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합참은 17일부터 '2022호국훈련'을 강행했다.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훈련이라고는 하지만 연중 가장 위험한 야외실기동훈련으로 꼽힌다.

2010호국훈련 때는 정전협정 이래 최초로 민간 거주구역에 포격전이 발생해 4명(민간인 2명)이 숨지고 19명(민간인 3명)이 부상하는 참변이 일어났다.

연평도 포격전은 호국훈련 기간(11월22~30일)이던 2010년 11월 23일 오전 북측이 남측에 전통문을 보내 호국훈련을 비난하며 연평도 일대에서 진행 중이던 해병대의 포격 훈련을 중단하라고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그날 오후 연평도 포격전이 벌어졌다. 당시 해병대사령부는 포격 훈련이 호국훈련의 일환이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이미 연평도 포격전은 벌어진 후였다.

2022호국훈련 과정에 2010년과 같은 참변을 우려하는 기자의 질문에 해병대 관계자는 “9.19군사합의에 따라 연평도를 비롯한 서해5도 지역에서의 포격 훈련이 금지돼 있다”라는 말로 답변을 갈음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9.19군사합의를 비롯한 남북 간에 맺어진 각종 합의을 범죄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포격전에 대한 우려를 지워버리기는 힘들다.

한편 합참은 훈련 첫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훈련이 육·해·공군 합동전력의 전·평시 임무 수행 능력을 익히는 것이 목적이라면서도 상호 운용성 향상을 위해 일부 미국 측 전력이 참가한다고 밝혔다.

북측이 호국훈련에 유난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이 훈련이 대규모 한·미군사훈련의 효시라 할 수 있는 ‘팀스피리트’ 훈련(1976년~1993년)을 대신하는 북침 전쟁연습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호국훈련이 팀스피리트 훈련을 대체해 1996년부터 시작됐다는 점에서 북측의 주장을 반박하기는 힘들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에선 이미 전쟁이 일어났고, 대만전쟁은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으며, 미군이 주둔한 한반도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정세라는 점이다.

지난 13일 주한미군이 실시한(국방부 발표) 10시간 포사격에 대해 북측은 14일 새벽 군용기 10여 대를 동원해 비행금지구역 주변까지 접근한 데 이어, 해상완충구역 안으로 포사격을 가하는 등 접경지역에서의 긴장이 어느 때보다 첨예하다.

또한 최근 북은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대해선 매우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양상을 보인다. 지난 9월 미국의 핵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이 부산항에 입항해 각종 한미군사훈련을 진행하자 북은 6일에 걸쳐 9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며 응수했다.

북이 조선노동당 8차대회에서 밝힌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대미 강대강 노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은 미군과 진행하는 군사훈련으로 결코 전쟁을 막을 수 없으며 오히려 전쟁 발발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 ‘2022호국훈련’ 강행을 지켜보면서 12년 전 연평도 포격전을 너무 빨리 잊은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와 불안이 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