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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사랑]‘우리말살이’란 무엇인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9.13 22:29
  •  댓글 0
 

<글쓴이의 말>

오랫동안 센 힘으로 우리글을 덮쳐 누르던 한자를 물리치고 한글이 우리글살이에서 오롯이 자리잡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말은 죽어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우리말을 살려내지요? 우리말이 죽어간 까닭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살려낼 수 있을지,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살펴보려고 합니다.

우리말 살림이 최한실은 울산 두서면 보안골 새터마을에서 나고 자라서 스무 해쯤 서울살이를 한 뒤에 속리메(속리산) 자락에서 푸른누리를 일구며 스물다섯 해 동안 살고 있습니다.

우리 겨레가 우리말살이를 해야 한다고 누구나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들 한사람 한 사람이 나날살이(일상생활)에서 즐겨 쓰는 말이 우리말일까요? 우리말을 쓰고 살아가는지 스스로 돌아보고 따져보면 우리말살이를 한다고 떳떳하게 말할 사람이 드물 것입니다. 이 일을 깊이 따져보려면 우리말살이가 무엇이며 또 우리말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먼저 우리말살이란 무얼 말하는가?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자면 다른 이들과 어울려 말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데 나누는 말마디가 우리말이냐는 겁니다. 우리말을 쓴다는 말은 우리말로 말하고 우리말로 생각하고 우리말로 꿈꾸고 우리말로 쓴 글이나 책을 읽고 산다는 뜻입니다. 안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요?라고 말할지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말이 무엇인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우리가 쓰는 말은 다 우리말일까요?

요즘은 조금 한풀 꺾인 것 같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이 아내를 ‘와이프’라 일컫습니다. 오늘날 널리 쓰는 말 와이프가 우리말일까요? 아무도 와이프가 우리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얼이 나가(서라벌말로 ‘어빙이가 되어’) 아내란 말을 쓰면 못 배운 티가 나서 쪽팔릴까 봐 쓰지 않고 와이프라고 말함으로써 스스로도 어딘가 좀 든 것 같고 배운 티도 내고, 나도 이런 말쯤은 쓸 줄 아는 사람이야 하고 으스대고 싶은 밑마음 때문에 못나지 않은척하며 씁니다.

왜 우리말을 쓰는 것을 부끄러워할까요? 그것은 오랫동안 반 종살이나 종살이를 하면서 센 놈들한테 주눅이 들어 겨레를 나라를 겨레말을 스스로를 못나게 여기고 업신여겨온 잘못된 오랜 내림(전통) 탓입니다. 우리말은 우리 겨레가 삶을 비롯하면서부터 뭇사람들이 지어내고 다듬고 갈고닦아 가꾸어 온 아주 뛰어난 말입니다. 쉬울 뿐만 아니라 말마디마다 깊은 뜻이 담겨있고, 우리 겨레 얼이 녹아있고, 얼이 살아 숨 쉬는 거룩한 말입니다.

 오랫동안 우리 글이 없었는데도 이렇게 넉넉한 겨레말을 가꾸어 올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겨레가 대단히 뛰어나서 일찍부터 빼어난 삶빛(문명)과 삶꽃(문화)을 꽃피웠음을 말해 줍니다. 그런 앞선 삶꽃을 이룩하려면 그 밑바탕이 되는 온갖 말마디를 지어 써야 했습니다. 그것이 우리 겨레 삶 자취가 파묻혀 있던 요하문명, 홍산문명(밝달삶빛) 터에서 고스란히 드러내 밝혀져 왔지요.


우리 겨레는 누리네큰삶빛(인류 4대 문명) 가운데 가장 앞선 티그리스, 유프라테스 가람가(강유역)와 같거나 조금 앞선, 곧 황하 가람가보다는 적어도 즈믄해(천년) 넘게 앞선 삶빛을 꽃피웠던 것입니다. 이런 빼어난 삶꽃을 꽃피울 수 있던 바탕이 바로 우리말이었겠지요. 말이 뛰어나지 않고는 어떤 삶꽃도 꽃피울 수 없습니다.

이렇게 오래도록 가꾸어 온 우리말은 세 나라 때(삼국시대) 한자를 받아들이고 이 한자를 배운 사람들이 나라를 다스리면서 글말인 한자말을 말살이에까지 끌어들여 우리말을 어지럽혔습니다. 먹고 사느라 바쁜 수많은 백성들은 배우는 데 오랜 동안이 걸리는 한자를 배울 수가 없어 한자말이 많이 섞인 벼슬아치 말과 백성 말이 달라지면서 우리 겨레는 물과 기름처럼 안으로 두 동강이 나면서부터 겨레의 힘이 빠져 내리막길을 걷습니다. 그래서 두 즈믄해(이천 년) 가까이 오랫동안 되나라(중국) 반 종살이를 일삼다가 그 마지막은 바로 오랫동안 우리 겨레가 삶빛과 삶꽃을 나눠줬던 왜한테 거꾸로 잡아먹혀 종살이로 굴러떨어지지요.

그러고 보면 예나 이제나 우리 겨레말을 어지럽히는 사람들은 배운 웃대가리들(고위지식층)입니다. 백성들 쪽에서 보면 배운 사람,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쓰는 한자말이 한쪽으로는 부럽고, 한쪽으로는 스스로 주눅 드는 일이라, 스스로도 배운 사람 든 사람 티를 내려 했던 마음이 있어 글말이던 한자말이 백성들 입말 속에도 스며들어 차츰 우리말이 뒤죽박죽됩니다. 이 흐름은 오래도록 이어져 오늘에까지 내려와 꼬부랑말 흉내 내기에 너나없이 바쁩니다. ▶다시 이어짐

최한실 우리말살림이, 본디 이름 최석진

출처 : 울산제일일보(http://www.uj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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