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사업자들이 5.24조치 11주년을 맞아  지난 5월 24일 정부서울청사앞에서 5.24조치 즉각 해제와 피해보상법 제정을 촉구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남북경협 사업자들이 5.24조치 11주년을 맞아  지난 5월 24일 정부서울청사앞에서 5.24조치 즉각 해제와 피해보상법 제정을 촉구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5.25조치로 인해 사업이 중단돼 정부를 상대로 손실보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패소한 (주)겨레사랑 정범진 대표는 지난달 14일 통일부로부터 계좌가 압류 등록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올 초 통일부가 보내 온 세번째 독촉장에는 총 1,639만 여 원의 체납액을 조속히 납부하라는 내용과 함께 15일 내에 납부하지 않을 경우 '국가채권관리법' 제15조에 의거해 소유재산에 대한 압류조치를 취하겠다는 친절한(?) 경고가 있었다.

아홉 달이 지나 집행된 이번 압류조치로 정 대표는 큰 충격을 받았다.

정부 정책으로 인해 손실을 입은 시민이 헌법 가치와 질서에 대해 정당한 문제제기를 했는데, 성의있는 검토와 답변은 고사하고 거칠고 사나운 경고만 돌아왔기 때문이다.

앞서 정 대표는 5·24조치로 인해 피해 구제에 나서지 않는 정부를 상대로 손실보상을 청구했으나, 2015년 6월 대법원은 '5‧24 조치는 통치행위이며, 해당 사안의 구제를 위한 법안이 부재하다'는 이유로 패소결정을 내렸다.

여러 차례에 걸친 독촉과 이번 계좌 압류는 패소에 대한 책임을 지고 원고인 정 대표가 진행한 소송으로 인해 발생한 비용을 내라는 것이다.

정 대표는 ㈜겨레사랑이 대법원 판결 이후 지난 2016년 2월 헌법재판소에 손실보상 법률의 입법을 명령해 달라는 취지로 '입법부작위에 따른 헌법소원'을 제기한 일을 거론하며, 이에 대해 5년째 묵묵부답으로 방치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달 통일부에 대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용선 의원이 이 건에 대해 서면질의를 했다.

'공무원 입장에서는 법적 절차를 지키면 그만이지만 경협기업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 통일부도 추후 경협기업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한 상황에서 사안의 성격을 고려하여 소송비용 회수를 무리하게 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이다.

이에 대한 통일부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 담당자의 답변은 '대법원 판결 이후 소송비용의 장기미납에 따른 납부액(소송비용+지체상금)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다른 소송건과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부득이하게 취한 조치'라는 것.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라 사정 설명을 한 셈이다.

기계적인 법적용에서 한걸음도 벗어나지 못하는 통일부의 대처를 보면서 실망감은 분노로, 좌절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그는 "더 이상 기대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번엔 남북경협 피해기업들이 나섰다.

(사)남북경협활성추진위원회(정양근 위원장), (사)남북경제협력연구소(김한신 소장), (사)금강산투자기업협회(최요식 회장)은 지난 8일 입장문을 내어 △5.24조치 당장 철회 △경협기업피해보상법 즉각 제정 △'경협기업피해보상법' 입법부작위에 대해 헌법재판소 즉각 판결 △보상 외면하고 피해기업 압박하는 통일부장관 사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피해에 대한 진지한 사과와 지원은 커녕 도움을 바라는 이의 바가지를 발로 차 깨뜨려버리는 문재인 정부와 통일부의 작태에 우리는 분노한다"고 하면서 "기획재정부 탓만 하는 통일부의 무능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실무담당자가 아니라 장관이 나서야 한다. 국가는 국민에게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에 대한 진정성있는 고민의 결과를 내놓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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