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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시민단체 전용 ATM기” 오세훈 거짓말 잡아낸 시민단체들

강석영 기자 
발행2021-12-08 17:50:12 수정2021-12-08 17:50:12
 

“시민 혈세로 어렵게 유지되는 서울시 곳간은 시민단체 전용 ATM기로 전락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난 9월 13일 ‘서울시 바로 세우기’ 입장문 중 일부다. 서울시가 ‘비뚤어진’ 원인으로 시민사회단체를 지목한 것이다. 오 시장은 그 근거로 “지난 10년간 민간보조금과 민간위탁금으로 (시민단체에) 지원된 총금액이 무려 1조 원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합리적인 문제 제기가 ‘박원순 전 시장 흔적 지우기’로 매도당하는 것이 억울하다고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2021.09.16ⓒ국회사진취재단

이에 1천여 개의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8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 시장의 이른바 ‘1조 원’ 프레임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퇴행적인 오세훈 서울시정 정상화를 위한 시민행동(오!시민행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은 이날 서울시가 지난 10년간(2012~2021) 민간보조금 및 민간위탁금 명목으로 시민사회에 지원했다는 1조 원의 세부 집행 내용을 정보공개 청구해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애초에 시민단체 ‘배 불리기’ 지원금이란 있을 수 없다며 오 시장이 민간보조금과 민간위탁금의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지 따져 물었다.

민간보조금이란 민간이 목적에 맞게 사업을 수행하겠다고 자율 공모한 사업에 대한 보조금이다. 민간보조금은 사업비로만 쓰여야 하지, 인건비 등 단체운영비로 사용돼선 안 된다. 민간위탁금이란 서울시가 해야 할 사업이지만 대민 접촉이 많은 등 시가 하기에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을 때 민간에게 맡겨 지원하는 비용이다.

채연하 함께하는시민행동 사무처장은 “운영비를 지원받는 단체는 관변단체·보훈단체뿐이다. 보조금은 단체운영비로 쓰이면 불법”이라며 “감독기구인 시가 그때는 맞고 지금은 아니라고 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윤순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활동가 등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특별시청 서소문청사 2동 대회의실에서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 시민단체 1조 원 지원’ 정보공개청구 자료 분석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12.8ⓒ뉴스1

또 이들은 자료 분석을 통해 오 시장이 ‘1조 원’을 부풀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측이 1조 원을 주장하면서도 객관적인 근거자료를 모두 공개하지 않아 정확하지 않지만 아무리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7천억 원가량이라는 게 이들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서울시가 발표한 지난 10년간 민간보조금 예산은 약 4천300억 원이었는데, 자료를 따지고 보니 실제 집행액은 약 3천320억 원이었다. 1천억 원 가까이 차이가 났다. 집행액이 기준이어야 하는 이유는 지원된 예산이 남는 경우 서울시로 반납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공기관·대학·언론·노조·종교단체 등 시민사회단체라고 볼 수 없는 일반기관에 지급된 민간보조금이 1천360억 원가량 포함됐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조민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일반기관을 포함해 집행 금액 및 지원단체 수를 부풀렸다”고 비판했다.

가장 많은 보조금(950억 원)을 지원받은 ‘사회적 경제조직’이 일반기관으로 분류된 이유에 대해 조 국장은 “일자리 창출·사회보험료 지원 등 사업 성격상 사회적 경제만을 위한 사업에 민간보조를 받은 기관이고, 지원대상은 인증된 (예비) 사회적 기업 혹은 지정된 마을 기업으로 한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시민단체에 대한 민간보조금 실집행액은 예산의 45%(1천960억 원)에 불과하다. 이중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된 단체에 집행된 액수는 534억 원으로 실집행액의 3분의 1(27%)도 안 됐다. 이 중에서도 42%(227억 원)는 비영리 민간단체 공익활동 등 지원사업으로 모든 지자체가 시행하는 공익활동 지원사업이라는 게 이들 분석이다.

민간위탁금의 경우 서울시는 지난 10년간 예산(5천910억 원)만 공개했을 뿐 집행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최근 3년간(2019~2021) 집행액만 공개했다.

예산액만 따져봐도 시민단체로 볼 수 없는 일반기관에 위탁한 사업액이 2천100억 원가량 섞여 있는 등 민간위탁금 역시 민간보조금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이들은 “민간보조금 실집행액과 민간위탁금 예산현액을 더한 금액은 7870억 원으로 1조의 80%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오 시장 발언에 대해 “시민사회를 비난하기 위한 정치적 행위로 해석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순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활동가 등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특별시청 서소문청사 2동 대회의실에서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 시민단체 1조 원 지원’ 정보공개청구 자료 분석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12.8ⓒ뉴스1

오 시장의 한 마디로 시민사회단체 전체가 매도된 상황이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도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단체들은 오 시장의 발언에 대해 ‘모욕적’이라고 분노했다.

윤순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무총장은 “시민사회단체 활동은 시민들의 지지와 동의를 기반으로 활동하는데, 시민단체가 부도덕하고 문제 있다고 각인될 만한 오 시장의 발언들로 부정적 인식을 확산했다”며 “그 후 오 시장 행보가 바로 예산 삭감이었는데, 그걸 노리지 않았나 싶다”고 꼬집었다.

채 사무처장은 통화에서 “실제로 서울시 지원을 받든 아니든 모든 시민사회단체가 오해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시민들 회비로 활동하는 많은 시민단체에 모욕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오 시장이 분야별로 시민단체들을 만나면서 ‘너희를 특정한 건 아니’라고 편 가르는 것 역시 너무 모욕적”이라고 분노했다.

이들은 오 시장에게 ▲부풀려진 1조 원에 대해 시민사회에 공개사과 할 것 ▲서울시민의 참여를 가로막는 예산 삭감 행태를 중단할 것 ▲공개하지 않은 7년간 민간위탁금 집행내역을 공개할 것 등을 촉구했다. 오 시장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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