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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 떼자마자 한글 떼기? 이게 왜 문제냐면

무분별한 인지학습교육 부추기는 유아사교육시장... 과장광고로 상품 구매 유도

21.08.30 13:57l최종 업데이트 21.08.30 13:57l


'5세가 한글 떼기 골든 타임''수학을 5살부터 시작해 7살에 초등4학년 수준까지 마스터''6세에 3개월만에 한글을 떼고 진학'

영유아를 상대로 하는 사교육 광고 문구들이다. 무엇보다 교육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과장 광고들이 심각하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015년 국가 교육과정 개정 작업 시, 한글 수업 시간을 27시간에서 2배 이상 늘리도록 촉구했고, 정부가 이를 수용해 2017년부터 68시간으로 늘어났다.

교육부에서는 입학 전 '한글 떼기' 선행교육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1학년 1학기부터 알림장 쓰기, 받아쓰기, 일기쓰기를 하는 일이 없도록 구체적인 규정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유아 사교육업체들은 입학 전부터 한글을 떼야 한다고 부추기며 각종 교재를 홍보하고 있다.

웅진스마트올은 '초등 입학 전 한글 떼고 가서 다행' '예비초 7세 한글 떼셨나요?'라는 문구로 현재 초등 1학년부터 2학년 초반까지 배우도록 돼있는 현 교육과정에 역행하고 있다. 윙크는 위에 언급한 것처럼 '수학을 5살부터 시작해 7살에 초등 4학년 수준인 분수끼리의 계산까지 마스터'했다고 광고하며, 학교에 입학도 하지 않은 아이들이 최소 4년 이상 선행학습한 사례를 성공담처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와이즈캠프도 마찬가지다. '예비 초등 필수과정' 등의 문구로 초등 입학 이전에 학교생활을 미리 준비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을 조성한다.
 

한글 떼기 선행학습 유도하는 사교육 상품광고 .
▲ 한글 떼기 선행학습 유도하는 사교육 상품광고 .
ⓒ 웅진스마트올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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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은 '학원, 교습소 또는 개인과외 교습자는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광고 또는 선전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교육당국은 이에 대해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 법을 실제 이행하는 강력한 태도가 필요하다.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교원빨간펜은 '두뇌 발달의 골든타임'처럼 과학적이지도 교육적이지도 않은 문구로 학부모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하며 상품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학습효과에 대한 허위 과장 광고도 문제다. 상품의 효과가 100%(리틀홈런) 있다거나, 모든 학습이 하나로 다 해결(웅진스마트올, 와이즈캠프)된다는 내용 등이 그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 과도한 학습량, 교육방식을 자랑하는 상품들이다.
  

 7세에 초4 수학까지 선행했다는 사교육상품 후기
▲  7세에 초4 수학까지 선행했다는 사교육상품 후기
ⓒ 윙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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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스마트올과 윙크는 영유아에게 매일 일정량의 공부습관을 요구하며 주 단위, 월 단위의 시간표까지 제시하고 있다. 리틀홈런의 경우 세세한 학습 목표로 나눠 수행률, 영역별 성취도, 평가 리포트 등을 제공하는 비교육적인 방식으로 아동을 교육하고 있다.

현재 유보육기관에 적용되고 있는 '아동중심, 놀이중심' 누리과정의 취지를 왜곡시켜 놀이를 배워야 할 '학습'으로 변질시키는 상품도 있다. 학습을 의도한 놀이는 진짜 놀이가 아님에도 천재밀크티, 리틀홈런은 '공부도 놀이처럼', '놀이하듯 즐겁게 익히는 학습'이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영유아 대상 사교육시장의 홍보전략이 비교육적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리하고 제재하는 정부 단위 기구는 전무하다. 사교육비 통계 작성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으로 현재, 국무총리실 산하 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 및 시도교육청 산하기관인 유아교육진흥원에서 영유아 교재·교구 검증 기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교육부에서는 이 기준에 따른 조치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특히, 영유아가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한 발달을 이룰 수 있도록 영유아의 놀권리를 보장하고, 과도한 인지학습교육을 규제하는 법률 개정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할 것이다.

태그:#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유아사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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