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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프로젝트G’를 이재용 승계계획안으로 보는 이유

이재용 지배력 강화 전제한 지배구조 개편안…대주주·그룹 동일시 하는 변호인 주장은 ‘말장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18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01.18ⓒ김철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승계 재판에서 이른바 ‘프로젝트G’로 불리는 ‘그룹 지배구조 개선 방안’ 문건의 성격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 측이 공방을 펼치고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프로젝트G가 이 부회장 승계를 목적으로 작성·실행됐다고 본다. 반면, 변호인은 삼성 그룹 전반의 지배력 확보 차원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2년 작성된 프로젝트G는 당시 도입이 예상되는 규제에 따른 삼성 그룹 지배구조 현안과 대응을 검토한 문건이다. 계열사 간 사업 양수도와 합병 등을 통해 그룹에 대한 이 부회장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이 정리돼있다. 문건에 제시된 일부 방안은 2014년 고 이건희 전 회장 와병 전후에 실행됐다.

이 부회장은 프로젝트G 실행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 외부감사법상 회계분식, 형법상 배임 등 위법 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현재 1심이 진행 중인 불법승계 재판에서는 프로젝트G 문건 작성에 참여한 전 삼성증권 팀장 한 모 씨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 신문이 이뤄지고 있다.

 

프로젝트G는 승계계획안…이재용 유리한 쪽으로 지배구조 개편 추진

검찰은 프로젝트G를 승계계획안으로 규정한다. 삼성 그룹 지배력은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그리고 삼성전자 지분을 가진 삼성물산 지분율이 관건이다. 2010년 기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에 대한 총수일가 지분은 각각 4.69%, 1.37%에 불과했다. 게다가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이 없었다. 총수일가 지배력은 다수의 순환출자에 의존하고 있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2012년 경제민주화 여론이 대두되면서 순환출자를 통해 소수 지분으로 그룹 전반을 지배하는 편법적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관련 규제 도입이 가시화됐다고 짚었다. 프로젝트G는 지배력 약화 위험이 커진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을 전제로 한 지배구조 개편안이라는 게 검찰 시각이다.

프로젝트G는 이 부회장 지분율이 높은 에버랜드를 지배력이 취약한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다.

‘에버랜드 상장 후 삼성물산 합병’ 방안은 이 부회장이 추가 비용 없이 에버랜드 지분을 이용해 삼성물산에 대한 지분율을 높이는 효과를 노렸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에버랜드-삼성물산 합병법인 지분을 통해 삼성전자, 나아가 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게 됐다는 것이다.

프로젝트G 실행을 위한 사전 작업은 2013년부터 진척된다. 에버랜드는 제일모직 패션 사업을 넘겨받고 이듬해 제일모직으로 사명을 바꾼 후 상장을 거쳐 2015년 삼성물산과 합병한다.

검찰은 증인으로 출석한 한 씨를 신문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 개편이 이 부회장의 지배력 확보에 유리한 쪽으로 진행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프로젝트G 문건에서 삼성물산과 합병 전 에버랜드 상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를 물었고, 증인은 “비상장보다 상장 상태에서 합병하는 게 그룹 지분율 차원에서 유리하다”고 답했다. 이어 검찰은 “그룹 지분율이 높아지는 건 누구 지분율이 높아지는 건가”라는 질문으로, “대주주 개인 지분율이 높아지는 것”이라는 증인 답변을 이끌었다. 한 씨는 대주주가 ‘이건희 회장 일가’를 이른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가 지난해 9월 1일 오후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0.09.01ⓒ민중의소리

대주주 지분이 그룹 지분이라는 변호인…국정농단 재판부는 승계작업 성격 인정

프로젝트G는 각종 규제가 강화되는 입법 환경에서, 이 부회장 개인의 지분이 아닌 그룹 전반의 지배력 확보에 초점을 둔 지배구조 개편안이라고 변호인은 반박한다.

변호인은 그룹 지분을 계열사 지분과 대주주 지분의 합으로 규정했다. 삼성 그룹 입장에서 총수일가 지분은 곧 그룹 지분이라는 논리다. 프로젝트G에 제시된 이 부회장 지분 강화 방안은 그룹 지분 강화 차원에서 검토됐다는 주장이다.

한 씨는 변호인 주장에 동조하면서 “(프로젝트G는) 그룹 전체 지분율 개선을 검토한 것으로, 솔루션 중 하나가 대주주 지분 확대였다”며 “하지만 전체적 취지는 삼성 그룹 경영권에 대한 검토였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대주주 지분 강화는 그룹 지분 강화의 대표적인 방법이라고도 말했다.

프로젝트G 보고서는 이 부회장 승계계획안이 아니라는 변호인 주장은 이미 국정농단 재판 과정에서 부정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재판에서 86억원 회사자금 횡령 등 혐의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국정농단 1심 재판부는 지배구조 개편이 승계작업 일환으로 추진되지 않았다는 이 부회장 측 주장에 대해 “지배구조 개편은 오로지 이 부회장 이익을 위한 게 아니라고 해도,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 지배력 확보를 중요한 목적으로 해 이루어졌다”며 “그와 같은 목적 아래 추진된 일련의 개별 현안 전개는 충분히 ‘승계작업’ 성격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프로젝트G 성격을 그룹 차원에서 설명하면서 이 부회장 책임을 무마하려는 변호인 시도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이상훈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변호사)은 “형사 재판에서 고의성은 유무죄 판단 요인이 된다”며 “일반 임직원이나 관계자는 대주주 지분 강화를 그룹 지분 강화로 이해할 수 있으나,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자신의 지분 강화를 위해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주주 지분+계열사 지분=그룹 지분’으로 보는 변호인 시각은 총수일가가 계열사 지분을 지렛대 삼아 적은 개인 지분으로 그룹 전반을 지배하는 재벌 문제를 답습하고 있다는 게 이 변호사 지적이다. 그는 “이른바 ‘가신’들은 대주주인 이 부회장 지분을 그룹 지분과 동일시하는데, 이는 계열사 지분을 활용해 총수일가 지배력을 극대화하는 기존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설명하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순환출자의 자본 흐름ⓒKDI

프로젝트G 배경이라는 순환출자·일감 몰아주기, 당초 이재용 이해관계 반영된 편법

프로젝트G는 그룹 지배구조 현안으로 순환출자 금지와 일감 몰아주기 과세 등을 들고 있다.

이들 현안의 발생 원인이 이 부회장 개인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보면, 프로젝트G 성격이 보다 명확해진다.

당초 순환출자는 총수 지분 강화 수단이라는 게 중론이다. 프로젝트G가 작성된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순환출자가 형성된 대기업 집단은 삼성을 비롯해 총 15개로 모두 총수 있는 집단이다. 순환출자는 총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순환출자는 주로 ‘총수→A사→B사→C사→A사’ 형태를 띤다. 가령 총수가 A사에 50억원을 투자하고 일반공모로 50억원을 조달하면, 일반 투자자는 분산돼 총수는 자본금 100억원짜리 회사의 지배권을 쥐게 된다. 이같은 방식으로 A사→B사, B사→C사, C사→A사로 투자가 이뤄질 때, A사에 대한 총수 지분율은 67.5%다. C사에서 A사로의 순환출자가 없을 때보다 지분율이 17.5% 증가하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

이 부회장이 지분율 25%로 최대주주이던 에버랜드는 A사의 지위에서 삼성전자·삼성SDI· 삼성물산·삼성카드·삼성화재 등과 4개의 순환출자를 형성하고 있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기업 지배구조적 관점에서 본 순환출자’ 보고서를 통해 ‘순환출자에 의한 지배구조 불투명성 때문에 총수일가의 적은 지분에 의한 대기업집단 지배 행위 등에 대해 시민단체와 여·야당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일감 몰아주기도 총수 이익 확대 수단으로 평가된다. 총수는 자신이 보유한 회사에 계열사 일감을 몰아주면서 평가차익과 배당 등을 편취한다.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한 에버랜드는 내부매출이 커, 2013년 도입되는 규제 강화로 증여세 확대가 예상됐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부담해야 할 증여세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부매출 비중이 1% 수준이던 제일모직의 패션 사업을 에버랜드에 넘긴다. 에버랜드는 패션 사업 인수를 통해 내부매출 비중을 낮출 수 있었다. 일감 몰아주기 회피를 통한 증여세 감축의 최대 수혜자는 이 부회장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자신의 그룹 지배력 확보를 위해 각 계열사의 이해득실을 무시한 채, 프로젝트G를 기반으로 미래전략실을 통해 독단적으로 사업 양수도와 합병을 결정했다고 보고 있다.

한편, 불법승계 재판은 오는 24일 7차 공판이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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