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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이 시의회 박차고 나온 배경

오 시장 개인 유튜브 채널 ‘사회주택 비난’이 시발점
사회주택협회 “악의적 왜곡, 법적대응 나설 것”

홍민철 기자 
발행2021-09-07 18:06:02 수정2021-09-07 19:52:30
 

지난 3일, 서울시의회에선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발언권을 얻지 못한 오세훈 시장이 갑자기 답변대로 성큼성큼 올라와 “답변할 기회를 달라”고 고함쳤다. 김기덕 서울시의회 부의장은 “절차에 따라 회의를 진행 중이다. 발언 기회는 또 있다”고 맞섰다. 오세훈 시장은 “지금 이야기해야겠다. 시차가 있으면 오해가 생긴다”고 고집을 부렸다. 의장은 “다음에 하시라”고 타일렀지만 오 시장은 “무엇이 두려워 답변 기회를 주지 않느냐”고 소리쳤다. 화가 난 시의원들 사이에선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고집을 부려” “내려가”라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오세훈 시장은 “이렇게 하면 이후에 시정 질문에 응하지 않겠다. 퇴장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회의장을 나가버렸다.

국무총리가 국회에 출석해 답변하다 “발언권을 달라”고 고함치다 회의장을 나가버리는 일을 상상할 수 있을까. 시정 질문 도중 시장이 갑작스럽게 퇴장하는 초유의 사태가 지난 3일 서울시의회에서 벌어졌다. 시의회 김정태 운영위원장은 “10년 만에 의회민주주의 현장이 유린당했다. 오세훈 시장은 반의회주의자, 반민주주의자였음을 확인했다”고 비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2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퇴장하고 있다.ⓒ제공 : 뉴스1

사태의 발단은 오세훈 시장 개인 유튜브 방송이었다. 지난달 26일 오 시장의 개인 홍보 채널 ‘오세훈 TV’는 ‘나랏돈으로 분탕질 쳐놓고 스~을쩍 넘어가시려고?(feat. SH공사) | 사회주택의 민낯 | 서울시장 오세훈’이라는 제목의 1분 20초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은 2천억원의 세금이 사회주택에 낭비되고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일부 조합이 서울시로부터 지원을 받는 주택을 사유화하고, 임대료 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설명했다.

사회주택은 공공주택과 민간주택의 중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나 서울시가 땅을 소유하지만 운영은 비영리 단체나 협회가 하는 구조다. 사회주택 운영자는 공공기관으로부터 땅이나 건물을 받아 입주자를 모집하고 건물을 관리한다. 임대료로 이윤을 남기려는 민간주택과는 달리 최소한의 운영비만 받기 때문에 저렴한 임대료 유지가 가능하다. 공공은 저렴한 임대료를 조건으로 운영자에게 이런저런 혜택을 준다.

 

오세훈 TV 영상은 사회주택에 문제가 많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제목부터 악의적이다. ‘나랏돈’ ‘분탕질’ 등의 제목은 사회주택 사업자들을 비리의 온상으로 매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오세훈 TV 화면ⓒ출처 : 오세훈TV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 사회주택 사업자들의 주장이다. 오세훈 TV는 서울시 조사 결과 임대료 기준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사회주택사업의 최대 목적인 ‘저렴한 임대료’를 지키지 않은 비율이 47%에 달한다는 것이 오세훈 TV의 주장이다.

표본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사회주택협회의 분석이다. 전수조사가 아니었다. 임의로 고른 표본을 대상으로 했다. 서울에서 운영중인 사회주택은 2천100호에 달하지만, 선정된 표본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209호에 불과했다. 서울시 조사 결과에서도 209호 중 임대료 위반은 18개호에 불과했다. 위반 사례가 일부 발견됐지만 극히 일부의 사례일 뿐이라는 것이 사회주택협회의 설명이다.

임대료 기준 위반으로 적발되기는 했지만, 이 사례 자체에도 문제가 많다는 것이 주택협회의 주장이다. 사회주택은 주변 임대료 시세의 80% 이하로 운영해야 한다. 주변 임대료 시세는 감정평가를 통해 산정하고, 사회주택 임대료는 감정평가 결과의 80% 수준으로 운영해야 하는 구조다.

적발된 A 사회주택은 감정평과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사회주택협회의 주장이다. 시세를 산정할 때 임대면적 계산이 실제보다 작게 되면서 시세 산정이 지나치게 낮은 수준으로 형성됐다는 것이다. A 사회주택은 ‘셰어하우스’ 형태다. 입주자가 사용하는 방에는 거실과 화장실 등이 없다. 거실과 화장실은 나머지 입주자들과 공유(셰어)하는 구조다. 감정평가 과정에서 공유면적은 계산에서 제외되면서 시세 산정이 매우 낮아졌다는 것이 사회주택협회의 주장이다.

결국 운영비도 감당하기 어려운 임대료가 책정됐고, 어쩔 수 없이 기준을 위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준을 위반했다고 해서 ‘폭리를 취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해당 주택은 현재 1인실 기준 보증금 2,500만원에 월 임대료 10만원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회주택협회 문영록 상임이사는 “감정평가 과정에서 여러차례 문제를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개선조치를 통해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주택 2천여 호의 평균 임대료는 건설형 기준 시세의 74% 수준이라는 것이 협회 설명이다.

오세훈 TV 화면ⓒ출처 : 오세훈TV

오세훈 TV는 ‘사회주택은 조합원만 입주를 받으면서 일반 시민을 배제하며 사유화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회주택’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이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고 있다는 것이 사회주택협회 입장이다. 오세훈 TV 측에서 문제 삼은 사회주택은 협동조합형 사회주택이다. 입주자가 회원이 되는 협동조합이 구성돼 주택 관리·커뮤니티 등을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입주자가 될 수 있고 입주자는 조합 회원으로 인정된다. 애초 ‘사유화’라는 개념이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

사회주택은 다양한 형태로 운영된다. 여성 전용 사회주택, 장애인 사회주택, 예술가 사회주택 등 운영 콘셉트에 따라 입주자를 우선선발한다. 주택 취지별로 최적화된 입주자를 뽑는 것은 이미 서울시와 협의가 이뤄진 것이다. 사회주택협회 관계자는 “여성 전용 사회주택에서 남성을 입주자로 뽑지 않았다고 일반 시민 차별이라고 우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장점이 많다. 입주자가 조합원으로서 관리 주체가 되면서 청소 등을 직접 하기 때문에 관리비가 사실상 0원에 가깝다. 저렴한 임대료에 저렴한 관리비, 입주민들의 커뮤니티 활성화까지 이뤄지면서 단점보단 장점이 훨씬 많다는 것이 실제 입주자들의 설명이다. 사회주택에서 사는 이누리씨는 “입주자들이 한 달에 한 번 반상회를 하면서 진짜 이웃이라는 게 뭔지 알게 됐다. 여성임에도, 타지역에서 온 청년임에도 1인 가구임에도 ‘즐겁고 안전한 집에서 살 수 있구나’라고 느꼈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TV 화면ⓒ출처 : 오세훈TV

오세훈 TV는 ‘사회주택을 선정하는 운영위원이 자신이 소속된 단체를 운영자로 셀프 지정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실명을 영상에 공개하며 ‘비리의 원흉’으로 지목한 셈이다. 사회주택협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7일 서울시의회에서 진행된 사회주택협회 반박 기자회견에서 이한솔 이사장은 “사실관계가 전혀 맞지 않는 오세훈 TV 주장으로 명예가 훼손됐다. 법적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TV는 사회주택 운영을 자문하는 이한솔 주거복지재단 운영위원이 소속된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 사회주택운영사로 선정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셀프 지정’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주거복지재단은 사회주택 운영자를 선정하는 심사위원회를 따로 운영한다. 운영위원회는 재단의 운영만 자문할 뿐, 사회주택심사는 심사위원회에서 분리 선정한다. 이한솔 운영위원은 운영위원회 소속이지 심사위원회 위원은 아니다. 심사위원은 통상 SH와 LH, 전문가 교수로 구성된 심사위원회 인력풀에서 따로 선발한다. 이한솔 운영위원은 심사위원회 인력풀이 아니기 때문에 심사에 들어갈 수조차 없다는 입장이다. 이한솔 위원은 “오세훈 TV는 민달팽이협동조합 등에 대해 민사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2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제공 : 뉴시스

오세훈 시장이 “발언권을 달라”고 요구한 사람은 이경선 서울시의회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오세훈 TV의 내용도 문제지만 제작 과정과 행태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 공무원들도 파악하지 못한 사회주택 조사 결과를 민간제작업체인 오세훈 TV 제작사가 어떻게 입수할 수 있었는지 경위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 이 의원의 입장이다. 이 의원은 “서울시 비공개 문서가 유출된 것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세훈 TV가 개인 채널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를 대표하는 것처럼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것이 이 의원의 우려다. 이 의원은 서울시 기획조정실장, 행정1부시장, 행정2부시장 등을 시의회 답변대로 차례차례 불러내 이런 우려에 대한 책임자들의 입장을 따져 물었다. 이 의원은 “내부 문서를 유출해 허위 영상을 제작한 오세훈 TV에 대해 서울시는 고발 등의 강도 높은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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