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다수의 노동자 민중의 편에 서서 투쟁해온 한국사회 제1노총 민주노총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총파업을 준비 중이다.

1996~97년 신자유주의적 노동법 개악 반대 총파업 이후, 지난 2016년 박근혜 정권 퇴진 총궐기를 제외하면 조직된 노동자들의 위력적인 투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올해 민주노총 총파업이 성사된다면 96~97년 이후 오랜만에 찾아온 노동자들의 ‘역대급’ 투쟁이 될 전망이다.

▲ 사진 : 뉴시스
▲ 사진 : 뉴시스

민주노총은 왜 역대급 투쟁을 준비할까. 총파업이 갖는 의미가 적지 않다.

먼저, 민주노총에게 있어 올해 총파업은 ‘민주노총의 단결력과 투쟁력을 회복하는 총파업’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지난해 노사정 합의문 추인을 두고 내홍을 겪은 민주노총이다. 겉에서 보기엔 ‘투쟁’이냐 ‘교섭’이냐를 선택하는 일면으로 보여질 수 있지만 정권의 지배 개입, 포섭전략에 맞서 투쟁할 것이냐 말 것이냐, 민주노조의 변혁성과 투쟁성을 지켜갈 것이냐의 문제였고, 이는 지난해 민주노총 선거에서도 큰 화두가 됐다. 노사정 합의 추인을 묻는 대의원대회에서도, 민주노총 선거에서도 결국 조합원들의 선택은 ‘투쟁’일 수밖에 없었다.

소득주도 성장, 노동존중사회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제대로 된 정규직화 약속은 지키지 않았고, 최저임금 1만원 포기, 노조법·근로기준법 개악, 누더기로 만든 중대재해법 등등 노동자 반대편에 서며 반노동성을 하나둘 드러냈다.

코로나 재난 앞에서도 재벌 편, 사용자 편이었음을 더욱 크게 확인할 수 있었다. 재벌과 자본의 책임은 빠진 채 기업에 경영위기가 오면 노동자들은 근로시간 단축, 휴업‧휴직 등에 적극 협력하며 희생을 강요하는 노사정 합의안도 그렇고(결국 부결됐다), 정부가 기업에 지원한 220조라는 어머어마한 돈은 노동자들의 몫으로 돌아오지 못했고 불평등 심화만 낳았다.

조직된 노동자들은 집권 여당이나 정치권에 기댄다고 노동계급의 이익을 대변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각하며 제도권 안에서 ‘대화’라는 이름으로 노동계급을 묶어두고 포섭하려는 자본과 정권에 투항하는 것이 아닌, 노동자들의 요구를 스스로 투쟁으로 쟁취하겠다는 의지를 높여가는 중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택배 과로사 대책 마련 촉구’ 택배 노동자들의 모습이 그 예다. 정부나 택배사가 분류인력을 투입하겠다고 스스로 사회적 합의에 나선 것이 아니다. ‘노동조합으로 단결해 과로사를 해결하겠다’는 노동자들이 노조로 똘똘 뭉쳐 투쟁했고, 과로사에 대한 국민의 공감까지 얻으며 정부, 국회, 택배사, 대리점연합회 등을 사회적 합의기구 테이블에 앉혔다. 지금도 합의 이행과 강제를 나 몰라라 하는 정부와 사용자들에 맞서 택배 노동자들은 “단결된 노동조합의 투쟁만이 택배현장을 바꾸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총파업을 택했고 투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연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도 그랬다. 중대재해 사업장의 경영자와 사업주가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고 나선 사례는 없다. 그들이 인심을 써서 제정된 법이 아니다. 10만의 노동자, 시민이 입법발의를 했고 유가족과 노동자들의 뼈와 살을 깎는 단식을 통해 법안 제정의 결실을 맺었다. 그러나, 국회가 ‘가혹한 처벌’이라는 사용자들의 요구를 받아 차 떼고 포를 떼 누더기가 된 중대재해법이 제힘을 쓰지 못한 사이 지난 5월에만 70여 명의 노동자가 산재사망했다. 

제대로 된 중대재해법이 있었으면, 최근 발생한 광주철거건물 붕괴 참사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고, 사고가 나면 사업주도 엄단할 수 있었다. 중대재해를 멈추기 위한 민주노총의 대통령 긴급면담 요구에 청와대는 산재사망 노동자 분향소 설치를 폭력으로 막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할 뿐이다.

결국, 노동자 민중은 자신의 생명을 지키고 생존권을 지키는 일을 제도권에서, 정치권에서 누가 대신해주지 않으며, 스스로 조직하고 단결해 투쟁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그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날이 갈수록 증명하며 투쟁하고 있다. 그 투쟁이 하반기 110만의 거침없는 총파업으로 결집될 것이다.

▲ 지난 3월, ‘110만의 총파업 2021년 민주노총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 모인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과 산별노조 위원장들. [사진 : 뉴시스]
▲ 지난 3월, ‘110만의 총파업 2021년 민주노총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 모인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과 산별노조 위원장들. [사진 : 뉴시스]

민주노총 총파업이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조직되는 총파업이라는 점이다. 민주노총은 아직 대선에 대한 정치방침이 없다. 지금 그 방침은 오직 ‘총파업 성사’ 하나로 귀결돼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2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불평등한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110만 조합원 총파업으로 한국사회를 크게 뒤흔들자”고 결의했다. 올 하반기 총파업을 통해 대선 지형을 주도하겠다는 결심이다. 다시 말해, 불평등을 갈아엎기 위한 의제, 노동·진보 의제를 한국사회 핵심의제로 부각해 노동자의 힘으로 대선판을 흔들기 위한 전략, 그것이 바로 ‘총파업’이다.

민주노총이 총파업에 내건 5대 핵심의제는 ▲재난시기 해고금지-고용위기 기간산업 국유화 ▲재난생계소득 지급 ▲비정규직 철폐-부동산 투기소득 환수 ▲노동법 전면개정 ▲국방예산 삭감, 주택-교육-의료-돌봄 무상 등 한국사회 변화를 가져올 공세적인 요구들이다.

정부와 국회, 정치권에 읍소하고 요청하는 방식으로는 재난을 극복하는 것도 노동자 서민을 위한 정치를 기대하는 것도 어렵다는 것이 자명해졌다. 자신의 힘을 키워 노동자 민중이 제기한 노동존중 세상, 불평등 타파 의제를 대선 후보들이 무시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대선 후보와 정당이 주권자인 노동자 민중의 목소리를 두려워하고, 후보 정책과 이후 국정 운영에 노동중심, 불평등 타파에 전력을 다하라는 명령을 받들도록 해야 한다.

최근 여야가 당 내부를 정비한 데 이어 불을 켜고 대선 전략에 골몰하지만, 그 안에 여전히 노동자 민중은 배제돼 있다. 정치권의 돌풍이 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강조하는 ‘능력’에 기반한 공정‘경쟁’에 많은 사람들이 호응하는 것 같지만 이는 신자유주의 시장 논리를 대변하는 단어다. 신자유주의가 비정규직을 만들었고, 구조조정을 낳았으며, 지금 민주노총이 싸우고자 하는 불평등, 빈부격차를 만드는 원인이 됐다. 한국사회에 만연한 불평등과 빈부격차로 출발선부터 다른 기울어진 운동장을 그대로 두고 공정을 이야기한들 불평등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 뻔하다. 노동자 민중이 ‘총파업’과 ‘저항’으로 대선판에 개입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이는 가장 위력적이고 강력한 방법이기도 하다.

이처럼 민주노총 총파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불평등 타파의 시대에 새로운 세상의 비전을 제시하고, 촛불혁명을 승리로 만든 노동자 민중이 스스로 정치의 주인으로 나서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투쟁이 될 것이다.

▲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4월14일 광주를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하반기 총파업을 조직하는 ‘총파업 대장정’을 벌였다. [사진 : 노동과세계]
▲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4월14일 광주를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하반기 총파업을 조직하는 ‘총파업 대장정’을 벌였다. [사진 : 노동과세계]

총파업 투쟁의 가장 앞자리에 선 사람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다. 그는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제대로 준비된 총파업을 하겠다’고, ‘위원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 조합원을 조직하고, 총파업 성사로 대선판을 주도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양 위원장은 지난 4월14일부터 5월25일까지 한 달이 넘는 시간을 전국을 돌며 간부와 조합원들을 만나 직접 교양 토론하며 총파업 조직화를 실행에 옮겼다. 지역본부를 다닌 1차 현장대장정을 마치고 이젠 산별노조를 조직하는 2차 대장정에 나섰다. 8월 이후엔 3차 대장정도 계획 중이다.

위원장의 발걸음에 맞춰 민주노총 소속 각 가맹산하 노조들도 5대 핵심의제가 구체화된 현장 투쟁으로 수위를 높인다. 노조들의 총파업 총력투쟁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오는 25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요구하는 민주일반연맹 총파업 총력투쟁, 30일 사회공공성 강화, 노동권 보장을 위한 24만 공공부문 노동자 공동행동, 9월 공공의료 확충을 요구하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총파업, 11월 돌봄노동자 총파업 등. 불평등을 갚아 엎기 위한 의제들이 구호만이 아닌 조합원 대중 자신들의 투쟁으로 되고 있다.

총파업을 앞둔 민주노총의 7월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7월19일 임시대의원대회에 ‘총파업’을 위한 단일안건이 상정된다. 총파업 계획이 구체화 될 것이며 대의원은 물론 확대간부들까지 자리를 채워 총파업의 결심을 드높일 예정이다. 이에 앞서 7월3일엔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린다. 상반기 투쟁을 결집하고 하반기 투쟁, 총파업의 결의를 모으고 선포하는 자리다. 코로나 방역으로 지나치게 제약된 집회 결사의 자유를 철저한 방역 지침으로 대응하며 1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서울에 모인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불평등을 갈아엎고 노동자 민중이 주인되는 새로운 사회 건설을 위해 총단결하고 거침없이 투쟁할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