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동영상 요청의 발단이 된 사진. 오른쪽 뒤편 통일부 직원이 개인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한 것이 뒤늦게 사진을 통해 확인되었다는 이유로 국민의힘에서 동영상 공개를 요구하고 이를 통일부가 법률검토를 거쳐 18일 수용했다는 설명이다. [사진제공-통일부]
국회 동영상 요청의 발단이 된 사진. 오른쪽 뒤편 통일부 직원이 개인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한 것이 뒤늦게 사진을 통해 확인되었다는 이유로 국민의힘에서 동영상 공개를 요구하고 이를 통일부가 법률검토를 거쳐 18일 수용했다는 설명이다. [사진제공-통일부]

통일부가 18일 오후 3년전 동료 어민 16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북송 조치한 북한 어민 2명의 판문점 송환 모습이 찍힌 4분 가량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동영상에는 북한 어민 2명이 관계자들과 함께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 현관 로비에서 2층으로 이동한 후 대기공간을 거쳐  군사분계선 중립국감독위원회 소회의실(T1)과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T2) 사이 통로를 통해 넘겨지는 모습까지 사진으로 공개된 것과 같은 내용이 3분 55초 분량 찍혀있다.

통일부는 동영상 공개에 앞서 지난 12일 송환 장면을 찍은 사진 10장을 공개했고 전날엔 '탈북 어민의 북송은 분명하게 잘못된 부분이 있다'며 정부 입장을 3년만에 뒤집었다.

그렇지만 통일부는 일주일동안 '분명하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에 대해 제대로 설명한 적이 없다. 관계기관이 수사중이라는 이유였다. 

그러면서도 군사분계선을 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듯한 북한 어민의 자극적인 송환 사진을 내보내고, 그로부터 엿새가 지난 이날은 통일부 직원이 개인적으로 촬영한 동영상을 언론에 연속 공개했다.

정부 입장을 번복한 11일부터 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한 12일, 18일까지 통일부가 보인 태도는 당혹스럽다 못해 안쓰럽다.

먼저 이날 공개한 동영상부터 따져보자.

통일부는 이날 동영상을 언론에 공개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지난 12일 사진과 마찬가지로 국회요청에 따른 조치라고 말했다.

차이가 있다면, 사진은 '통상 판문점에서 북한주민 송환시 기록 차원에서 촬영'하는 것이지만, 동영상은 '판문점 현지에 있던 통일부 직원이 개인적으로 찍었던 것인데 국회요청에 따라 제공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본래 사진은 공식기록물로 관리하지만, 개인이 촬영한 동영상은 공유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다만, 해당 직원이 현장지원 업무를 하던 중이고 직무수칙상 '판문점 동향 파악' 업무가 있었기 때문에 촬영 자체가 규정위반은 아니며, 이번 사진 공개과정에서 휴대폰 촬영 모습이 함께 찍힌 것을 확인한 국회의 요청이 있어 응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휴대폰으로 촬영한 동영상은 소수의 관계자와 공유한 뒤 삭제되었으며, 업무용 PC에 남겨져 있던 것을 이번에 통일부 내부 법률검토와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한 뒤 이어붙이기 등 최소한의 편집과정만 거쳐 국회와 언론에 제공했다고 한다.

얼핏 내부 법률검토와 외부 전문가의 의견 청취가 필요했을만큼 경위 설명에 신중을 기한 듯하지만 '동영상 공개'라는 결정은 이미 나와 있고, 그 결론을 합리화하는 변명과 해명만 장황하다.

3년전 정부부처 합동회의에서 '16명의 동료선원을 선상에서 살해한 흉악 살인범이라는 판단에 기초해 송환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결정이 왜, 무엇이 잘못되었다는 건지 여전히 설명이 빠져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관계기관의 수사가 진행중이어서 개별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수사 결론을 기다렸다가 잘잘못을 따져 정부 입장을 바꾸어도 될 일 아닌가. 무엇이 그렇게 급해서 이렇게 서두르나.

통일부가 정쟁의 늪으로 끌려들어가 본연의 사명을 망각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납득할만한 설명은 없고 다짜고짜 윽박지르기만 하니 안타깝다. 정쟁의 전망도 그다지 밝아보이지 않는데, 사진 몇장, 휴대폰으로 찍은 동영상에 기대어 여론의 반등을 기다리는 처지도 딱하다.

세계를 사납게 가르는 신냉전 질서는 지금 한반도의 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한걸음씩 내딛는 발걸음, 하루 하루가 평화와 번영, 통일을 향한 나날이더라도 우리는 위기속에 살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통일부가 할 일은 아니다. 누가 통일부를 이렇게 끌고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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