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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하청노동자 3명, 산업은행 앞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7/15 08:09
  • 수정일
    2022/07/15 08:0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파업 중단’ 정부 압박에 노조 “정부가 뒷짐 지고 대화 주문하는 느긋함 보일 때가 아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3명이 상경해 이곳에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제공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의 파업 투쟁이 43일째, 하청노동자 7명의 목숨을 건 선박 내 농성이 23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하청노동자 3명이 상경해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산업은행 앞에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3명이 상경해 이곳에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무기한 단식농성을 한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조선 하청 노동의 저임금과 위험노동을 끊어버리겠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윤장혁 위원장은 “하청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건 사치스러운 게 아니다. 지난 수년간 조선소 하청노동자들 수만 명이 불황이란 이유로 공장에서 쫓겨났다. 그 과정에 임금 또한 계속 삭감돼왔다. 그래서 그동안 빼앗겼던 임금을 제자리로 돌려달라는 소박하고 정당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또 하나는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된 노조할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요구”라고 설명했다.

윤 위원장은 “그런데 이런 요구를 하기 위해 거제에서 0.3평의 좁은 공간에서 농성을 하고, 오늘 세 명의 하청노동자가 곡기를 끊으면서 단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정말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대우조선해양 사태에 가장 책임이 있고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산업은행이 노동자들의 요구에 화답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산업은행을 상대로 한 투쟁에 돌입할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산업은행을 실질적으로 움직일 윤석열 정부와 한판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3명이 상경해 이곳에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무기한 단식농성을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 뒤로 산업은행 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직원들과 경찰들이 보인다. ⓒ민중의소리

민주노총 양동규 부위원장도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인수위원회가 대우조선해양 박두선 사장 임명을 두고 ‘대우조선은 공기업이다, 알박기 말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실제 그렇다.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이 출자한 자회사다. 모자관계가 분명하다”며 “산업은행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 명의 하청노동자가 이 자리에서 목숨을 거는, 절박한 투쟁을 하는 데 대해서 산업은행과 산업통상자원부, 윤석열 대통령실이 빨리 상황을 살피고 대책을 내려줄 내려줄 것을 호소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식농성자는 강봉재(용접), 계수정(도장), 최민(탑재취부) 조합원으로, 모두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10년 넘게 일하고 있던 하청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사측이 문제 해결에 나서기는커녕 노노갈등만 부추기고 있어, 더 조속히 문제를 해결하려고 곡기까지 끊으며 투쟁 수위를 높이게 됐다고 밝혔다.

강봉재 조합원은 “0.3평의 철창에 우리 동지가 스스로 몸을 가두고 목숨을 건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측이) 이에 답하지 않고 있기에 저희들이 조금 더 강도 높은 투쟁을 결심하고, 여기 산업은행 앞에 목숨을 걸고 (단식농성을 하며) 답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 조합원은 민중의소리와 만나 “(대우조선해양이) 원칙적으로 (노사간) 협상 테이블을 만들면 되는데, 앞에선 ‘협력업체 일이니 우리는 모른다’고 발뺌하고 뒤에선 노노갈등을 부추기는 엄한 짓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파업에 참가하지 않는 하청노동자들도 파업을 하고 있는 하청노동자들을 응원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청업체가 노동자들에게 경찰 투입을 이끌기 위해 ‘불법파업 해결 촉구 서명지’를 돌리며 서명하라고 요구했는데도, 이에 아무도 서명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강 조합원은 “원하청 구성원 전부 다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바지사장’이고, 실제 책임이 있는 곳은 산업은행이라고 알고 있다. 산업은행에서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며 “이게 비단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만의 문제겠느냐. 원하청이 존재하면 이런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3명이 상경해 이곳에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무기한 단식농성을 한다고 밝혔다.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이 끝난 후 단식농성장을 만들고 있다. ⓒ민중의소리

한편 정부는 이날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에게 파업을 중단할 것을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조합원들께서는 조속히 대화의 장으로 복귀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며 “조합원이 점거를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면 정부도 적극적으로 교섭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위법한 행위가 계속된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도크(건조 공간)에서 진수를 기다리는 선박을 점거하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이는 원청근로자 8천명과 하청근로자 1만명에게 피해를 준다”고 비판했다.

이 장관은 “노동3권은 합법 테두리 안에서 행사되고 노사갈등은 당사자 간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불법행위를 멈추고 대화의 장으로 복귀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정부도 대화로 문제가 해결되도록 지원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대국민 담화문을 내고 “파업이 장기화하면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며 하청노동자의 파업 중단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는 성명을 내고 “정부는 기계적 중립을 취하는 척하면서 핸들은 사측으로 확 꺾어버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속노조는 “하청노동자의 임금을 원청 대비 절반 수준으로는 회복해야 한다는 요구는 사측이 주장하는 상상 속의 손실액 중에 10분의 1만 있으면 해결하고도 남는다”며 “지금 대우조선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면 그것은 파업 때문이 아니라 하청에 지급할 돈을 틀어막고 갈등을 부추기는 대우조선해양이 스스로 만들고 있는 피해다. 그리고 대우조선해양의 소유주인 산업은행과, 산업은행의 주인인 대한민국 정부가 눈덩이 피해를 만들고 키우는 주범”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금속노조는 정부가 ‘대화를 통한 해결’을 주문한 데 대해 “지금 거제에서 교섭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 정부는 훈수 두듯 뒷짐 지고 대화를 주문하는 느긋함을 보일 때가 아니다”라고 받아쳤다.

금속노조는 이어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이 교섭을 보장하고 뒷받침하도록 강제하고, 하청사들이 ‘원청의 결정이 없어서 우리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실질적 교섭을 만들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윤장혁 위원장도 기자들과 만나 “농성 풀 수 없다”며 “정부가 노조와 직접 교섭 통해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0.3평 감옥을 만들어 스스로를 가두는 끝장 투쟁 중인 유최안 부지회장의 모습. ⓒ금속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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