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KBS본부 “경영평가 위원의 방송평가 시정되지 않아 유감”
KBS 경영평가 보고서에 일부 라디오 프로그램에 대한 ‘중립성 논란’이 명시됐다. KBS 내부에선 경영평가를 통한 방송 프로그램 중립성 평가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KBS는 지난달 31일 2021사업연도 경영평가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KBS는 방송법에 따라 매년 경영평가단을 구성·운영해 KBS 경영성과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한다.
이번 보고서에선 라디오 프로그램에 대한 ‘중립성’ 지적이 거듭됐다. 보도·시사 프로그램의 공정성·독립성 개선 노력 중 ‘공정한 선거 보도 방안 마련과 실행’ 항목에 KBS 1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인 ‘주진우 라이브’와 ‘최경영의 최강시사’가 언급됐다. “일부 프로그램 진행자의 중립성과 출연자 선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는 것이다.
평가단은 ‘주진우 라이브’가 선거방송심의의원회로부터 행정지도(의견제시) 2건을 받은 점을 문제 삼았다. 한 건은 9월1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육영수 여사 생가 방문 관련해, 출연자인 서기호 변호사가 ‘(윤 후보가) 제대로 하려면 생가 방문하셔서 어쩌다 그런 따님을 낳으셨습니까 이런 태도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발언한 사례다. 선거방송심의위는 진행자·출연자가 특정 정당·후보를 조롱 또는 희화화해서는 안 된다는 선거방송심의 특별규정(제10조의2항)을 적용했다.
나머지 한 건은 11월8일 전국민 재난지원금 관련해 코너 출연자와 진행자가 나눈 대담에 대해서다. 출연자인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과 진행자가 국가부채·재정부담 증가를 전제로 재난지원금 찬반을 물으면 찬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발언한 것이 특별규정 중 객관성 조항(제8조 제1항)을 위배했는지 심의한 결과다. 두 건에 대한 심의 결과인 ‘의견제시’는 행정지도 중 가장 낮은 단계다.
‘최경영의 최강시사’는 정치권 출연자의 소속 정당 비중이 문제로 적시됐다. 2021년 출연자 분포에서 더불어민주당 인사(46%)가 국민의힘 인사(40%)보다 많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평가단은 “이러한 차이는 전수 조사이기에 실제적인 차이이며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한 차이로 여겨짐”이라고 덧붙였다.
최종안 이전의 경영평가 보고서엔 KBS 라디오 프로그램 출연자를 보수, 진보, 중도 등 정치적 성향별로 분류한 대목도 있었지만 지난달 25일 이사회 심의를 거치면서 삭제됐다. KBS 라디오센터 분류에 따른 관련 표를 두고, ‘자의적 기준’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결과다.
이사회에선 경영평가 보고서를 요약·설명하는 방송문안을 둘러싸고도 한동안 공방이 있었다. 권순범 이사를 비롯해 현 여권 추천으로 분류되는 일부 이사들이 ‘중립성 시비’를 라디오 뿐 아니라 TV 방송을 포괄하도록 써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하면서다.
이은수 이사의 경우 “최근에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될 때 (KBS 뉴스는) ‘임명 재가’라는 중립성 표현을 썼다. 그런데 최근에 한동훈 장관에 대해선 ‘임명 강행’이라는 표현을 썼다”며 “이건 중립적 표현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이사회 사무국은 논의 대상은 지난해 경영평가 보고서라고 이 이사 지적을 일축했다. 조숙현 이사의 경우 “경영평가단이 낸 의견을 가지고 문단을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중립성 시비의 유무를 단정할 수 있느냐는 반론도 나왔는데, 선거방송심의위의 행정지도 사례가 존재한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전해진다.
결과적으로 방송문안에는 “KBS 라디오의 점유청취율 역시 2013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방송의 중립성에 대해 일부 시비가 있었다”, “일부 라디오 프로그램의 경우 진행자의 중립성과 출연자 선정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는 설명이 붙었다.
KBS 내부에선 경영평가 범위가 보도·방송 중립성 지적까지 이어져선 안 된다는 반발도 나온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2일 미디어오늘에 “이사회에서 권한을 위임받아 공영방송 경영에 대한 평가를 하도록 한 경영평가 위원들이 방송의 중립성에 대한 지적을 한 것은 자신들이 가진 권한을 넘어선 월권 행위라고 보고 있으며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다”며 “그동안 경영평가 위원들이 방송에 대한 평가를 내놓는 것에 대해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있어 왔지만, 시정되지 않고 있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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