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전미경 회장이 헌작(술잔 올림)에서 초헌(첫 술잔)을 올리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사)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전미경 회장이 헌작(술잔 올림)에서 초헌(첫 술잔)을 올리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대전산내학살사건 제72주기 제23차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27일 오후 2시, 대전 산내 골령골(대전 동구 낭월동)에서 개최되었다.

(사)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전미경 회장은 위령제 유족대표 인사를 통해 “빨갱이 자식이란 올가미를 목에 걸고 우리는 한 평생을 살았다”며,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유족들의 인생살이는 그 올가미 속에서 생을 마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피학살자 백만인이 죽임을 당했거늘 어찌하여 가해자가 단 한사람도 없느냐”며 물으며, “이번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에서는 1기 때 못했던 모든 문제를 재정비해서 성의있는 태도를 보여 주기를 이 정부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전산내학살사건 제72주기 제23차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27일 오후 2시,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개최되었다. 희생자 위패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유족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대전산내학살사건 제72주기 제23차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27일 오후 2시,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개최되었다. 희생자 위패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유족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 정근식 위원장도 위령제에 참석해 추도사에서 “현재 2기 진실화해위원회에 접수된 대전형무소 사건 관련 진실규명 신청은 77건에 이르고 있다”고 밝힌 뒤,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진실규명은 유족들의 신청과 증언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외에 또 하나의 길은 유해발굴을 통한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발굴된 유해의 숫자가 진실규명을 통해 확인된 희생자보다 훨씬 많게 된 상황에서 2기 진실화해위원회는 큰 숙제를 안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근식 위원장은 또한 “한편으로는 아직도 빛을 보지 못한 수많은 유해를 발굴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발굴한 유해들의 신원을 확인하여 유족들을 찾아드려야 한다”며, “내년에는 아무쪼록 적정한 예산을 확보하여 발굴된 유해의 일부라도 유전자 감식을 통해 유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정근식 위원장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정근식 위원장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대전 산내 골령골 유해발굴은 지난 2007년에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유해발굴을 시도해 34구의 유해를 발굴한 데 이어, 2015년 민간차원의 유해발굴로 20구,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정부 주도 유해 발굴을 통해 각각 234구와 962구를 발굴해 1,250구의 유해를 발굴했다.

2022년 올해도 유해 발굴을 진행하고 있고, 최소 수십구의 유해를 수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간 유해발굴과 평화공원 발굴 경과보고에 대해서는 유해 발굴 전문위원인 충북대학교 박선주 명예교수가 발표했다.

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 박규용 상임대표도 추도사에 나서 “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 사건과 같은 참혹한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을 살고 있는 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많은 분들이 산내 골령골을 찾아주시고, 유가족들의 아픔에 연대의 손길을 뻗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골짜기에 울려 퍼진 가야금 소리...

위령제에는 붓글씨 퍼포먼스와 추모시 낭송, 추모 공연이 이어졌다. 붓글씨 퍼포먼스는 세종손글씨연구소 회원들이 “함께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골짜기마다 능선마다 피고지는 저 꽃을 보라” 등의 글씨를 썼다.

세종손글씨연구소 회원들은 붓글씨 퍼포먼스 외에도 사진어 만장에 글씨를 써와 위령제 행사장 주변 나무에 걸어 전시해 놓기도 했다. 추모시는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회원인 신순란 시인이 ‘눈물의 술잔’을 낭송했다.

추모 공연은 청흥가야금연주단이 가야금 연주와 함께 노래를 불렀다. 청흥가야금연주단은 지난 25일 ‘그 여름 붉은 꽃’이라는 제목으로 골령골의 아픔을 노래하는 정기연주회를 대전시립연정국악원에서 개최한 바 있다.

세종손글씨연구소 회원들은 붓글씨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세종손글씨연구소 회원들은 붓글씨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청흥가야금연주단의 추모공연 모습.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청흥가야금연주단의 추모공연 모습.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한편, 합동위령제를 진행하기에 앞서 4대 종단에서 종교제례를 통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추모의 마음을 보탰다.

개신교에서는 대전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가, 불교에서는 대한불교 조계종 광제사가, 천주교에서는 천주교 대전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원불교에서는 원불교 대전충남교구가 종교제례를 진행했다. 골령골 학살 이야기로 서사시 펴낸 김희정 시인은 자신의 시집 『서사시 골령골』에 사진을 해서 위령제에 참석한 유족들에게 증정하기도 했다.

합동위령제를 진행하기에 앞서 진행한 4대 종단의 종교제례. 왼쪽 첫 번재부터 시계방향으로 개신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의 종교제례 모습.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합동위령제를 진행하기에 앞서 진행한 4대 종단의 종교제례. 왼쪽 첫 번재부터 시계방향으로 개신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의 종교제례 모습.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올해 제72주기 제23차 희생자 합동위령제에는 제주4.3희생자유족회대전위원회와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전남지회 유족들이 3년 만에 단체로 참석했고,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를 비롯해 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 소속 단체 회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위령제가 끝난 후에는 박선주 교수의 안내로 참가자들이 유해 발굴 현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위령제가 끝난 후에 바로 옆에서 진행되는 유해발굴 현장을 둘러 봤다. 오른쪽 비닐을 덮은 부분이 현재 유해를 발굴하고 있는 지점이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위령제가 끝난 후에 바로 옆에서 진행되는 유해발굴 현장을 둘러 봤다. 오른쪽 비닐을 덮은 부분이 현재 유해를 발굴하고 있는 지점이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세종손글씨연구소 회원들은 쓴 만장 글씨를 위령제 행사장 주변 나무에 걸어 놓았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세종손글씨연구소 회원들은 쓴 만장 글씨를 위령제 행사장 주변 나무에 걸어 놓았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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