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전수조사를 3기 신도시 전체로 확대한다. 4일 전국단위 아침신문은 모두 관련 소식을 1면에 올렸다. 한겨레와 동아일보 등은 LH 직원들이 지인을 동원해 토지 대출과 쪼개기 공동매입을 한 알박기식 투기 정황을 확인해 보도했다. 다수 신문은 LH의 공공택지 사업 전반으로 조사 확대를 요구하는 등 엄중 대응을 주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광명·시흥은 물론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국토교통부, LH, 관계 공공기관 등의 신규 택지개발 관련 부서 근무자 및 가족 등에 대한 토지거래 전수조사를 빈틈없이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경향신문은 정세균 국무총리가 전날 투기 의혹 지역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지시한 데 이어 문 대통령이 그 범위와 대상을 ‘3기 신도시 전체’와 ‘신규 택지개발 관련 부서 직원과 가족까지’로 넓혔다고 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2일 LH 전·현직 직원들이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조성 발표 전 해당 지구에서 1000억원대 토지를 수천 평 매입했다고 밝히고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단체의 분석에 따르면 분석한 내용을 보면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2년 2개월 동안 LH 임직원과 임직원 배우자 등 10여명이 시흥시 과림동, 무지내동 일대의 7천평가량의 토지 지분을 나눠 매입한 정황이 나타났다.
정부는 신규 택지개발에 관여하는 공무원과 공사·지방공기업 직원은 실거주 목적 외엔 토지거래를 금지하고 불가피할 때 사전신고하도록 하는 등 제도적인 방지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와 동아일보 등은 투기 의혹이 제기된 광명·시흥 신도시 지구 10개 필지 등기부등본 등을 취재해 알박기 투기 정황을 보도했다. 한겨레는 LH 직원 4명이 지난해 6월3일 경기 시흥 과림동의 3996㎡에 달하는 ㄱ답을 공동매입했고, 같은 날 다른 직원은 지인과 인접 ㄹ답을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직원 5명과 가족으로 추정되는 2명이 한 필지를 공동소유한 경우도 있었다. 매입대금의 상당부분은 대출로 마련했다. 동아일보도 “15억1000만원에 거래된 농지 3996m²(약 1209평)는 LH 직원 4명이 공동 소유하고 있다”며 “LH 직원이 매입한 토지는 4건이 더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1면 해설 기사에서 “이번 사건은 현행법이 개발 정보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공직자·공공기관 직원들의 투기 행위를 사실상 방치해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한 내부자들의 투기행위를 엄격하게 처벌하는 자본시장법처럼 부동산 시장에도 내부자 투기 행위를 막을 수 있는 강도 높은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직자와 공공기관 임직원 투기를 처벌하는 법규는 부패방지법과 공공주택특별법이다. 그러나 두 법에 따라 유죄 판단하려면 ‘업무관련성’을 입증해야 한다. 부패방지법은 이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공공주택특별법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엘에이치 ‘임직원 행동강령’(26조 직무관련 정보를 이용한 거래 등의 제한)도 직무 관련 정보를 이용한 토지거래만 제한하고 있다.
업무관련성이 인정되더라도 ‘업무상 비밀’이 아니라고 주장할 여지도 있다. 한겨레는 “사실상 새도시 지정 관련 업무만 하지 않으면, 개발이 예상되는 지구에 투자하고 택지개발 관련 기관에 종사하면서 얻은 전문적 지식을 이용해 개발이익을 챙겨도 제재를 할 방법이 없는 셈”이라고 했다. 현행법에 투기행위에 대한 몰수 규정이 없는 점도 문제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부동산 정책 신뢰성이 흔들리고 있다며 도리어 “인기 지역 재건축”은 공공이 아닌 민간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투기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누가 자신의 땅을 선뜻 LH에 넘기겠느냐”며 “공공이 주도하면 저렴한 주택을 공정하게 공급할 것으로 믿기 쉽다. 실제 낙후지역 재개발이나 서민용 임대주택은 공공이 주도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공공과 민간의 영역은 따로 있다. 인기 지역 재건축은 민간의 영역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만시지탄이지만 여기에 더해 LH가 진행한 모든 공공택지 조성 사업 전반으로 조사와 수사가 확대돼야 한다”며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참여연대 등이 고발한 광명·시흥 투기 의혹이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과 LH가 최근 10여년간 벌인 대규모 공공택지 조성 사업에서 특정 민간 건설업체가 수천억원의 이윤을 챙기는 사슬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서울신문은 “국토부나 감사원 등 정부가 고양이가 생선을 넘볼 수 있도록 방관한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성전환수술 이유로 강제전역’ 변희수씨 숨진 채 발견
성전환 수술을 받고 강제 전역당한 변희수 전 하사가 3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변 하사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뒤 육군을 상대로 행정소송도 제기한 상태였다.
변 전 하사는 2017년 육군 부사관으로 임관했다. 이후 2019년 11월 타이에서 성전환 수술을 했다. 그는 군에서 계속 복무하기를 희망했으나 육군은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지난해 1월22일 강제전역을 결정했다.
당시 변 전 하사는 전역심사를 이틀 앞둔 지난해 1월20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고 부당한 전역심사 중지를 요청하는 긴급구제 신청도 함께 제기했다. 인권위는 다음날인 21일 긴급구제 결정을 내리고 육군본부에 전역 심사위원회 개최를 3개월 연기할 것을 권고했다. 국방부 장관에게는 이 같은 피해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육군은 심사를 강행했고, 변 전 하사는 지난해 8월 육군을 상대로 전역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지난해 2월10일 청주지법은 변 전 하사의 가족관계등록부 특정등록사항란 성별 표기 정정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변 전 하사의 성별은 ‘여성’으로 바뀌었다.
한겨레와 한국일보는 변 전 하사의 사망을 1면에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변 전 하사를 강제 전역시킨 군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2면에서 육군 강제 전역 처분에 “미국, 캐나다, 벨기에 등이 트랜서젠더 군인의 복무를 인정하는 만큼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전역 여부를 결정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했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변 하사는 지난해 3월 한 언론에 “전역심사위 전날만 하더라도 죽어도군인으로 죽을 것이고 군도 저의 다짐과 의지를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막상 전역 명령이 떨어지니 ‘죽어서라도 이 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하나’라는 마음이 굴뚝같았다”고 말했다.
경향신문과 서울신문은 변 하사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서 제주에서 활동하는 성소수자 인권활동가 김기홍씨가 지난달 24일 “너무 지쳤어요. 삶도, 겪는 혐오도, 나를 향한 미움도”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숨진 사실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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