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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51주기 맞은 민주노총 “불평등 세상을 바꾸는 투쟁 시작”

경찰 원천 봉쇄 속에 동대문서 ‘전태일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 열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13일 오후 서울 동대문 사거리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다. 2021.11.13.ⓒ뉴시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2시 30분께 서울 동대문(흥인지문)사거리에서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전태일 열사 51주기를 맞은 13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불평등사회 타파를 촉구하면서 "평등사회 건설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당초 민주노총은 여의도 일대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정부와 서울시가 대회를 불허함에 따라 대회 장소를 급히 동대문 인근으로 이동했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불허 방침 취소와 집회·시위의 자유의 보장을 요구했으나 정부와 서울시의 입장 변화는 없었다.

앞서 정부는 불허 방침에 따라 12일 저녁부터 서울 도심과 여의도에 대규모 경찰 병력을 동원해 차벽을 설치하고, 차량 검문을 실시했다. 집회 당일인 이날에도 12시 30분부터 14시까지 경복궁역, 광화문역, 시청역, 종각역, 안국역, 을지로입구역 총 7개 지하철 역사에 무정차 통과를 실시하며 집회를 봉쇄했다. 버스들도 12시 30분부터 인근 36개 버스정류장에 정차하지 않고 지나쳤다.

이 같은 경찰의 봉쇄 조치에도 이날 집회에는 전국에서 모인 2만여 명(주최측 추산)의 조합원이 참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집회 불허 조치를 내린 정부를 향해 "촛불정부가 맞느냐"고 비판했다. 구속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대신해 대회사를 맡은 윤택근 직무대행은 "지난 10.20 총파업투쟁은 거리로 내몰린 노동자 민중의 목소리를 들으라는 준엄한 국민의 명령이었다"면서 "그런데 정부는 아직도 아무런 답변이 없다. 아니 대꾸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드코로나'라고 하면서 유독 노동자 민중의 목소리를 억압하고 있다"며 "'너희는 안 된다, 가만히 있어라'라고 하는 것이 광장의 정치로 촛불을 계승했다는 정부가 맞는지 문재인 대통령은 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준) 공동대표도 "축구장, 야구장에서 수만 명이 운집하는 건 괜찮고, 노동자대회는 원천봉쇄했다"면서 "여야 대선주자 지지행사는 수만 명이 밀집해도 단속하지 않고 심지어 오늘 비슷한 장소에서 진행되는 보수단체의 집회와 행진은 허용되는데 노동자 집회만 연이어 금지되고 있다. 이게 촛불정부 맞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는 코로나19 방역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제대로, 똑바로 방역할 것을 촉구하는 것"이라며 "방역과 헌법 상 기본권 보장은 병행되어야 하지 둘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민주노총은 현 정부 동안을 '촛불에 배신당한 5년'이라고 규정하고 불평등사회를 타파하는 투쟁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최저임금 1만원 공약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약속 폐기에 이어 이재용은 석방하고 양경수는 구속하는 문재인 정권이었다"면서 "민주노총 위원장을 가둔 것은 2천만 노동자들의 절규를 감옥에 가둔 것이며, 불평등 세상을 끝장내려는 노동자의 의지를 감옥에 가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달라야 한다고 모두가 말한다"면서 "지금의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땜질 처방으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완전히 다른 세상을 상상하고 설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산업 전환에 따른 일자리, 의료, 돌봄, 주택, 교육, 교통을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노조법 전면 개정을 통해 복수노조, 산별교섭, 원청 사용자와의 교섭할 수 있는 권리가 확대되어야 하고, 5인 미만 사업장, 주15시간 미만 노동자, 특수고용,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까지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이 전면 적용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민주노총은 엄중한 시대적 요구를 통찰하여, 불평등사회를 타파하고 평등사회 건설을 위해 투쟁할 것을 선언한다"며 "20대 대통령 선거에서부터 자본과 결탁한 정치세력을 심판하고, 진보정당과 함께 노동자가 세상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그날을 위해 전진하겠다"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전국노동자대회 집회가 열린 13일 오후 서울 동대문역 사거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서비스연맹 제공

이날 집회에서는 민주노총과 진보당, 정의당, 녹색당, 노동당, 사회변혁노동자당 등 5개 진보정당이 함께 "20대 대선을 불평등타파-한국사회대전환의 계기로 만들겠다"며 투쟁 과제를 담은 공동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민주노총과 진보정당들은 "문재인정부 5년, 코로나19 2년을 거치면서 한국사회의 불평등은 심화되고 노동자, 민중의 고통은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면서 "특권과 반칙으로 기득권 지키기에 골몰하는 기성 정치 세력에게 더 이상 나라와 민중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통한 기후위기 대응 ▲일하는 모든 시민의 노동권, 안전권, 생활권 보장 ▲노조할 권리하고 초기업교섭 활성화하여 일자리불평등 극복 ▲일자리 국가책임 강화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주4일제 도입으로 노동시간 단축 ▲경제민주화 실현, 자산불평등 해소하고 토지와 주거공공성 확대 ▲성차별 해소하고 사회적 소수자 인권 보장 ▲포스트코로나시대 국가운영 혁신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 등 10가지 공동 투쟁 과제를 밝혔다.

이날 집회는 방역수칙에 따라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진행했으며, 별도의 행진 없이 오후 4시께 종료됐다. 경찰과 대치하기는 했지만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열린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한 주최자 및 주요참가자에 대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일반교통방해,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출석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경찰은 이날 집회로 동대문사거리의 모든 방향이 점거되자 교통경찰 등 183명을 동대문 교차로 및 주변에 배치해 차량 우회 및 회차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13일 오후 서울 동대문 사거리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다.ⓒ서비스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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