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7일 전면 총파업 돌입
90여개 시민사회단체 성명 등 각계 지지 이어져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촉구하며 7일 0시를 기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첫 대규모 파업이다.
치솟는 물가, 폭등하는 경유가 시대에 생존권과 국민의 안전을 지키겠다며 총파업에 나선 화물노동자들을 향한 제 시민단체들의 지지가 이어지는가 하면, 윤석열 정부를 향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안전운임제’가 뭐길래…
2020년 1월1일부터 시행된 화물차 ‘안전운임제’는 화물운송 종사자의 근로 여건 개선 및 화물차 안전 확보를 위해 화물차주와 운수 사업자가 지급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하는 제도다.
유가 인상 시, 유가에 연동해 운송료를 조정하는 제도인 안전운임제에 따라 화주는 화물 차주에게 안전운송운임 이상의 운임을 지급해야 한다. 폭등하는 기름값으로 인해 ‘달릴수록 적자’인 화물노동에 적용되는 최저임금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안전운임제는 ‘2022년 12월31일까지 효력을 가진다’는 유효기간 조항(3년 일몰제)으로 올해 말 자동 소멸될 위기에 처했다. 적용대상도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에 한해서만 극히 제한적으로 적용해 왔다.
최근 경유가는 전국 평균 2,000원대를 넘어선 상황. 안전운임이 시행되는 일부 품목은 유가연동이 적용돼 인상된 유가만큼의 운송료를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전체 42만 화물노동자 중 약 2만 6천여 명만 해당된다. 나머지 대다수 화물노동자들은 유가 인상에도 불구하고 운임의 변동이 없어 목숨 걸고 장시간·과속·과적 운전을 하거나, 운송을 아예 포기하는 처지에 놓여 왔다.
지난달 30일 한국교통연구원이 주최한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성과 평가 토론회’에선 제도 시행 이후 ▲화물노동자의 노동시간이 감소하고 ▲과적이 감소하였다는 공통된 결론이 도출된 바 있다. 한국안전운임연구단의 연구에서는 안전운임제 도입으로 과로‧과적‧과속의 감소에 따라 전반적인 노동위험수준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안전운임 결정은 매년 국토교통부 안전운임위원회에서 다음 해 운임을 결정하면 이를 국토교통부 장관이 그해 10월 31일까지 고시하게 돼 있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이런 안전운임제 소멸을 막고 전차종, 전품목 확대를 위해 정부와의 모든 대화 창구를 열어놓고 협의에 임했다. 그러나 정부와 국토교통부는 지난 2일 1차 교섭 이후 총파업이 예고된 전날(6일)까지 어떠한 대화 요청도, 답변도 없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화물노동자들은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제 전차종, 전품목 확대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전면·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 7일 오전 9시 부산신항,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 인천항, 대산 석유화학단지, 울산 석유화학단지, 여수 석유화학단지 등 주요 항만 및 물류기지에서 화물연대 전체 2만5천 조합원이 총파업에 참여했다.
총파업 소식이 알려지자 국토교통부는 화물연대와 대화와 협의점을 모색하기 보다 ‘비상수송대책 구상’과 ‘엄정대응 방침’ 수립에만 몰두했다. 경찰청 역시 약속이나 한 듯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해 ‘불법행위 엄정대응 방침’을 발표해 ‘주동자는 반드시 사법처리’ 하겠다며 총파업에 대한 엄포와 탄압을 본격화할 조짐이다.
“안전운임제 확대는 ‘국민 명령’”… 각계 지지 확산
그러나 국토부와 정부대응을 규탄하는 총파업 지지여론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42만 화물노동자의 생존권, 나아가 도로 위 국민의 안전을 위한 ‘안전운임제’를 지키겠다며 파업에 나선 화물노동자들을 향한 지지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확산될 예정이다.
파업 첫날 전국민중행동을 비롯해 90여 개의 제 시민사회단체가 “안전운임제 확대 시행”을 촉구하며 화물연대 파업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공동성명을 내고 “유류비, 차량할부금 등 화물운송에 필수적인 비용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하루 13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을 강요받는 화물노동자들은 생명을 담보로 과속, 과적이라는 불법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화물노동자들의 파업은, ‘죽지 않고 일하게 해달라’는 절박한 절규의 또 다른 모습이며 ‘생존과 안전을 국가가 책임져라’는 너무나 상식적인 호소”라고 힘을 싣곤, “‘안전운임제’의 지속과 전차량, 전품목 확대 시행은 화물노동자들의 요구이기 이전에 우리 국민들의 명령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정부를 향해선 “후보시절부터 공약했던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화물 노동자들의 호소와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한다”면서 “화물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이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안전운임제 지속·확대 적용을 비롯해 고물가 고유가 시대에 생존을 위협받는 민생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 당국의 근본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진보정당들도 화물노동자 총파업 지지에 가세했다.
진보당은 6일 지지성명을 내고 화물노동자들의 파업은 “폭등하는 경유가와 극도로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 생존권을 걸고 싸우는 절박한 파업”이라고 힘을 보탰다.
진보당은 “산업통상자원부는 물류비를 지원하고, 관세청은 행정편의를 봐주고, 중소벤처기업부는 2000억 융자를 해주는 등 돈과 행정력은 모두 노동자가 아닌 대기업 화주들을 향하고 있다. 재벌기업들이 결사 반대하는 ‘안전운임제’에 대해서도 국토부는 답변을 회피하고, 시간을 질질 끌 뿐”이라며 “노동자 요구는 묵살하고, 재벌기업 퍼주기에 올인하는 윤석열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히곤 “화물연대 총파업을 적극 지지하며, 온 힘을 다해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7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국회는 ‘일몰 1년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안전운임제 시행결과를 분석하여 연장 필요성 또는 제도 보완사항 등을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였는데, 보고 의무가 있는 정부도, 보고를 받고 보완 입법 조치를 해야 할 국회도 자기 할 일을 하지 않았다”면서 “정부와 국회의 명백한 직무유기가 생계 위협에 내몰린 화물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도록 유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이해당사자의 첨예한 입장 차이를 핑계 대면서 직무를 해태하는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사태 해결을 위해 모든 책임을 다하라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동·사회·종교단체 등 각계 시민사회단체들은 8일 오전 “유류값 폭등대책 마련, 화물안전운임제 전면확대”를 위한 대정부 대화를 촉구하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 지지 기자회견을 여는가 하면 촛불문화제 등과 같은 대국민 지지행동도 예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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