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크라트(Technocrat), '기술 관료'라 순화해 부르는 이들은 '과학자, 엔지니어, 경제학자 등 기술 전문가로서, 고위 행정직이나 정부직을 맡아 정치적 고려보다는 데이터와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다(미리엄-웹스터 사전 정의).
선거제도와 우편투표에 대한 부정을 주장하며 '깨어있는 엘리트'에 대한 비판과 '민주주의 제도를 조작하는 엘리트'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일론 머스크는 2024년 트럼프 당선에 누구보다 앞장선 인물이다. 현 시스템이 민주주의 본질에서 벗어나 관료주의적 폭정으로 변질되었다고 주장하는 그는, 트럼프 정부 시작과 함께 정부 효율성 부서(DOGE) 수장으로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무리한 인력 감축으로 정부 역할의 급격한 저하라는 비판과 함께, 테슬라 주가와 판매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머스크는 취임 4개월 만에 사퇴했지만 그는 초기 트럼프 행정부의 가장 강력한 파워맨 중 하나였고 그 영향력은 지금도 무시할 수 없다.
일론 머스크와 함께 페이팔을 만든 팔란티어 공통 창업자 피터 틸. 실리콘밸리에서 트럼프가 인기 없던 2016년부터 일찌감치 트럼프를 지지한 인물이다.
"나는 더 이상 자유와 민주주의가 호환 가능하다고 믿지 않는다."
2009년 에세이를 통해 민주주의에 흥미를 잃었다는 발언을 하던 그는, 머스크와 함께 현 정부의 군사 계약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팔란티어는 수입의 상당 부분을 정부로부터 벌어들이고 있다.
미국 등 서구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엡스타인 파일은 지금까지 겨우 2%가 공개되었다고 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속 VIP 파티는 장난으로 보일 일들이 정말로 세상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 커넥션의 정점에서 법과 규율과 도덕 위에 군림하는 이들이, 미국 정부가 소유한 정보·기술·자금까지 컨트롤할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해야만 하는 시점에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2025년 3월 21일 자 <뉴욕타임스>에 실린 컬럼비아 법대 교수인 팀 우의 칼럼 '일론 머스크는 정부뿐만 아니라 그 이상을 부패시킨다'는 제목부터 섬뜩하다. 그는 "실리콘밸리가 미국 정부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은 우리가 우려해야 할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위를 올려다보지 말고, 서로 싸워라"
한국이 내란의 내홍을 겪고 있을 무렵, 도서관에서 빌려 온 영화 하나를 보고 며칠 동안 악몽에 시달린 적이 있다. 1시간 49분 상영 시간 내내 머리를 쥐어뜯으며 몇 번이나 숨을 골라야 했던 '공포' 영화는 지금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제작사 A24가 만든 <시빌 워>.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이 아니라, 정치 뉴스나 진지한 토크쇼에서 왜 이 저예산 로드무비 영화가 이렇게까지 큰 화제였는지, 보는 내내 고통스럽게 실감했다.
"What kind of American are you?" ("어느 쪽 미국인이냐?")
3선에 성공한 독재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위해 워싱턴 D.C.로 향하던 주인공 기자 일행은 시신을 집단 매립하고 있는 정체불명의 무장 군인들과 마주친다. 두 손을 올리고 자신들은 미국인이라고 말하지만 빨간 고글을 쓴 AR-15 반자동 소총을 든 남자는 태연히 묻는다. "어느 쪽 미국인?"
출신 지역을 묻는 거라 짐작하고 하나씩 답하는 기자들. 콜로라도, 미주리... 홍콩 출신인 토니에서 대답은 막히고 떨고 있는 이 아시안 기자를 향해 남자는 가차 없이 자동 소총을 난사한다. 영화 속에서 가장 긴장되고 경악스러운 장면이었지만, 내가 살고 있는 지역 어느 후미진 공간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처럼 보였다.
조란 맘다니 뉴욕 시장은 치열했던 선거의 승리 수락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억만장자 계급은 시간당 30달러를 버는 사람들에게 시간당 20불 버는 사람이 적이라고 믿게 만들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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