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은 비정규직 때보다 오히려 후퇴...수당 차별 해결의지 안 보여”
애초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노동인권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됐던 정규직 전환이지만, 겉으로만 공무직으로 전환됐을 뿐 차별은 그대로인 것이다. 이에 공무직 노동자들은 오는 25일 처우개선을 촉구하는 총파업을 벌인다.
농촌진흥청에서 작물을 재배하고 관리하는 노동자나 환경미화 노동자는 지난 2018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 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아저씨, 아줌마"로 불리는 등 낮은 인식과 차별적인 처우를 받고 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박상준 전북본부장은 "논, 밭에서 일하는 분들을 '아저씨', '아줌마' 이렇게 부르는 경우가 있다"면서 "몇 차례 항의해서 변화된 곳도 있지만 아직도 소수 현장에서는 그렇게 부르면서 낮게 보는 사고방식이 있다"고 전했다.
복지에서도 차별을 받는다. 박 본부장은 "지난해까지 임신한 공무원은 병가나 연차를 쓰지 않고도 두시간씩 쉬거나 병원 갈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데 공무직은 그게 없었다"면서 "결과적으로 그부분은 개선됐지만, 협상 과정에서 (사측으로부터) '신분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는 발언을 듣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농산물을 작목하는 공무직 노동자는 특성상 부상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지만 보호장비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박 본부장은 "예초기는 아주 기초적인 보호장비만들이 구비해놓고, 무릎보호대나 얼굴보호구는 아주 조금 있거나 파손되면 교체해주지도 않는다"라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임금차별도 그대로다. 농촌진흥청에서 일하는 공무직 노동자 대부분이 최저임금(월 182만원)보다 조금 높은 월 184만원을 기본급으로 받는다. 여기에 급식비와 두번의 명절에 나오는 명절 수당이 전부다.
용역업체 소속이었다가 공무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은 오히려 임금이 낮아졌다. 용역업체 시절에는 업체와 교섭할 여지라도 있었지만, 공무직이 된 이후로는 부처에서 직무에 따라 임금을 고정시켜놓고 "예산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또 작물을 관리하는 노동자의 경우 이전에는 '비상시근로자'로 10개월씩 계약됐다가 공무직으로 바뀐 뒤에는 9개월만 일을 하고 있다. 전환 이전보다 월 임금이 조금 늘어나긴 했지만 1개월을 더 쉬게 된 상황이다.
박 본부장은 "업무의 특성이라고 하지만 이분들은 3개월은 월급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니까 생계를 유지하는 데 불편한 점이 있다"면서 "업무 특성상 갑자기 고칠 수는 없겠지만 단계적으로 줄여가야 된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별해소 주무부처인 노동부에서도 '차별'...인권위 권고에도 탁상공론만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을 앞징서 해소해야 할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 안에서도 공무직에 대한 차별은 마찬가지였다.
노동부에서 외부업체에 위탁해 운영되던 통계조사관, 보안요원, 시설관리원 등 노동자들도 지난 2018년 공무직으로 전환된 지 4년째지만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각종 수당이 지급되던 것들도 전환 이후에는 사라지면서 처우는 오히려 후퇴됐다.
공공연대노조 김정제 고용노동부 본부장은 "민간업체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그때는 위험수당, 자격수당 등이 지급했는데 지금은 다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만 주어진다"면서 "그분들은 호봉도 인정을 못 받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공무원과 같은 일을 하는 공무직들도 수당에서 차별을 받는다. 민원 상담 업무를 하는 상담공무원의 경우 민원수당이라는 것이 주어지지만, 마찬가지로 매일 민원인을 상대하는 공무직인 직업상담원은 해당 수당을 받지 못했다. '민원인을 상대하면서 발생하는 감정소모'를 보상하는 취지의 민원수당이지만, 공무직의 감정소모는 인정받지 못하는 셈이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라는 정규직 전환 제도의 취지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차별은 현행 규정상 연 40만원 이외의 수당 신설과 단가 인상요구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아닌 공무직을 직무에 따라 임금을 정해놓는 직무등급제 등 개별적인 임금체계로 묶어두고, 추가 수당은 규정을 이유로 지급하지 않으면서 공무직들의 저임금 상태를 만든 것이다.
공무직에 대한 차별은 예전부터 지적됐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3월 고용노동부장관과 기획재정부장관에게 보낸 결정문을 통해 "공공부문 기간제 근로자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도 임금, 교육, 복리후생 등 고용 조건 전반이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중앙행정기관 공무직의 노동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인권위가 정부에 권고한 제도 개선은 구체적으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맞는 합리적인 무기계약직 임금기준 마련 △합리적인 복리후생비 지급기준 마련 △무기계약직 근로자 통합 관리・운영 체계의 마련 △ 예산편성 및 집행기준 △예산 확보 등이다.
이에 따라 노동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공무직위원회'에서 차별적인 수당지급에 대해 논의 중이나, 노동부와 기재부가 전체 공무직에 대한 단일한 임금체계를 마련하는 것과 함께 논의하자는 입장을 보이면서 논의는 전혀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공무직의 직무는 집계되는 것만 해도 30여 가지다. 이같이 다양한 직무를 단일한 임금체계로 정리하는 것은 단시간에 할 수 있는 작업은 아니다. 또 일부 공무직 직무 중에는 호봉제를 적용하는 경우도 있어 오히려 처우가 후퇴되는 직무별 임금 체계를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도 있다. 결국 풀기 어려운 문제를 정부가 제기하면서, 인권위가 애초에 제기한 수당 차별 해결을 미루고 있는 모양새다.
김정제 본부장은 "(노동부는) 임금체계 안에 30여 가지 직무를 넣어서 공무원 호봉표처럼 만들고 싶어하는 거 같다"면서 "근데 이걸 올해 해야만 한다고 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노동부는 올해 공무직 임금 인상률로 처음에는 동결을 제시했다가 현재는 최저 0.3% 인상안을 노조에 제안한 생태다. 기재부에서 올해 공무원 임금 인상률 최고 1.5%를 권고한 것보다 5배나 낮은 셈이다.
김 본부장은 "당장 노동부부터 전혀 의지가 없어보인다"면서 "공무직에 대한 차별을 인정하고 '노력하겠다'고 한 게 4년째인데 변화가 없다. 이런 식으로 희망고문을 하면서 올해마저 그냥 넘어간다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는 오는 25일 일일 총파업을 진행,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공무직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 해소를 촉구할 계획이다. 당일 집회에는 조합원 수천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찰과의 충돌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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