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보건의료협력 플랫폼 출범식이 열린 10일 이인영 통일부장관, 류근혁 보건복지부 제2차관, 송하진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 제롬 킴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 김영훈 고려대안암병원 의료원장, 이준모 킨선월드와이드 대표, 이기범 북민협 회장이 '한반도 보건의료협력에 관한 공동선언문'을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반도 보건위기를 공동의 위기로 받아들이고 이에 함께 대응하고 협력하는 기반을 구축하자는 취지의 '한반도 보건의료협력 플랫폼'이 10일 출범했다.

통일부는 10일 오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정부, 지방자치단체, 국제기구, 민간단체, 보건의료 분야 직능단체 등이 참여한 '한반도 보건의료협력 플랫폼'(이하 플랫폼) 출범식을 진행했다. 

출범식에 이어 △한반도 보건의료협력 추진방향 △지속가능한 한반도 보건의료협력 플랫폼 구축 방안에 대한 토론회도 개최했다.

"우리는 세계적인 보건위기 상황에서 한반도 주민 모두의 생명을 보호하고,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협력이 정치·안보적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되는 것이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고 평가한다."

플랫폼은 이날 발표한 공동선언문 서문에서 한반도 보건위기에 대해 남북이 협력해 공동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출범 취지를 밝혔다.

△한반도 생명·안전 공동체 형성 △개방된 공동체이자 집단지성의 장 △남북의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이행을 위한 지지 및 국제사회와 협력 추구 △글로벌 보건이슈에 대해 한반도 차원의 공동대응 및 포괄적 협력 통한 건강한 한반도 추구 △플랫폼 참여자들의 개별적 지향 존중과 공동의 목표에 대한 협력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발전시키기 위해 매년 1회 정례회의 개최 등 플랫폼의 목표와 방향, 운영원칙 등에 대한 6개항을 발표했다.

이인영 통일부장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개회사에서 플랫폼은 △우리가 열어갈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그 새로운 가능성의 토대가 될 또 하나의 '상생과 공존'의 플랫폼 △한반도 전체를 시야에 두고 남북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설계해 나가겠다는 우리의 다짐이자 실천의지 △한반도 보건의료 분야에서 이에 관한 모든 의제를 상시적으로 논의하고 조율할 수 있는 통합적인 협의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북한 또한 지금 당장 인도적 협력에 응하지 못하고 있는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와 상황이 있겠지만, 보건의료 협력의 수요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세계가 코로나로부터 회복되어 가고, 멈춰선 한반도 평화 또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하는 이때에, 남북 주민 모두의 생명을 지키고 한반도와 민족의 미래를 여는 이 길에서부터 남북이 함께 마주 앉아 허심탄회한 대화와 협의를 시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북측의 호응을 촉구했다.

최근 유럽 순방 등의 경험을 소개하면서 "제재와도 무관하게 북한에 대한 인도적 협력은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중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하고 있는 미국 또한 제재이행을 강조하면서도 인도적 협력만큼은 적극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이고, 실제 한미간 공동의 인도적 협력방안을 협의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하진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은 플랫폼 출범에 맞춰 한반도 보건의료협력 활성화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광재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광재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축사에서 한반도 보건의료협력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인도적 지원에 과감히 나서고 이에 수반되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소모적 논쟁을 피해야 하며,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관찰시스템을 잘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제기구 대표들은 영상으로 특별메시지를 보내왔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코로나19는 이에 대한 협력적 대응의 중요성, 그리고 보건은 평화와 안보를 달성하기 위한 기본이라는 사실을 잘 알려주고 있다"고 상기시켰다.

냉전이 한창이던 시기에 미국과 소련이 천연두 예방에 협력했던 사례를 소개하면서 이날 출범한 플랫폼이 한반도 전체의 평화와 건강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제 마노엘 바호주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의장은 '모두가 안전해질 때까지는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는 세계 20여개국 정상의 '팬데믹 조약' 공동기고문의 경고를 되새기고는 한국이 가난한 나라를 위한 백신공여에 가장 많은 도움을 준 나라인만큼 플랫폼에서도 성과를 내길 바란다고 했다.

신희영 대한적십자사 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어진 토론회에서 신희영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한반도 보건의료협력 추진방향' 주제의 기조발표를 통해 "남북이 인도적 지원의 틀에서 벗어나 경쟁력있는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교류협력으로 전환하여 상생발전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의 질 높은 의료인력과 풍부한 임상경험을 토대로 남북이 협력해 새로운 지식재산권을 창조하고 보건의료 현대화를 실현함으로써 한반도 건강공동체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남북 보건의료 연구개발 우선 순위 과제로  △결핵 △기생충 △B형간염 △인수공통 감염병 △모자보건 부문 △식품과 영양 △만성질환 △천연물 신약 △구강 △간호 △보건정책 등 12개 분야 22가지의 핵심 과제를 선정해 소개하기도 했다.

이중 결핵, 관절염에 적용할 수 있는 천연물 신약 개발과 기생충 감염 진단법 등은 오랜 임상경험을 갖고 있는 북과 협력하면 기간을 단축해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북의 보건의료체계가 전국민 무상의료체계와 예방치료 중시, 호담당의사제를 주축으로 광역도시와 지방도시에 각각 4차 의료전달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고 의료인력도 충분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남북간 인수공통감염병의 전파위험이 상존하고 질병패턴도 다르기 때문에 예방과 조절을 위한 남북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는 라운드 테이블 형식으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먼저, 가내축산이 만연한 북에서 조류독감이 계속 발생하던 중 최근 독감이 확산되는 추이로 보아 사람과 동물간에 병원체를 공유하는 위험이 상존한다는 것.

주요 가축전염병에 대한 사전 예방 체계와 모니터링이 전무한 가운데 신종 변이 감염병 병원체 출현 가능성도 있으니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백신 개발 등을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북의 경우 결핵, 장티푸스, 류마티스열 등 세균성 질환이 흔한 상황인데 비해 남쪽은 독감 인플루엔자, 라이노바이러스, 로타바이러스 등 바이러스성 질환이 유행하는 등 질병패턴이 달라서 한꺼번에 섞이게 되면 큰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경을 넘는 감염병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남북 통합과 주민 통합에 대비해 질병과 진단,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 의료역량 강화 협력은 물론이고 의료시설 현대화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한 협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같은 언어를 쓰면서도 분단되어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한반도의 남과 북 밖에 없는데, 보건위기의 시대에 건강이 보장되지 않은 통합은 서로에게 이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플랫폼 출범뒤에 남은 핵심적인 과제는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는 이 개방된 장에 북측이 언제 어떻게 들어오도록 하느냐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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