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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회 먹으러 가던 육교 위엔 2년째 푸른 천막들이

[포토스케치]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사업 논란, 끝나지 않은 이야기

노량진수산시장 얘기다. 현대화 사업으로 세워진 신시장이 상인과의 충분한 협의 없이 지어져 입주 거부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구시장을 떠나지 않으려는 상인과 구시장을 헐어버리려는 수협의 싸움은 이후 4년간 격렬하게 이어졌다. 명도 집행이 10차까지 이어졌고 매번 충돌이 컸다. 공실 관리라는 명분으로 폭력적인 퇴거 작전이 매일같이 벌어졌다. 상인들은 똘똘 뭉쳐 싸웠지만 싸움은 쉽지 않았다. 입주를 거부하면 그 자리를 일반분양하겠다는 압박과 단전, 단수 등의 극단적 조치로 많은 상인들이 신시장으로 옮겨갔다. 이 중에는 결국 장사를 접고 신시장을 떠난 상인도 적지 않았다. 신시장은 높은 임대료에 맞춰 판매 가격을 올리면 고객이 줄고 매출이 떨어지는 구조의 악순환이었다. 구시장에 끝까지 버티던 상인들은 2019년 8월 열 번째 명도 집행에서 모두 끌려나왔다. 그리고 구시장은 지난해 헐렸다.

 

2019년 8월 육교 위에서 농성이 시작됐다. 구시장에 끝까지 남아 있던 사람들이다. 애초 700명에 가깝던 상인은 현재 80여 명 남아 있다. 장사를 하지 못해 보험과 적금을 헐어가며 버티고 있지만, 이들은 새로운 공간 마련을 서울시와 협의 중이라며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손배·가압류는 여전히 이들을 괴롭힌다. 손해배상 청구액은 총 51억. 가압류도 개인당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3억 원대에 이른다. 1, 2심에서 승소했지만, 수협은 대형 로펌을 선임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수협은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사업 초기 카지노가 있는 리조트 사업을 추진했다가 허가를 받지 못해 포기한 바 있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용산까지의 케이블카 계획이나 복합 쇼핑몰 건립 계획 등도 꾸준히 나돌고 있다. '돈 되는 건물' 지으려고 수산시장을 축소한 것 아니냐는 상인들의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신시장은 한 개층을 쓰던 구시장의 구조를 2개층으로 나눠 점유 면적을 좁혔다.


 

노량진을 찾았다. '잘못된 설계' 하나가 어떤 파탄을 초래하는지를 생각하다가, '배제'와 '획일'이 끝내는 얼마나 비효율적인 것인지를 생각하다가, 막연한 '개발 논리'를 가진 집단이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해질 수 있는지를 생각했다. 그리고 그 '개발 논리'의 든든한 뒷배가 우리 사회가 아닌지 생각했다. 육교 위 푸른 천막이 있는 풍경을 담았다.

 

▲ 노량진역과 수산시장을 잇는 육교 위. 구시장에서 쫓겨난 상인들이 2019년 8월 명도집행 직후부터 2년 째 농성 중이다. ⓒ프레시안(최형락)
▲ 노량진역 육교 위에 푸른 천막이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상인들이 그린 자화상 ⓒ프레시안(최형락)
▲ 농성장의 부엌. 상인들은 매일같이 이곳에서 같이 밥을 먹고 천막을 지킨다. 교대로 밤 근무도 선다. ⓒ프레시안(최형락)
▲ 남아있는 80여명의 상인들은 손배·가압류에 시달린다. 다행히 1심에서는 일부 승소, 2심에서 승소를 했지만 수협은 대형 법무법인을 선임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수협은 현대화 사업 초기 카지노가 있는 리조트 사업을 구상했으나 허가를 받지 못해 포기했다. 지금도 용산까지의 케이블카나 복합쇼핑몰 등의 계획 등이 꾸준히 나돌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 2015년 지어진 신시장은 한 개층을 쓰던 구시장의 구조를 2개층으로 나눴다. 상인들은 시장에 들어가는 부지를 줄여 수익을 낼 수 있는 다른 복합건물을 더 짓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프레시안(최형락)
▲ 신시장의 내부. 신시장은 임대료가 구시장에 비해 월등히 높다. 임대료 상승은 수산물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상인의 매출 감소와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프레시안(최형락)
▲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에서 불거진 문제점은 부산 자갈치시장과 송파 가락시장의 현대화 과정에서도 비슷하게 있었다. 구조적 문제를 찾아 고치지 못하는 한 과오는 계속 되풀이된다. ⓒ프레시안(최형락)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60401030044904#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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