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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특권 지키려 ‘코로나 백신 협력 거부’ 운운하는 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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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1/02/22 08:53
  • 수정일
    2021/02/22 08:53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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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범죄에도 ‘면허 유지’ 특혜 누려온 의사들...의료개혁 강조한 정부 “불법 집단행동 시 강력한 행정력 발동”

김도희 기자 doit@vop.co.kr
발행 2021-02-21 18:24:28
수정 2021-02-21 19: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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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살인·절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를 규제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자 대한의사협회가 ‘총파업’을 운운하며 향후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추진 등에 반발해 총파업으로 맞섰던 의협이 또다시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겁박에 나선 셈이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2021.02.17.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2021.02.17.ⓒ뉴시스
 

중범죄에도 면허 유지 특혜 누려온 의사들, 20년 만에 가까워진 법 개정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9일 전체회의를 열어 의료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고영인·권칠승 의원 등이 각각 대표 발의한 개정안을 병합 심사해 위원회 대안으로 가결했다.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은 금고 이상의 중형을 받은 자는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이미 의료인일 경우 면허를 박탈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자에 대해 의료인 면허를 취소하고 형을 처분받은 기간에 더해 5년까지 면허 재교부를 금지하도록 했다. 집행유예의 경우에는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고 2년까지 의료인 면허를 교부할 수 없도록 했다.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고 그 유예 기간 중에 있는 자도 마찬가지로 의료인 자격을 잃도록 했다.

 

다만 의료 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해 의료 행위 중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범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등의 경우에는 면허를 취소하지 않도록 했다.

또한 개정안은 면허 취소 후 재교부받은 의료인이 자격정지 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면허가 취소된 의료인이 면허를 재교부받은 후 다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면허가 취소되면 재교부를 10년간 금지하도록 했다. 아울러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의료인 면허 발급 요건을 취득하거나 국가시험에 합격한 경우 면허를 취소하고 재교부할 수 없도록 했다.

복지위는 의료법 개정 필요성으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의료인 지위의 특성상 높은 수준의 직업적 윤리와 사회적 책임이 요구됨에도 현행법이 의료인의 강력범죄를 지나치게 관용하고 있는 점을 들었다.

복지위는 개정안 제안 이유에서 “강력범죄나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도 취소되지 않는 실정으로 환자들의 불안이 높아지고 의료인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변호사·공인회계사·세무사 등 다른 전문직 직종은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으면 자격이 취소되는 법을 적용받고 있다. 하지만 의사들만큼은 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면허를 유지하는 특혜를 누려왔다. 지난 2000년 의료법을 개정하며 의사의 면허 취소 범위가 축소된 탓이다.

국회에는 앞서도 의사 면허 관리 규정을 강화하는 법안이 수차례 제출됐지만 의료계의 반발에 번번이 입법에 실패했다. 20년 만에 입법에 가까워진 의료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오는 26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총파업 꺼내든 의협, ‘코로나 백신 접종 비협조’ 시사

의협은 의료법 개정안을 ‘의사 면허 강탈 법안’, ‘의사 죽이기 악법’ 등으로 명명하며 또다시 밥그릇 지키기 싸움에 돌입했다. 특히 오는 26일부터 시작하는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협조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21일 서울 중구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진행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정공동위원회 2차 회의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법안이 법사위에서 의결된다면 코로나19 진료와 백신 접종과 관련된 (의·정) 협력 체계가 모두 무너질 것”이라고 발언했다.

최 회장은 “의료계에서 심각하게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는 걸 복지부가 국회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불행한 사태로 가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의협 산하 16개 시·도의사회 회장단은 20일 긴급회의를 열고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표명한다”며 “교통사고를 포함한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면허 강탈법)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채택했다.

이들은 “법안이 법사위에서 의결된다면 전국 16개 시·도의사회 회장들은 의협을 중심으로 ‘전국 의사 총파업’ 등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코로나19 진단과 치료 지원, 코로나19 백신 접종 협력 지원 등 국난극복의 최전선에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고 있는 의협 13만 회원들에게 극심한 반감을 일으켜 코로나19 대응에 큰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고 엄포했다.

제41대 의협 회장 선거 입후보자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국회가 의사들의 자율적 도덕성을 짓밟고 의사들을 예비범죄자 취급만 하는 식의 의료법 개정을 하려 한다면 41대 의협 회장에 누가 당선되는지에 상관없이 즉각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공약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21.02.21.
정세균 국무총리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21.02.21.ⓒ뉴시스

정부, 의협 불법 집단행동에 ‘단호한 대응’ 방침

의료법 개정의 본질을 왜곡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한 의협의 극단적 행태에 정부는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21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최근 약 5년의 사례를 보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중범죄를 저지를 의료인은 30명 안팎에 불과하다”며 “절대다수의 의료인들은 이런 법의 개정이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권 장관은 ‘의료개혁’을 강조한 뒤 “정부는 아주 극소수의 중범죄를 저지르는 의료인을 다수의 의료인으로부터 보호하고 국민의 안전 문제 차원에서 (법 개정을) 하는 것”이라며 “마치 모든 범죄를 가지고 면허가 취소되는 것처럼 해서는 안 된다. 그런 부분은 저희가 의료계에 정확히 알리겠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 헌신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집단행위에 대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의협은 마치 교통사고만 내도 의사면허가 무조건 취소되는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며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총리는 “절대로 특정 직역의 이익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할 수 없다. 만일 의협이 불법 집단행동을 현실화한다면 정부는 망설이지 않고 강력한 행정력을 발동할 것”이라며 “불법을 좌시하지 않고 단호히 대처하고 엄중하게 단죄하겠다. 의사 단체만을 위한 의사가 아닌 국민을 위한 의사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달라”고 촉구했다.

민주당도 입장문을 내 “국민의 건강을 인질 삼아 강력범죄 면죄부를 유지하려는 의사단체의 시도를 국민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신영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의료인들은 매년 집계되는 전문직 성범죄 통계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는 현실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부터 내야 한다. 그 어떤 자성의 목소리 없이 코로나로 인해 고통받는 국민에게 ‘백신 접종 중단’이라는 협박성 조건을 내걸며 비상식적 특혜를 유지하겠다는 것은 결코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의협을 두둔하며 “민주당이 의사면허 취소와 관련한 의료법 개정안 통과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입장문을 냈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6.25 전쟁 때 군인 자격 박탈을 규정하는 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게 전쟁을 위해 어떤 도움이 되겠냐”며 “의료계 장악이라는 오해까지 사며 의료계와 화풀이 일전을 벌이는 게 과연 코로나19 극복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정부·여당은 신중히 판단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는 유체이탈식 화법이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국민의힘 역시 동의해 여야 합의로 복지위 문턱을 넘었기 때문이다.

김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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