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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만들면 계약해지로 집단해고’...전형적 노조파괴 공식 자행한 LG

[손쉬운 집단해고 ①] 10년 전 홍익대가 벌인 노조파괴 똑같이 반복

이승훈 기자 lsh@vop.co.kr
발행 2021-01-22 21:15:36
수정 2021-01-22 21: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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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21일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열린 가처분으로  노조 탄압 LG 규탄, 청소노동자 고용 승계 촉구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2021.01.20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21일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열린 가처분으로 노조 탄압 LG 규탄, 청소노동자 고용 승계 촉구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2021.01.20ⓒ김철수 기자 
 
80여명의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가 집단해고된 사태가 풀리지 않고 있다. LG는 강 건너 불구경이다. ‘LG가 100% 지분을 가진 LG트윈타워 건물 관리업체 S&I코퍼레이션’과 ‘구광모 LG 회장 고모들이 소유하고 배당금을 챙겼던 파견업체 지수INC’에서 벌어진 일인데도, LG는 전혀 관련 없다는 듯 아무런 반응조차 안 한다. 해고 자체는 파견업체에서 벌어진 일이니, LG와 관련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LG의 계산처럼 흘러갈까. 홍익대 청소·경비 노동자 집단해고 때부터 알게 모르게 반복되어온 파견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손쉬운 해고를 우리사회가 가만히 보고만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① 10여년 반복된 노조파괴 공식 ‘노조결성→파견업체 계약 중단→집단해고’


직접고용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관련 없다는 태도부터 농성 행위마다 돈을 뜯어내겠다는 것까지 모든 면면이 부도덕한 기업의 행태와 같았다.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사태에 대해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크게 분노하고 있다. 110여개 서울지역 풀뿌리단체에 이어 60여개 학생·청년 단체까지 불매운동에 나섰다. 심지어 일본 불매운동을 연상케 하는 ‘NO LG’ 문구까지 등장했다. 이같이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크게 반응하는 이유는 LG에 대한 기대가 무너진 탓도 있지만, 단순히 그렇지만도 않다.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비판받아 왔던 기업들이 벌인 전형적인 ‘합법을 가장한 집단해고·노조파괴 공식’을 대한민국 4대 재벌 대기업 LG가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사회에서는 파견노동자들이 노조를 세우고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하면, 파견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방법으로 손쉽게 집단해고·노조파괴하는 일이 반복돼 왔다. 2011년 홍익대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사태가 가장 대표적이다. 당시 집단해고 사태를 겪었던 박진국 홍익대 경비노동자는 21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도 노조 출범 두 달 만에 용역회사와 홍익대가 재계약을 안 하면서 오갈 곳이 없는 신세가 됐었다”라며 “우린 농성 중인데, 한쪽에서는 신규채용해서 교육하고 있고. 지금 LG트윈타워 상황과 똑같았다. 청소노동자들 마음고생이 엄청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인화(人和·사람을 아끼고 서로 화합한다) 경영’ 등 윤리적 경영 철학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어왔던 LG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에게 온라인으로 응원과 연대를 보내는 청년 학생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에게 온라인으로 응원과 연대를 보내는 청년 학생들ⓒ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는 청년·학생 모임

노조결성→계약해지→집단해고
중소기업서 10년째 반복된 노조파괴 공식
이에 편승한 재벌 대기업 LG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길게는 10년 동안 각종 부당함을 견디며 일해 왔다. “토요일에도 허리를 펼 수 없을 정도로 일했다. 토요일에는 임금도 안 받고 서비스를 해준 셈”이라는 한 청소노동자의 말처럼, 회사는 하루 일터에 머무는 시간이 10시간가량 되는 청소노동자들의 평일 근무시간을 7.5시간으로 계산했다. 5일 기준 주 40시간이 안 되게 한 후 주말에도 주말수당 없이 일을 시키기 위함이다. 요즘은 소규모 회사에서도 잘 안 하는 이른바 ‘근무시간 꺾기’다. 특수 업체가 해야 할 왁스 작업도 이들 청소노동자의 몫이었다. 지난 14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박소영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LG트윈타워 분회장은 “한두 번 닦아서 (식당 바닥의) 기름때를 뺄 수 없으니 5~6번은 닦았다”며 “너무 힘들어서 ‘이곳이 수용소’인가 싶었다”라고 한탄했다.

청소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한 것은 지난 2019년 9월경. 청소노동자들은 육십 평생 처음으로 권리를 찾기 위한 쟁의행동을 시작했다. 청소노동자들의 정년을 70세로 연장해달라는 요구였다. 대부분 60세 이상의 노동자이기 때문에 나온 요구였다. 그러자, 회사는 파견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형태로 집단해고했다.

LG 자회사이자 LG트윈타워 건물 관리업체인 S&I코퍼레이션(S&I)은 1월 1일부로 청소노동자 80여명을 집단해고하면서도 당당했다. S&I는 언론에 “LG트윈타워 입주업체 조사에서 청소 서비스 만족도가 낮게 나왔기 때문에 파견업체를 바꿔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청소노동자들이 노조 결성 후 1년 동안 농성하느라 서비스에 신경을 안 썼기 때문에 본인들은 어쩔 수 없이 파견업체(지수INC)와의 계약을 해지했다는 설명이다. 피해자는 청소노동자가 아니라 기업이라는 뉘앙스가 담긴 설명이다.

S&I는 청소노동자 80여명이 하루아침에 해고되는 ‘파견업체 변경’을 진행하면서도, 고용승계 작업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새로운 파견업체를 선정했고, 신규채용이 진행됐다. 사실상 청소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고 시끄러워지자 파견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방법으로 전부 해고한 뒤 군말 없이 일만 할 청소노동자들을 구한 것이다.

“다른 사업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전환 배치하겠다”는 방안은 집단해고로 논란이 된 뒤에서야 나왔다. 물론 이 또한 10년 동안 일하며 정든 일터를 떠나야 하고, 조합원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노조가 와해된다는 문제가 있다.

S&I는 직접적인 사용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은 방식으로 집단해고해도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본 것으로 보인다. 용역·파견 업체 계약해지를 통한 집단해고가 한국사회에서 통상 벌어졌던 일이기 때문이다.

2011년 홍익대 청소경비노동자 170명도 똑같은 시나리오대로 집단해고를 당한 바 있다. 당시에도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고 임금 인상을 요구하자, 홍익대는 용역업체와의 계약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이들을 해고했다. 심지어 이후 해고된 노동자들이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사 측이 보여준 대응 방식까지 LG와 홍익대는 빼닮았다. S&I는 법원에 농성 행위 1회당 200만원을 지급하게 해야 한다며 업무방해 금지 등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는데, 10년 전 홍익대 또한 같은 방식으로 노동자들의 농성을 방해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사업장에서 같은 방식의 집단해고가 벌어졌다.

W사 상담사들이 23일 W사 본사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2020년 11월 23일.
W사 상담사들이 23일 W사 본사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2020년 11월 23일.ⓒ서비스일반노조 제공

지난해 6~8월에 벌어진 한동대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건도 비슷했다. 한동대도 재정적자를 이유로 들며, 청소용역업체와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30여명의 청소노동자를 해고했다. 지난해 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제품을 생산·판매하는 위닉스에서 일하던 콜센터 상담사들도 똑같은 방식으로 쫓겨났다. 상담사들이 노조를 결성해 단체협상 등을 요구하자, 원청인 위닉스는 “실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위탁업체인 메타넷엠플랫폼과의 계약을 종료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에서 일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130여명도 2017년 같은 시나리오로 일자리를 잃었다. 하청업체 HTRC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해 교섭을 요구하자, 원청 만도헬라는 HTRC와의 계약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최근 동강병원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병원 영양실 조리원들이 갑질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조를 결성하고 문제제기를 시작하니, 병원은 위탁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방법으로 조리원 28명을 집단해고했다. 이 때문에, 보건의료노조는 조리원 집단해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동강병원 및 새 위탁업체를 상대로 ‘총력투쟁’을 선포했다.

이같이 다수의 사용자는 아무런 도덕적·법률적 부담 없이 10여년째 똑같은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용자들이 파견업체 노동자 집단해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여부 등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노총·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서비스연맹 법률원,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 노동법률단체는 지난 19일 의견서를 통해 “LG 측이 주장하는 ‘도급관계’를 전제하더라도 S&I가 청소노동자들의 노동관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상의 사용자로서 지위가 인정된다”며 노조법상 사용자는 반드시 직접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지적했다.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사태와 관련해 LG 자회사 S&I도, 그리고 LG도 책임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 법원도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사건을 단순히 업체 간 계약해지 건으로 보지 않고 있다. LG 측이 제기한 업무방해 금지 등 가처분 신청에서,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이 사건 건물의 청소에 관한 도급인인 채권자(S&I)는 수급인인 지수INC를 통해 지수INC의 근로자인 채무자(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가 제공한 근로의 결과를 향유했고, 이를 통해 LG로부터 수탁한 업무를 수행했다”며, S&I가 노조법 제38조 제1항의 ‘쟁의행위와 관계없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S&I가 청소노동자들을 고용한 직접적인 사용자는 아니지만, 노동자들이 농성하는 이유와 관련 있다고 본 것이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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