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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영상 왜 내려갔지?' 천안문 모르는 중국 젊은 세대, 검열로 학습 '역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6/08 08:33
  • 수정일
    2022/06/08 08:3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탱크 모양 빙과 소개한 쇼핑호스트 방송 중단 사태…홍콩도 추모집회 금지

김효진 기자  |  기사입력 2022.06.07. 17:04:15 최종수정 2022.06.07. 18:04:54

 

중국의 6·4 톈안먼(천안문) 민주화 항쟁 지우기가 생각지도 못한 역효과에 직면했다. 오랜 역사 지우기로 이 시기에 이뤄지는 탱크·촛불 등 톈안먼 추모 상징에 대한 검열의 영문을 모르는 중국의 젊은 세대가 검열을 계기로 역으로 톈안먼에 대해 학습하게 됐다. 한편 본토와는 달리 추모 집회를 이어 오던 홍콩에서도 코로나 확산 등을 구실로 3년째 추모 행사가 금지됐다.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을 보면 톈안먼 시위 33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3일(현지시각) 저녁 중국의 인기 쇼핑호스트 리자치(30)의 인터넷 생방송이 갑자기 중단됐다. 리자치는 이날 자신의 쇼에서 다국적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의 비엔네타 아이스크림을 소개했는데, 접시에 놓인 아이스크림 옆면을 몇 개의 둥근 오레오 쿠키로 장식하고 윗면에 하나의 긴 롤 모양의 초코스틱이 꽂힌 동그란 초코볼을 놓은 모양은 탱크를 떠올리게 했다. 이 아이스크림이 화면이 등장한 뒤 방송은 돌연 종료됐다. 리자치 쪽은 처음에 "기술적 결함"으로 인해 방송이 잠시 중단됐다고 했지만 이후 "내부 장비 고장"을 이유로 이날 방송이 재개 되지 않을 것임을 알렸고 다음 방송을 기약했지만 5일 예정된 방송도 진행되지 않았다. 

중국의 소셜미디어(SNS) 및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총 1억7000만 명 이상의 팬을 보유한 인기 쇼핑호스트의 갑작스런 잠적은 온라인에서 파문을 낳았다. 주말 이후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선 '리자치', '리자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등 관련 해시태그(#)가 달린 글의 조회수가 각 수천만~수십억 회를 훌쩍 넘기며 관심이 집중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셜미디어에서 생방송 중단의 이유로 초반엔 탈세 등의 문제가 거론되다 점차 탱크 모양의 아이스크림이 문제일 것이라는 가설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며, 대부분 톈안먼 항쟁이 벌어진 1989년 이후 태어난 리자치의 젊은 팬들이 오히려 이를 계기로 톈안먼에 대해 알게 됐다고 보도했다. 몇몇은 탱크 관련 내용에 사람들이 왜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가족들에게 물었다고 했고 교과서에서는 답을 찾을 수 없었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몇몇은 자신이 찾은 정보를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뒤 계정이 정지됐다고 불만을 표했다. CNN은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이 톈안먼 항쟁을 '그 사건' 등 우회적으로 표현하며 생방송 중단 이유를 추측했지만 이를 언급한 많은 글들이 순식간에 삭제됐다고 보도했다.

민주화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동원된 탱크를 맨 몸으로 막아선 한 남성의 모습이 찍힌 사진은 톈안먼 항쟁의 상징이 됐지만 관련 내용을 엄격하게 검열하는 분위기에서 자란 1992년생 리자치가 의도적으로 탱크 상징을 사용했으리라고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중국의 톈안먼 항쟁 역사 지우기 때문에 오히려 무엇을 피해야 할 지조차 몰라서 이런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2007년 6월4일 중국 청두의 한 지역언론은 톈안먼 항쟁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20살 내외의 젊은 담당 직원들 탓에 실수로 인권운동가 첸윤페이가 낸 추모 광고를 싣기도 했다.

중국의 검열을 추적하는 매체인 <차이나디지털타임스>(CDT)의 에릭 리우 분석가는 이번 사건은 온라인상에서 정보를 검열하거나 은폐하려다 반대로 그 정보에 대한 더 큰 관심과 확신을 불러오는 "스트라이샌드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을 피해 당국이 리자치의 이름이 언급된 게시글을 일괄 삭제하지 못하고 일일이 내용을 읽고 문제가 될 경우만 검열하고 있는 것으로 봤다. 리우는 CNN에 "검열은 대중으로부터 진실을 숨기는 것인데, 대중이 이에 대해 아예 모를 경우 이런 '실수'가 계속 나타날 수 있다"고 짚었다. 

 

 

톈안먼에 대한 언급이 금기시된 중국 본토와는 달리 매년 추모 집회가 열리던 홍콩에서도 지난 2020년부터 코로나19 대유행을 구실로 관련 집회가 금지됐다. 그러나 홍콩 안팎에서는 코로나는 구실일 뿐 당국이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뒤 반중 집회를 막기 위한 일환으로 홍콩 내 정치적 자유의 상징인 추모 집회를 금지하고 홍콩에서도 톈안먼 지우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본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홍콩대 교정에 24년간 전시돼 있던 톈안먼 항쟁 추모 조각상 '수치의 기둥'이 철거되기도 했다. 이 조각상을 홍콩대에 기증한 단체이자 톈안먼 촛불 행사를 주도했던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연합회(지련회)도 2019년 민주화 시위 뒤 홍콩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지도부 체포 등 당국의 압박을 받다가 지난해 해산했다.

홍콩 당국은 지난 3일 매년 추모 집회가 열렸던 빅토리아파크 대부분의 구역을 "코로나 확산 방지와 공공안전을 저해하는 미승인 집회를 막기 위해" 3일 밤부터 5일 아침까지 폐쇄하기로 발표하고 불법 집회에 참가할 경우 최대 5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콩 매체 <더 스탠다드>는 4일 경찰이 빅토리아파크와 인근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에 경찰을 배치해 검문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날 인근을 걷던 시민들은 꽃을 들고 있다는 이유로, 검은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혹은 장난감 탱크 상자를 들고 있다는 이유로 검문을 당해야 했다. <AFP> 통신은 이날 자사 기자가 코즈웨이베이 근처에서 감자를 양초 모양으로 깎아 들고 있던 행위예술가가 경찰에 연행되는 것을 보았다고 보도했다. 홍콩 경찰은 이날 공무집행방해·불법집회 참여 선동·무기 소지  등의 혐의로 19~80살 사이 남성 5명과 여성 1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3일 성명을 통해 홍콩에서의 집회 금지는 톈안먼 항쟁에 대한 "기억을 억누르려는 시도"라며 "우리는 6월4일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외교부는 4일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에 "이 맘 때가 되면 말할 수 없는 것, 쓸 수 없는 것, 인터넷 검색조차 할 수 없는 것이 늘어난다"며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중국이 차단한 톈안먼 학살에 대한 정보를 검색해 "국가가 숨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4일(현지시각) 홍콩 경찰이 매년 톈안먼 추모 집회가 열리던 빅토리아파크를 폐쇄하고 시민 접근을 막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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