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겨레 “통신조회, 윤석열 검찰총장 땐 282만건”
이번엔 색깔론 꺼낸 윤석열, “중국 청년 한국 싫어해” 외교 발언도 논란
조선일보 “공수처, 윤석열·김건희까지 뒤져”, 홍콩 언론인 체포 사진과 나란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국민의힘 소속 의원 80여명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며 ‘정치사찰’을 주장하는 가운데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에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그 배우자인 김건희씨까지 통신자료를 조회한 사실을 강조했다. 

반면 한겨레는 윤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한 시절 282만6118건(전화번호 수 기준)의 통신자료를 조회했고 해당 국민들은 통신자료를 조회당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지나갔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처음부터 대상자를 특정해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도 아닌데 야당 정치인이 되면 무작정 정치사찰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막말 논란을 이어온 윤석열 후보가 이번엔 색깔론을 꺼냈다. 29일 “좌익 혁명 이념, 북한 주사(주체사상) 이론 이런 걸 배워서 민주화운동 대열에 끼어 마치 민주화 투사인 것처럼 끼리끼리 살고 도와준 그 집단들이 문재인 정권 들어서서 국가와 국민을 약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원색적인 표현도 사용했다. 

조선일보가 1면 사진기사로 홍콩의 언론탄압 소식을 전했다. 홍콩 내 대표 정부비판 언론인 스탠드뉴스의 패트릭 람 편집국장 대행이 경찰에 연행되는 모습을 “공수처, 윤석열·김건희까지 뒤졌다”는 1면 톱기사 바로 밑에 배치했다.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에선 공수처가 야당 출입기자들과 야당 의원들에 대한 통신자료 조회를 ‘사찰’이라고 비판해온 가운데 관련 소식을 홍콩 당국의 언론인 체포 사진과 나란히 배치해 눈길을 끈다.  

▲ 30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모음
▲ 30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모음

 

제도개선 외면한 채 야당만 되면 ‘사찰’ 주장

30일 조선일보는 1면 톱기사 “공수처, 윤석열·김건희까지 뒤졌다”, 중앙일보 1면 톱기사 “공수처, 윤석열·김건희 통신자료 뒤졌다”, 동아일보 1면 “공수처-검찰, 윤석열-김건희 통신자료 조회했다” 등 보수 성향 신문들은 국민의힘의 문제제기대로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자체를 문제 삼았다. 

조선일보는 3면 “공수처의 야당 표적사찰…의원 단톡방·청년단체까지 들여다봤다”란 기사에서 “공수처가 윤석열 후보와 윤 후보 아내 김건희씨를 비롯해 야당 의원 80명에 대해 무더기로 통신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수처를 둘러싼 ‘불법 사찰’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당내 선대위 종합상황실에 ‘불법 사찰 국민신고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윤 후보는 지난 29일 “대통령이 되면 공수처의 불법 행위에 책임있는 자들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며 “공수처가 게슈타포나 할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 30일 한겨레 1면 기사
▲ 30일 한겨레 1면 기사

 

이에 한겨레는 “사찰이 성립하려면 처음부터 대상자를 특정해 통신자료 조회가 이뤄져야 하는데 통신자료 조회는 그런 방식이 아니다”라며 “검찰총장 출신인 윤 후보는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가 어떤 성격이고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잘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당 의원들이 조회 대상이 된 ‘통신자료’는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서비스 가입·해지일 등이다. 공수처가 법원 허가 없이 간단한 사유만 적으면 이동통신사에 요청해 받아낼 수 있다. 수사기관이 법원 영장을 받아 수사 대상자의 통화내역을 확보하는데 통화 내역에는 수사 대상자가 통화한 상대방의 전화번호와 통화 시간 등이 나온다. 즉 수사기관은 전화번호가 누구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통신사에 통신자료를 요청해 이름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한겨레는 국민의힘이 공수처의 ‘고발 사주 의혹’ 수사 대상인 점을 지적했다. 피의자로 윤 후보와 김웅 의원 등이 입건됐고 공수처는 이들과 통화한 이들에 대해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울중앙지검은 2017년 3월과 4월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 수행비서의 통신자료를 조회했고, 윤 후보가 서울중앙지검장이던 같은해 8월에도 수행비서 통신자료 조회가 있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수사 대상자와 여러차례 통화한 전화번호 가입자 인적 사항을 확인하다 그중 한명이 수행비서라는 사실만 확인했다”며 “사찰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겨레는 “당시 조선일보는 ‘통신자료 조회는 통신 수사의 한 수단일뿐 특정인을 겨냥한 사찰로 단정 짓기 어렵다. (사찰 주장 등) 여야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기보다는 통신조회 남용 방지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한겨레는 “검찰 출신이 대거 포진한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와 국민의힘에서도 이 문제를 ‘불법 정치사찰’로 선거쟁점화할 뿐 정보·인권단체 등에서 10년 넘게 요구해온 통신자료 조회 제도에 대한 근본적 개선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도 야당이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언론인·정치인 등에 대한 수사·정보기관의 통신자료 조회를 ‘불법 사찰’로 규정했지만, 거대 여당이 된 지금은 조회 근거가 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지난 27일 “통신자료 제공 요청은 위헌적 제도임에도 윤 후보 자신이 검찰총장직에 있었던 검찰은 물론 경찰 등 수사기관들이 일상적으로 자행해온 것이며 오히려 규모로 따지면 공수처는 비교조차 안 될 정도”라며 “윤 후보 발언과 같이 사찰이 된다면 검찰총장 재직 시절 이뤄진 검찰의 통신자료 요청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내가 하면 수사, 남이 하면 사찰인가”라고 지적했다. 법제도 개선 없이 야당이 되면 정치사찰을 말하는 것이 문제라는 주장이다. 

▲ 30일 한겨레 정치면 기사
▲ 30일 한겨레 정치면 기사

 

윤석열, 색깔론에 독재정부 옹호 논란 

윤석열 후보가 29일 1박2일 일정으로 대구·경북 지역을 찾아 “전문가 들어오면 자기들이 해먹는 데 지장이 있으니 무식한 3류 바보들 데려다가 정치를 해서 나라 경제 망쳐놓고 외교·안보 뭐 전부 망쳐놨다”며 “권위주의 독재 정부는 우리나라 산업화 기반 만들었다. 이 정부는 뭐했나”라고 현 정부를 비난하며 독재정부를 옹호했다. 

윤 후보는 또한 현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에 대해 “북은 핵개발 계속하고 미사일 펑펑 쏘는데 종전선언 하면 뭐하나”라며 “떡이 나오나 국민의 먹거리가 나오나”라고 비난했다. 이어 “자유민주주의 지키려고 하는 것인지 이 나라를 사회주의로 끌고 가려는 것인지”라며 색깔론을 동원했다. 

윤 후보의 지난 28일 발언도 논란이다. 그는 “한국 국민, 청년들 대부분은 중국을 싫어한다”며 “중국 청년 대부분이 한국을 싫어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며 “현 정부 들어서 중국 편향 정책을 들고 미-중 중간자 역할을 한다고 했지만 결과는 안 좋게 끝났다”고 말했다. 

이에 한겨레는 사설에서 “도무지 한 나라를 이끌어보겠다는 유력 대선 후보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발언”이라며 “유력 대선 후보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얘기하는 건 매우 부적절하며 한-중 양국의 갈등을 기정사실화하고 불신만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에 잘 보이겠다고 한-중 관계에 부담이 되는 말을 즉흥적으로 쏟아내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라며 “국가 지도자를 꿈꾼다면 정제된 발언을 하는 것부터 배우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 30일자 조선일보 1면
▲ 30일자 조선일보 1면

 

비판 언론인 체포하는 홍콩 정부 

조선일보 등을 보면 홍콩 당국은 지난 29일 빈과일보와 함께 비판언론으로 꼽힌 스탠드뉴스 전현직 간부 6명을 선동적 내용을 출판하기 위해 모의했다는 혐의로 체포했다. 같은 혐의로 빈과일보 전 부사장도 체포됐다. 스탠드뉴스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으로는 33상자 분량의 물품을 압수했다. 

스탠드뉴스는 2014년 창설된 비영리 온라인 매체로 홍콩 민주 진영의 입장을 대변해왔다. 홍콩기자협회는 성명을 통해 “경찰이 언론사를 압수수색해 취재 자료를 가져가고 다수 언론인을 연행한 데 대해 깊이 우려한다”며 “정부는 홍콩 기본법에 따라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라”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