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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초 구글·애플 ‘폭리 방지법’ 국회 통과 초읽기

매년 급증하는 거대 앱 플랫폼 수수료…올해 2조원 돌파할듯
결제 수단 독점 금지…미국서도 오픈앱마켓법 발의

홍민철 기자 
발행2021-08-29 17:18:06 수정2021-08-29 17:18:06
 

‘구글·애플 폭리 방지법’ 통과가 목전에 다가왔다. 30일 관련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플랫폼을 독점하고 과도한 자릿세를 받던 독점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시작된다. 구글·애플 등 글로벌 플랫폼 독점 사업자를 규제하는 것은 한국이 세계 최초다.

구글과 애플은 스마트폰 앱을 다운 받을 수 있는 플랫폼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 운영 독점 사업자다. 올해초,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주요 모바일 기업 246개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이용해 앱을 유통하는 회사는 94.7%, 애플 앱스토어를 이용하는 기업은 71.5%에 달했다. 앱을 만들고 소비자들에게 판매 혹은 유통하려면 구글과 앱의 독점 플랫폼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 반영된 조사 결과다.

구글과 애플은 독점 상황을 이용해 모바일 기업에 30%의 수수료를 받았다. 소비자가 두 회사의 유통 채널에서 다운 받은 앱을 통해 컨텐츠를 구매하면 구매액의 30%를 수수료 명목으로 받아낸 것이다.

지난해 모바일 산업 전체 매출액은 9조3천억원 규모였다. 이중 구글과 애플을 통한 매출 비중은 전체의 88%, 매출액은 6조6천억원으로 압도적이었다. 매출에 따라 구글과 애플이 떼간 수수료는 1조6,358억원에 달한다. 모바일 사업이 매년 성장하면서 수수료 규모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2019년 대비 2020년 수수료 합계액은 29.8% 늘었고, 2021년에는 30.8% 증가해 수수료 규모는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구글 애플ⓒ기타
 

안전·안정 논리 빈약
소비자 10명중 7명은 10%가 적당

거대 앱 플랫폼인 구글과 애플은 소비자 결제 서비스를 장악해 수수료를 징수한다. 앱에서 사용하는 결제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강제한다. 이른바 ‘인앱결제(In-App Purchases, IAP)’ 방식이다. 이들은 “사용자가 플랫폼을 신뢰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안전한 결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인앱결제 시스템 강제를 정당화 하고 있다. 소비자 결제가 실제 컨텐츠 구매와 연결될 수 있도록 구글과 애플이 보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내 시장에서 이들의 역할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소비자가 유료 결제를 했는데 게임사가 그에 상응하는 아이템을 지급하지 않는다거나, 음원 스트리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거나, 웹툰을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구글과 애플이 아니더라도 한국의 사법·금융시스템은 피해를 구제하거나 예방할 조건이 이미 갖춰져 있다. 이들이 “안정적이고 안전한 결제 시스템”을 유지한다며 매출의 30%, 연 2조원의 수수료를 챙겨갈 명분이 없는 것이다.

소비자 인식도 비슷하다. 지난해 10월, 소비자권익포럼 조사결과에 따르면 거대 플랫폼 기업이 거둬가는 수수료 30%가 과도하다고 답한 소비자는 84%에 달했다. 적절하다는 응답은 16.0%에 불과했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수수료율이 10% 이하여야 한다’고 답했고, 이중 ‘5% 미만으로 거둬야 한다’고 답한 사람도 26%로 높은 수준이었다. 소비자 대다수는 수수료율을 지금의 1/3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수수료는 소비자의 컨텐츠 구매 가격과 직결된다. 어디서 구매하는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카카오웹툰의 경우, 웹에서 캐시를 충전하면 1천원에 1천 캐시가 충전되지만, 아이폰에서 결제할 경우 1,200원을 내고도 900캐시가 충전된다. 아이폰 캐시 충전이 웹에 비해 25% 더 비싼 셈이다. 충전 금액이 커질수록 차이는 더 극명하게 나타난다.

카카오웹툰 뿐 아니라 네이버웹툰, 웨이브뮤직, 멜론 무제한 듣기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웹과 앱의 가격 차이는 수수료 때문이다. 컨텐츠 제공 사업자가 플랫폼 사업자인 애플에 내야할 수수료를 소비자들에게 상당부분 전가하기 때문이다.

한국 폭리 방지법 세계 최초 제정 할 듯
미국서도 법안 발의…애플은 정책 변경 발표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는 ‘폭리 방지법’ 정식 명칭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법안은 구글과 애플이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모바일콘텐츠 제공 사업자로 하여금 특정한 결제방식을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구글과 애플이 자신들의 결제 방식을 택하지 않은 사업자 심사 통과를 지연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조항도 법안에 담겨 있다. 법안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방송통신위원회는 앱 마켓 운영 실태 조사를 의무화해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갖춘다. 법안이 통과되면 한국은 세계 최초로 구글과 애플의 폭리를 방지하는 법을 제정한 국가가 된다.

한국 뿐 아니라 미국도 관련 법 제정이 추진중이다. 미국에서는 상원에서 앱마켓의 강제 결제를 금지하는 ‘오픈 앱마켓 법안(The Open App Markets Act)’이 발의 됐다. 법안에 따르면 앱마켓 사업자는 앱 개발사가 자사의 인앱결제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앱마켓 이용을 제한하면 안 된다.
개발사가 다른 시스템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 자체 앱 마켓을 통해서만 앱 다운로드를 허용하는 행위도 금지한다. 여기에 더해 앱 개발자들이 구글이나 애플 같은 거대 사업자의 앱스토어 외에 다른 곳에서 좀 더 저렴하게 자사 앱을 다운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홍보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미국에선 개발자들을 중심으로 집단 소송전도 벌어진 바 있다. 지난 2019년 소규모 개발자 그룹은 애플이 최대 30%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관행적으로 독점 금지법을 위반했다며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은 같은 이유로 반발했던 대형 게임사 에픽게임즈를 앱스토에서 퇴출 시키는 등 자사 정책을 완강하게 고수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한국 등에서 관련 법이 추진되면서 애플은 지난 27일 한 발 물러섰다. 애플은 연 매출 100만달러(11억원) 미만 사업자 15% 수수료 감면 혜택 3년간 유지, 사용자 평가 등 객관적 지표에 기반한 앱스토어 검색 결과 반영, 앱 외부 결제 방식 정보 이용자 제공 허용 등을 골자로 하는 정책 변경을 발표했다. 이는 미국 개발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애플이 합의한 내용이다. 하지만 문제의 결제 시스템 독점은 양보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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