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검수완박’법 시행령으로 무력화한 법무부
‘반지하 없앤다’ 정책에 ‘실효성있는 지원책 뒷받침’ 강조
사드 두고 다시 한중갈등 예상…중국 압박 비판한 언론들

검찰 수사권을 축소한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시행을 한 달 앞두고 법무부가 이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시행령을 내놓았다. 법무부는 11일 검찰의 직접 수사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을 이달 29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언론은 시행령이 ‘꼼수’라는 논조, ‘검수완박’법 역시 문제가 있었지만 시행령 역시 문제가 있다는 논조, 검수완박법이 근본적인 문제였다는 논조로 나뉘었다.

또 다른 주요 이슈로는 서울시가 10일 주거 목적의 반지하 사용을 전면 불허하고 기존 반지하는 20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없애거나 창고, 주차장 등으로 바꾸겠다고 밝힌 것이 있다. 8일부터 기록적인 폭우로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던 주민들이 목숨을 잃자 내놓은 대책이다. 언론은 이 같은 정책을 점검하고, 현재 반지하에 살고있는 주민들에 대한 공공임대주택 지원 등 구체적 이주대책을 마련해야 실효성있는 정책이 될 것이라 전했다.

이날 세번째 주요 이슈로는 대통령실이 11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해 자위적 방어수단이고 안보 주권 사안이라는 점을 공식적으로 밝힌 점이다. 언론은 이에 한중관계 갈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중국이 사드 운용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낸 것인데 대부분 언론은 사설을 통해 중국이 가하는 압박을 비판하고, 한국 정부가 외교에 대한 대책을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12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12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다음은 12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톱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한동훈, 시행령으로 ‘검수완박’ 무력화”
국민일보 “대통령실 ‘사드, 협의대상 아니다’…이달 기지 정상화”
동아일보 “‘홀로 슬퍼 말아요’ 서로를 꼭 안았다”
서울신문 “더이상 갈 곳이 없다 ‘반지하 제로’의 역설”
세계일보 “사드 기지 이달말 정상화…中견제 일축”
조선일보 “‘지금 산 무너져요’ 문 두드려 구했다”
중앙일보 “사드기지 이달 정상화 대통령실 ‘주권 사안’”
한겨레 “한동훈 ‘법 위에 시행령’ 검찰 수사권 다시 늘렸다”
한국일보 “‘사드 협의 대상 아냐’ 안보주권 못박았다”

다음달 10일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 검사가 직접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범죄는 기존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서 ‘부패·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줄어든다. 입법 취지는 직접 수사 대상을 6개 범주에서 2개 범주로 축소한 데 있다.

하지만 11일 법무부가 공개한 시행령 개정안은 부패·경제 범죄의 범위를 폭넓게 다시 규정했다. 또한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라는 문구를 확대 해석해 공직자·선거범죄 중 일부도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개정법 관련)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단이 늦어질 경우 부패·마약·조폭이 판치는 것을 막아야 하기에 시행령 개정안을 만들었다”고 했다.

▲12일 중앙일보 3면.
▲12일 중앙일보 3면.

이날 언론 사설은 시행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반응, 검수완박법과 시행령 모두 문제라는 반응, 검수완박법이 근본적으로 문제였다는 반응으로 갈렸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국회가 만든 법률을 하위규정인 시행령을 통해 우회하겠다는 ‘꼼수’”라며 “국회의 고유권한인 입법권을 침해해 삼권분립 원칙에 위반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야 원내대표가 ‘검찰 수사권 축소’ 후속 조치를 논의할 ‘형사사법체계개혁특위’(사개특위) 구성에 합의하고 위원 선임도 마친 터”라며 “법무부와 검찰은 국회든 헌재든 아랑곳하지 않는 ‘무소불위’ 기관인가”라고 비판했다.

한겨레 사설 역시 “시행령 개정이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국회의 입법권을 형해화하는 오만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며 “시행령을 통해 법에도 없는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찰 지휘권을 보장한 데 이어 또다시 꼼수로 조직의 권한을 ‘셀프 확장’하는 안하무인식 행태에 말문이 막힌다”고 전했다.

▲12일 경향신문 사설.
▲12일 경향신문 사설.
▲12일 한겨레 사설.
▲12일 한겨레 사설.

동아일보나 한국일보 사설은 ‘검수완박’법 역시 허점이 있지만 시행령 역시 문제가 있다는 논조다.

동아일보 사설은 “정권교체 일주일 전에 국회 본회의와 국무회의를 통과한 검수완박법은 내용적으로나 절차적으로 허점이 적지 않다. 수사가 끝나야 알 수 있는 뇌물 액수에 따라 검찰과 경찰의 권한을 미리 나눠 놓은 것이 대표적”이라면서도 “하지만 개인의 자유를 제약하는 국가형벌권의 주체와 범위에 관한 법령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해야 법적 안정성이 보장된다. 검수완박법이 하자가 있다고 그걸 시행령으로 뒤집으면, 그 시행령은 얼마나 오래가겠나. 위헌 여부를 심사 중인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라도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사설도 “검수완박법은 민주당이 절차상 논란까지 야기하며 무리하게 입법을 한 측면이 있다. 대체입법 없이 검찰 권한부터 빼앗아 범죄수사 공백을 막는 조치가 불가피했다는 법무부 입장도 충분히 이해된다”면서도 “하지만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처럼 시행령을 통해 우회로를 찾는 것은 변칙일 수밖에 없다. 야당과의 전면전이 불가피하고, 유효기간은 정권 임기와 같을 수밖에 없는 시행령 정치를 잘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12일 동아일보 사설. 
▲12일 동아일보 사설. 
▲12일 한국일보 사설.
▲12일 한국일보 사설.

반면 서울신문은 사설을 통해 검수완박법이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논조를 드러냈다.

서울신문 사설은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려 강행 처리한 검수완박법안의 입법 취지에 반한다는 비판이라면 몰라도 부패범죄와 경제범죄의 유형을 확대한 것을 두고 상위법 무력화라고 주장하는 건 다소 억지스럽다”며 “게다가 위장 탈당 등의 꼼수 입법으로 강행한 검수완박법안이 과연 국민의 법익에 부합하느냐부터 다시 따질 일이다. 중요한 건 국가의 범죄 대응 역량”이라고 전했다.

▲12일 서울신문 사설. 
▲12일 서울신문 사설. 

‘반지하 없앤다’ 정책에 ‘실효성있는 지원책 뒷받침’ 강조

서울시가 지하·반지하 주택에서 사람이 살 수 없도록 정책을 추진한다. 서울시는 10일 지하층은 주거용으로 허가하지 않도록 자치구에 건축 허가 원칙을 전달하고, 건축법 개정을 정부와 협의하기로 했다. 현재 있는 지하·반지하 건축물의 경우 세입자가 나간 뒤 창고 등으로 전환한다. 10~20년 유예기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없앤다는 계획이다.

이날 경향신문은 4면에 반지하 대책에 대한 기사를 냈는데, 반지하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 대한 공공임대주택 지원등 구체적 이주 대책이 마련돼야 실효성있는 대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반지하 주택에 대한 수요가 실제하고 이들 중에는 공공임대 지원 대상이 아닐 정도로 경제적 최저계층이 아닌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12일 경향신문 4면.
▲12일 경향신문 4면.

국민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반지하의 퇴출은 궁극적으로 맞는 방향”이라면서도 “그러나 ‘지상으로 가는 사다리’없이 졸속 추진했다가는 지하 거주자들이 살만한 곳을 마련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지하에 거주하는 서울 20만, 경기도 8만8000가구가 땅 위의 보다 안전한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선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서울시의 반지하 퇴출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기존 세입자의 대체 주거 마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 대책이 공공임대주택 이전 지원”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사설은 “정부는 고시원, 쪽방에 사는 사람들에게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주거 취약계층 주거 상향 지원’ 사업 대상에 2020년부터 반지하 거주자도 포함해 시행 중이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이 사업을 통해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한 가구는 1699가구에 불과하다. 이 중 반지하 가구는 14.8%인 247가구”라며 “이주가 시급한 주거 취약계층에 비해 공공임대주택의 물량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물량이 늘지 않으면 반지하 거주민 지원으로 다른 취약계층의 자리를 빼앗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대규모 예산을 확보하는 게 필수”라고 밝혔다.

▲12일 국민일보 사설.
▲12일 국민일보 사설.

서울신문 사설도 “반지하는 퇴출돼야 하지만 취약계층의 살 곳 마련이 먼저다.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을 문재인 정부(연평균 14만 가구) 때보다 적은 연평균 10만 가구 공급할 계획이다. 공공임대 공급량을 이보다 늘려 반지하 거주민의 주거 이전을 지원해야 한다”며 “저소득 자녀양육 가구에 아동주거비 지원 등 반지하 퇴출은 ‘주거사다리’ 마련과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3면 기사와 사설을 통해 “정교한 대책만큼 중요한 건 일관되고 실효성 있는 실행”이라며 “반지하 주택 문제만 해도 2012년 건축법 개정으로 상습 침수구역 내 지하층은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지만, 이후에도 서울에선 반지하 주택이 4만 호 넘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빗물터널 건설에 대해서도 한국일보 사설은 “막대한 예산과 가시적 성과를 중시하는 지방행정 관행에 발목 잡혀왔다. 이런 우를 피해야 기후변화에 대응한 수해방지 대계를 세울 수 있다”고 전했다.

▲12일 한국일보 3면.
▲12일 한국일보 3면.

사드 두고 다시 한중갈등 예상…중국 압박 비판한 언론들

대통령실은 11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자위적 방어수단이고 안보 주권 사항으로 결코 협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사드 기지는) 8월 말에는 거의 정상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중국 정부가 사드 ‘3불(不)1한(限)’을 언급하자 강경한 어조로 윤석열 정부의 원칙을 다시 밝혔다. ‘1한(限)’ 문제는 사드의 운영 제한을 의미한다. 언론은 사드를 둘러싸고 한중 간 갈등이 예상된다고 밝히며 중국의 압박에 대해 비판하는 사설들을 냈다.

▲12일 서울신문 4면.
▲12일 서울신문 4면.
▲12일 세계일보 1면. 
▲12일 세계일보 1면. 

국민일보는 사설에서 “중국의 ‘3불 1한’ 요구는 예상됐던 압박이다. 미국은 중국을 겨냥한 경제·안보 봉쇄 노선을 강화하고 있고, 윤석열정부는 한·미동맹 강화를 천명한 상태다.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해 못할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사드 배치와 칩4 참여 등은 우리가 국내외 여건을 고려해 결정할 주권적 사안”이라고 전했다.

동아일보 사설 역시 “사드 배치는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 한국이 내린 안보 결정이다.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니라는 점을 정부는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그런데도 중국이 이에 간섭하는 것은 안보주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 사설은 “대통령실은 이날 사드가 결코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성주 주한미군 사드 기지가 이달 말 정상화될 것이라고 밝혔다”며 “하지만 중국의 보복 가능성에 얼마나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는지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우려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