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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원세훈, 신종 매카시즘 행태…무차별 종북 딱지"

'원세훈 재판' 첫 공판…검찰, "대북 심리전" 원세훈 주장 일축

박세열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8-26 오후 12:25:45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 관여 및 정치 개입 혐의 등과 관련해 '신종 매카시즘'이라고 규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26일 오전 열린 첫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이 근거 없이 무차별적으로 종북(從北) 딱지를 붙이는 신종 매카시즘의 행태를 보였다"고 했다.

검찰은 이어 원 전 원장이 야권을 종북으로 지목했던 발언 등을 인용한 뒤 "피고인은 그릇된 종북관을 갖고 적이 아닌 일반 국민을 상대로 여론전, 심리전을 벌였다"며 "이는 국정원의 존재 이유에 반할 뿐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검찰은 또 "(원 전 원장은)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정 수행이 바로 국가 안보라는 인식에 따라 사이버 여론을 조작해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고 소중한 안보 자원을 사유화했다"고 강조했다.

원세훈 전 원장이 청문회를 통해 "북한이 우리나라 인터넷 등을 해방구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 데 대해서 우리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대북 심리전'의 일환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던 것을 검찰이 일축한 것이다. 검찰이 사용한 '매카시즘'이라는 표현에는 원 전 원장이 국내 정치권의 특정 정파를 위해 이른바 '반공' 이슈를 이용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 16일 국회 청문회에 참석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왼쪽)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프레시안(최형락)


검찰의 수사와 국회의 국정원 국정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데 따르면 원 전 원장은 국정원 내부에 심리전단 산하 4개 팀을 약 70여 명으로 구성해 '오늘의 유머'처럼 '야권 지지자'들이 많이 모이는 사이트를 비롯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서 이른바 '댓글 공작'을 수행했다. 지휘 체계는 국정원장-국정원3차장-심리전단장-각 팀으로 이뤄져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국정원 부서장 회의에서 "인터넷이 종북 좌파 세력에 점령당하다시피 했다. 전 직원이 청소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지시에 따라 70여 명의 직원들은 민간 인사들을 사실상 '고용'하는 행태까지 동원하며 댓글 작업을 수행했으며, 3개월에 한 번씩 활동한 댓글 내역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70명 이상이 수개월 동안 수천 개의 댓글을 달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원 전 원장이 직원들에게 '하달'한 내용을 보면 상당히 노골적이다. 민주당 등이 국정조사 청문회 등에서 공개한 자료 등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2011년 5월 20일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던 인물이 강원지사에 당선되었고"라고 말했고, 2011년 11월 28일에는 "비한나라당 후보가 시장이 됐는데 그쪽에서 내놓은 게 문제예요"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종북 좌파들은 북한과 연계해서 다시 정권을 잡으려 하는데 금년에 확실히 대응을 안 하면 국정원이 없어진다(19대 총선을 앞둔 2012년 2월 17일)", "싸우기는 5개, 6개 당으로 해 가지고 하면서 일반 국민이 보면 다수가 반대를 하고 어떤 정책에 대해서 한나라당만 찬성하는 것처럼 이렇게 돼 있잖아(6.2지방선거를 앞둔 2010년 4월 16일)", "8월 24일 주민투표와 관련해서 현재 투표 자체를 거부하는 일이 허용되는 것은 매우 잘못이다('무상 급식 주민투표'를 앞둔 2011년 8월 22일)", "우리의 경우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고 연말 대선도 예정되어 있어서 적과 종북 세력들이 남남 갈등 조장은 물론 주요 국정 성과 폄하를 위해 준동하고 있는 상황임(19대 총선을 앞둔 2012년 1월 6일)" 등 원 전 원장의 노골적인 발언이 국정조사 과정에서 공개돼 충격을 줬다.

원 전 원장은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나와 증인 선서를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나, 원 전 원장의 '말 뒤집기' 등이 밝혀질 가능성도 있어 이번 '원세훈 재판'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원 전 원장은 댓글 활동을 정치 및 선거 개입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를 자신이 지시했는지, 또 지시와 활동 간에 인과관계가 있었는지, 위법에 대한 인식이 있었는지 등이 불확실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다음 공판은 내달 2일 열리며, 재판부는 오는 10월 6일까지 매주 한 차례씩 집중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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