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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표현은 '증오와 선동의 정치'일뿐'

종북담론의 실체를 밝힌다' 토론회 개최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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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8.27 19:3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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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운동사랑방 등이 주최한 토론회 '종북담론의 실체를 밝힌다'가 27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홀에서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종북'이라는 용어는 이미 그 안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표현 자체가 상대에 대한 증오와 선동일 뿐이다."

'종북담론'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종북'이라는 표현에 담긴 '악마성'을 성토하고 "표현 자체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소멸시키자"고 주장했다.

27일 오후 인권단체연석회의 공권력감시대응팀이 제안하고 인권운동사랑방과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이 주최한 토론회 '종북담론의 실체를 밝힌다'가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홀에서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당초 토론회를 제안한 공권력감시대응팀은 사전 배포한 자료에서 종북 매카시즘의 역사성에 주목해야 할 필요를 제기하고 종북담론을 둘러싼 지배권력 통치의 특성과 사회운동의 대응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자고 제안했다.

토론회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안전담론'을 둘러싼 배제와 혐오의 정치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소수자에게 광범위한 공격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로 인한 혐오정서의 대중화는 한국사회 전반을 극단적으로 분리, 해체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과정에서 지배권력은 북을 오로지 물리쳐야 할 적이자 금기의 대상으로 묶어놓고 정보를 차단한 채 국가정보원같은 정보기관만 정보를 독식하는 구조를 유지함으로써 통치권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종북담론을 활용하고 있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 "종북이라는 용어는 이미 기의(記意)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상대편에 대한 증오와 선동일 뿐이다" 왼쪽부터 발제자인 한성훈 연세대 교수와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첫번째 발제자로 나선 한성훈 연세대 연구교수는 "현재 우리 사회는 정치세력 및 진영 사이에 찬반만 존재할 뿐 합리적 주장에 대한 지적 동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파국적 균형 상태에 처해 있다"고 지적하고 '종북'이라는 표현에 담겨있는 증오의 정치가 이같은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성훈 교수는 "'종북'은 예전의 간첩, 빨갱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 분단의 특수성을 반영한 속어"이며, "우리사회의 갈등과 편가르기 수준을 정치역영뿐만 아니라 사회문화, 다른 하위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구실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 교수는 "국방부가 국방정신교육원을 부활해서 실시하고 있는 정훈교육은, 과거 80년대 일부 운동권 학생들을 상대로 불법적으로 자행했던 정치교육을 일반 병사에게까지 확대하려는 시도"라며, "헌법 위반 가능성과 인권침해 등을 국회에서 검토하는 방안과 함께 민주적인 시민교육으로 대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발제문에서 '종북'개념이 지난 2001년 민주노동당과 사회당 사이의 통합논쟁때 처음 나왔으며, 이후 2006년 민주노동당내에서 '일심회'사건에 연루된 당원 제명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면서 본격적으로 회자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호중 교수에 따르면 "처음에 사용된 '종북'은 '북한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세력'이라는 의미"였지만 "지금은 종북개념의 외연이 극단적으로 확장되고 있고 있다."

이 교수는 "과거에도 국가보안법은 정치적인 반대세력을 배제하는 법 적용으로 작동됐으나 시민사회에서 온전히 받아들이지는 않았다"고 전제하고 "현재 건재하게 작동하는 국가보안법과 함께 광범위하게 유포되는 '종북'이라는 표현은 시민사회 운동의 역사성과 상호연계성, 주체성을 말살하고 '뇌'가 없는 운동으로 폄훼하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종북담론의 확장이 시도되는 배경에는 '북의 지령 한마디로 운동의 방향과 목표를 변경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있다는 것이다.

예컨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최근 국회 국정조사와 법정에서, "현행법에 의하더라도 명백히 위법한 대선 댓글 공작따위를 '대북심리전'이라고 한결같이 주장하는 '확신'의 배경에도 이같은 인식이 있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 교수는 "국가보안법의 경우에도 과거에는 정치세력간의 역학관계에 따라 정치적 절충도 이뤄지고 적용 대상을 분명히 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과거의 암묵적 합의같은 것도 와해되고 적용대상은 은밀히 확대되고 있으며, 급기야 '종북담론'이 시민들에게도 일부 먹혀들고 있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평가했다.

이 교수는 "더 폭넓게 해석하면, 신자유주의 시대에 만연한 안보, 범죄 불안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법을 활용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즉, 과거에 행위를 중심으로 규제했다면 최근엔 행위자인 사람을 규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 선과 악을 대비시켜 한 일방을 낙인하고 배척하는 배제의 논리가 동원되는데, 현재 우리 사회에서 처럼 '종북담론'이 활용되고 있다. 또 인터넷 감시에 방통위가 나서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사법권력을 대신해 일상적인 행정권력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등의 변화가 있다"고 한다.

이 교수는 종북담론은 기본적으로 자유주의적 개혁과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왼쪽부터 정정훈 수유너머N 연구원과 이도흠 한양대 교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어서 발제에 나선 정정훈 수유너머N 연구원은 "현재의 상태는 기득권연합의 힘이 대중의 민주적 힘을 압도하지는 못하지만 불안한 가운데 우위에 있는 상황"이며 "이 상태를 안정적이고 영구적인 우위로 전환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영구집권체제를 구축하려고 시도하는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정정훈 연구원은 "종북공세, 애국주의 , 안전담론의 의미는 이런 맥락과 상황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즉, 대중에게 공포를 조장하고 불안을 고취시키며, 그 공포와 불안의 요인이 기득권연합의 지배때문이 아니라 위험한 인물들과 세력(북한, 종북좌파, 범죄자 등)때문이라고 바꿔치기하려는 시도라고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회 마지막 발제자인 이도흠 한양대 교수는 "종북 프레임을 극복하지 못하는 한, 진보의 집권은 요원하다"며 냉전의 잔재와 대중의 내면화된 레드컴플레스, 신자유주의 체제의 모순 등을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하고 대안으로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 대항 담론 투쟁의 강화, 진보의 재구성 등을 역설했다.

토론자로 나선 국가보안법폐지 국민연대 이광철 변호사는 "종북개념은 진보진영내에서 먼저 제기된 것이며, 이로 인해 종북세력은 '반민주세력', '패권세력', '진보진영으로부터도 외면받는 세력'으로 부정적인 낙인이 찍혔다"고 지적하고 "종북프레임의 극복은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통해서 내용적으로 완성될 수 있으며, 그 폐지는 국민들의 지지속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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