수관로에서 고농도의 삼중수소 우물이 발견되고 주변 보초·감시 우물에서도 상당량의 삼중수소 농도가 관측되면서, 방사성물질 누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논란은 최근 경주 월성원전 인근 주민 및 환경단체에 한수원 문건이 내부고발 형태로 투서되면서 시작됐다.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현황 및 조치계획’이라는 제목의 이 문건은 지난해 6월 23일 작성된 것으로, 월성원전 1·2·3·4호기 주변 보초·감시·부지경계 우물(총 27곳) 그리고 뜻밖의 우물(월성 3호기 터빈건물 내부에서 발견)에서 삼중수소 농도를 측정한 결과 등이 적혔다.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배출관리기준을 초과하여 삼중수소 등 방사성물질이 배출된 사례가 없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국민의힘 등 일부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반박에 기대 방사성물질 누출 의혹을 ‘괴담’으로 취급하고 있다.

이에, 정말 문제가 없는지 논란의 시작이 된 한수원 자료에서 확인되는 문제점을 한수원의 해명자료와 환경단체·더불어민주당 특별위원회 검토 자료 등을 토대로 정리해 봤다.

한수원이 2020년 6월 작성한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현황 및 조치계획에는 이 같은 현황이 적혀 있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9년 4월 터빈건물 맨홀에서 문제의 고인물이 최초로 발견됐다. 이 고인물은 액체폐기물 계통으로 처리됐으나, 여전히 해당 부근에서 리터당 6만 베크렐 수준의 고농도 고인물이 형성되고 있다.
한수원이 2020년 6월 작성한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현황 및 조치계획에는 이 같은 현황이 적혀 있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9년 4월 터빈건물 맨홀에서 문제의 고인물이 최초로 발견됐다. 이 고인물은 액체폐기물 계통으로 처리됐으나, 여전히 해당 부근에서 리터당 6만 베크렐 수준의 고농도 고인물이 형성되고 있다.ⓒ한수원 내부 보고서

① 월성 3호기 터빈건물서 발견된 우물 논란
제거 뒤로도 6만 베크렐 상당 고농도 우물 형성
3호기 주변 우물서도 비교적 높은 농도 관측

 

가장 먼저 문제가 된 것은 월성 3호기 터빈건물 하부 지하 배수관로에서 발견된 우물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4월에 이 우물이 최초 발견됐으며 해당 우물에서 리터(L)당 71만3000 베크렐(Bq)의 삼중수소가 측정됐다. 이는 원전 주변에 방사성물질이 새고 있는지 관측하기 위해 설치된 보초·감시 우물에서 기준으로 삼고 있는 삼중수소 농도(리터당 4만 베크렐)보다 약 18배 높은 고농도이며, 예기치 않은 발견이어서 주민 및 환경단체가 강한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원전 주변 지역이 아닌 원전 건물 내 특정 지점에서 일시적으로 검출된 것”이라며, 발견 즉시 액체폐기물계통으로 회수하여 절차에 따라 처리했기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또 일부 언론에 보낸 설명자료에서는 “공기 중에 있는 미량의 삼중수소가 장기간에 걸쳐 고인 물에 전이된 것”이라며 논란을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왜 고농도 우물을 제거한 뒤로도 문제의 장소에서 리터당 6만 베크렐 수준의 삼중수소가 검출되는지’, ‘원전 운영 30년 동안 왜 이제야 문제가 발견됐는지’ 등에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설명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또 한수원은 문제의 월성 3호기 주변에서 관측된 보초·감시 우물의 삼중수소 농도에 대해서도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월성 3호기 주변에는 WS-3, WS-6, WS-4, SP-5 등의 보초·감시 우물이 있는데 이곳에서 최대 리터당 각 3800 베크렐, 1950 베크렐, 1140 베크렐, 3770 베크렐의 삼중수소 농도가 관측됐다. 이는 통제가 안 되는 상황으로 삼는 배출관리기준에는 미치지 않지만 ‘리터당 336 베크렐에서 짙어봐야 1000 베크렐을 조금 넘는 다른 20여 곳의 보초·감시·부지경계 우물’에 비해 꽤 높은 농도다.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등도 이 관측 내용을 짚으며 “3호기의 어느 지점에서 삼중수소가 지속해서 새어 나와 주변을 오염시키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수원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8월부터 2020년 5월 사이에 월성 4호기에서 7회에 걸쳐 감마핵종이 미량검출됐다.
한수원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8월부터 2020년 5월 사이에 월성 4호기에서 7회에 걸쳐 감마핵종이 미량검출됐다.ⓒ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제공

② 4호기 사용후연료저장조 수조에서 ‘감마핵종’
2010년부터 보수작업...10년 가까이 누설됐나?
에폭시라이너 외 콘크리트 구조물 균열 우려

충격적인 지점은 2019년 8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월성 4호기 사용후연료저장조(SFB) 집수정에서 7회에 걸쳐 방사성물질인 ‘감마핵종’이 검출됐다는 점이다. 감마핵종은 삼중수소와 달리 콘크리트를 통과할 수 없다. 그런데도 감마핵종이 발견됐다는 것은 사용후연료저장조에 균열 등이 있을 수 있다는 대단히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더군다나 더불어민주당 환경특별위원회 등에 따르면, 월성원전 4호기 사용후연료저장조는 타 원전과 달리 2010년·2014년·2018년·2019년 여러 차례 보수작업의 대상이 됐다. 이같이 반복해서 보수작업이 이루어졌어야 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다른 원전과 달리 월성원전 사용후연료저장조 내부가 근본적으로 취약한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월성원전을 제외한 다른 원전의 사용후연료저장조는 6mm 두께의 스테인리스 철판을 이용해 방수공사를 한 반면, 월성원전(1~4호기) 사용연료저장조의 방수는 고작 1mm 두께의 에폭시라이너를 칠한 것이 전부인 것으로 전해졌다.

월성 1호기 에폭시라이너와 관련해서는 최근 3년간 균열, 부품 등 525곳의 문제가 발견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수원은 “감마핵종 미량검출 원인은 2019년 5월~6월에 있었던 사용후연료저장조 보수 공사 이전의 잔량으로 추정되고, 보수 후에는 감마핵종이 검출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러 차례 보수공사를 했음에도 감마핵종이 발견된 것이어서, ‘그동안 감마핵종이 얼마나 누출됐었는지’ 그리고 ‘다시 검출되는 일은 없을지’ 등과 관련한 우려를 불식시키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노란색 반투명 원으로 표시된 보초우물에서는 최대 리터당 2만8200 베크럴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이는 다른 우물보다 10배에서 100배 높은 수준이다.
노란색 반투명 원으로 표시된 보초우물에서는 최대 리터당 2만8200 베크럴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이는 다른 우물보다 10배에서 100배 높은 수준이다.ⓒ한수원 내부 보고서
다른 곳보다 10~100배 높은 농도 삼중수소 검출
다른 곳보다 10~100배 높은 농도 삼중수소 검출ⓒ한수원 내부 보고서

③ 다른 곳보다 농도 100배 높은 보초우물
배관 교체했으나, 여전히 높은 농도 관측
“한수원, 원인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나”

월성 2호기 후면에 설치된 WS-2 보초우물 삼중수소 농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곳에서는 최대 리터당 2만8200 베크렐 상당의 삼중수소 농도가 관측됐다. 기준치를 넘는 농도는 아니지만 다른 관측 우물에 비해 10~100배 높은 수준이다.

한수원은 2차 계통수 누설이 원인이라고 추정하고 지난해 4~6월경 매설 배관을 교체했으나, 최근까지도 WS-2 보초우물에서 다른 우물에 비해 10배 이상의 삼중수소 농도가 관측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다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한수원도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그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용후연료저장조 및 주변 구조물 측면도
사용후연료저장조 및 주변 구조물 측면도ⓒ더불어민주당 제공

④ 처음이 아니다...최후의 방벽 손상 사건
2012년경 발생했지만, 여전히 보수 못 해

월성원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수원은 2012년 격납건물여과배기설비(CFVS)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오염수 외부확산을 막는 최후의 방벽인 차수막’(월성 1호기)이 손상됐음에도, 이를 모르고 있다가 6년이 지난 2018년 8월에서야 인지하고,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19년 5월에서야 인근 주민들에게 알린 바 있다.

이후 한수원은 격납건물여과배기설비를 철거하고 손상된 차수막을 2020년 1월까지 보수하겠다고 했으나, 계획이 두 차례 미루어지면서 오는 2021년 6월까지 보수하겠다고 한 상황이다.

또 이 사건이 알려지는 과정에서 월성 1호기의 차수막이 콘크리트 구조물로 시공된 월성 2·3·4호기와 다르게 점토(흙)로 시공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한수원이 6년 뒤에서나마 문제점을 알 수 있었던 것은 월성 2·3·4호기 설치 인허가 과정에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KINS의 지적이 없었더라면 2·3·4호기도 동일한 차수막 손상이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월성원전 비계획적 방사성물질 누출 사건'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01.13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월성원전 비계획적 방사성물질 누출 사건'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01.13ⓒ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기준치 이하라 아무런 문제 없다?
“어디서·얼마나·어디로 샜는지 아무도 몰라”
“투명한 공개, 시민 참여 조사위 구성” 촉구

한수원은 기준치를 넘어선 바 없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인근 주민과 환경단체 입장은 다르다. 기준치를 넘진 않았어도 월성원전 주변 27개 모든 우물에서 삼중수소가 관측되고 있고, 원전에서 멀리 떨어진 부지에 위치한 부지경계우물(SP-1)에서도 꽤 높은 농도(리터당 1320 베크렐)의 삼중수소가 관측됐기 때문이다.

주민·환경단체 입장에서는 방사성 물질 외부 누출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등이 지난 12일 경주시청 앞 기자회견에서 “연간 5475억 베크렐의 삼중수소가 외부로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한수원에 지하수 흐름에 대한 조사를 촉구한 이유다.

한편,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환경특별위원회·탄소중립특별위원회·과학기술정방송통신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양이원영 환경특위원장은 “현재 확인된 것만으로도 월성원전 부지 전체가 굉장히 광범위하게 오염돼 있단 걸 확인할 수 있다”라며 “이게 월성원전 부지 바깥으로 나갔는지는 좀 더 조사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 참여한 양이원영 등 34명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오는 18일 오전 월성원자력본부를 방문해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투명한 정보공개를 요구할 계획이다. 또한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하고, 주민 참여 민관합동조사위원회 구성 등 주민들이 요구를 검토할 계획이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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