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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사법농단 판사’ 2명 중 임성근 탄핵만 추진하는 이유

법리적·정치적 다툼 소지 경계하고, 위헌성 확실한 임성근에 ‘탄핵 집중’ 방침

최지현, 남소연 기자
발행 2021-01-29 09:28:15
수정 2021-01-29 09: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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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의 모습. 자료사진. 2021.01.28.
28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의 모습. 자료사진. 2021.01.28.ⓒ정의철 기자 /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은 28일 '사법농단 판사'로 지목돼 탄핵 대상으로 거론되던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와 이동근 서울고법 부장판사 중 임 판사에 대해서만 탄핵소추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전날에 매듭짓지 못한 '사법농단 판사' 탄핵 추진 여부를 논의했다. 그 결과에 대해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헌법 위반 혐의를 받는 임 판사에 대한 의원들의 탄핵소추 추진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가 앞장서는 게 아니라 개별 의원들의 탄핵소추안 발의를 '허용'한다는 수준에 그치면서, 당 지도부가 '사법농단 판사' 탄핵에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당 안팎에서 터져 나왔다.

애초 민주당 지도부는 당내에서 판사 탄핵 움직임이 일고 있는 데 대해 부담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판사 탄핵을 추진했다가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야당의 반발로 정국이 혼란해지는 것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판사 탄핵에 결론을 내지 못했던 전날 의원총회가 끝난 뒤 박성준 원내대변인이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 입장에서는 민생국회 고민이 많은데 (판사 탄핵까지 하려면)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부분은 (논의 중에) 있었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틀 연속으로 진행된 의원총회에서 판사 탄핵에 대한 찬성 의견이 다수 나오고 당 안팎의 지지 여론도 높은 만큼 당 지도부가 이를 완전히 외면하긴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진지한 검토 끝에 민주당 지도부는 '사법농단 판사' 2명 중 1명에 대해서만 탄핵소추 추진을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홍정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판사 탄핵을 당론으로 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당론이 '일하는 국회법'밖에 없다"며 "(나머지는) 당론이라고 명칭하고 추진하는 건 거의 없다"고 밝혔다. '당론으로 정하지 않은 것은 무책임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당론으로 정해 의원 의사를 강제적으로 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사법농단 판사' 탄핵을 함께 추진해오던 박주민 의원도 이날 밤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 의원을 비롯한 많은 의원들이 애를 쓰셨고, 지도부가 현명하게 결정해줬다"고 평가하면서 "마무리 과정도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판사 탄핵 여론을 일으킨 문제의 사건은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이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사법농단을 수사한 검찰 기록에는 이 사건 재판장이던 이동근 부장판사가 선고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이던 임성근 부장판사에게 선고 요지 초안문을 이메일로 보냈고, 임 판사는 '청와대가 싫어할 것'이라는 취지의 이유로 초안의 특정 표현과 문장을 고쳐 답신했다고 나와 있다.

임 판사는 답신에서 "허위사실은 명백하지만, 비방 목적이 없으니 무죄"라는 취지가 드러나는 방향으로 수정을 요구했고, 이 판사는 최종 선고문에 해당 부분을 그대로 반영했다. 이 중 임 판사의 죄가 탄핵에 이를 만큼 중하다고 민주당은 판단했다.

이 대표는 이날 밤 페이스북 글을 통해 "당초 이탄희 의원은 판사 2명의 탄핵소추를 준비했으나, 잘못이 현저한 임 판사만 소추하는 것으로 이 의원 스스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임 판사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요구를 위축시키기 위해 외신기자의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재판에 개입해 판결문 수정을 요구하는 등 담당 판사의 재판 독립성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법원은 1심에서 임 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임 판사의 행위가 위헌적이라는 것은 판결문에서 6차례 언급했다"며 "더불어 2018년 법관대표자 회의는 그에 대한 탄핵소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대한민국 사법체계를 수호해야 할 판사의 위헌적 행위를 묵과하고, 탄핵소추 요구를 외면한다면, 그것은 국회의 직무유기가 될 것"이라며 "법원에서 위헌적 농단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저희는 고심 끝에 탄핵소추를 인정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소추까지의 과정은 국회법에 따라 진행되고, 소추 이후의 과정은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 아침에 당내 법률전문가 몇 분으로부터 이 판사는 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좋겠다는 제안이 있었다"며 "그 제안 이 의원이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우선 법관대표자 회의 결정문의 해석상 이 판사가 포함되느냐 여부에 대해선 다툼의 소지가 충분히 있다. 일부 법률전문가는 (탄핵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고 의견을 개진했고 이 의원도 다툼의 소지가 있을 수 있겠다고 받아들였다"고 부연했다.

또한 "(이 판사의 경우 임 판사보다) 잘못이 상대적으로 경미하다는 것 또한 이 의원이 수용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홍 원내대변인은 "의원들 가운데 여러 찬반 의견이 있는데, 조금 더 확실한 분을 (탄핵소추)하게 되면 좀 더 찬성하는 의원이 많아질 거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부연했다.

국회법 130조에 따르면 국회는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해야 한다. 늦어도 이달 안에 탄핵소추안 서명작업이 마무리돼야 다음 달 2일 첫 본회의에서 보고한 뒤 72시간째가 되는 5일에 탄핵소추안이 처리될 수 있다.

앞으로 '사법농단 판사'를 탄핵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제안했던 이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정의당, 열린민주당, 기본소득당 의원 107명을 중심으로 임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판사 탄핵 요건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발의와 과반수 찬성이다.

만약 판사 탄핵이 끝내 불발될 경우 정치권 안팎에서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탄핵소추가 될 경우에는 이후 헌법재판소가 최종 판단하게 된다.

최지현,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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