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시민들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면 쓴 글들을 보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정한 이태원 참사 추모기간은 지났으나 이태원 추모공간에는 시민들의 추모 발길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22.11.07 ⓒ민중의소리
10월 29일 서울의 한복판 이태원에서 핼러윈 축제를 즐기던 다수의 인파가 넘어지고 깔리면서 150여 명이 숨졌다. 다음 날 30일 소방이 밝힌 이태원 참사 사망자는 151명. 혼수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진 이들도 깨어나지 못하고 숨지면서 사망자는 11월 13일 기준 158명까지 늘었다. 20·30대가 가장 많았고, 10대도 10여 명이나 숨졌다.
돌이켜보면, 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순간이 최소 두 번 있었다.
3년 만에 노마스크로 열리는 핼러윈 축제여서 10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예측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경찰 내부에서는 대비가 필요하다는 보고서가 작성됐다. 용산경찰서는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배치를 요청하기도 했다. 또 용산구청 간부회의에서는 “어마어마하게 사람이 많이 오는데, 무엇보다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용산구청은 ‘경찰이 알아서 할 것’이라고 믿고 인파관리 계획을 세우지 않았고, 경찰은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집회시위 관리에만 집중하다 이태원 인파관리를 등한시했다.
“아까 위생과에서 핼러윈 데이 대비해서 식품접객업소 점검하겠다고 했는데, 업소도 업소지만 (이태원 핼러윈은) 코로나 때도 굉장히 많은 인파가 몰렸습니다. 저도 매번 핼러윈 데이 때 현장을 가보곤 했는데, (2021년) 그때는 방역 게이트도 세우고 특별하게 했었는데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와서 거의 밀려다닐 정도로 저기 세계음식거리 쪽은 그랬다. 그런데 이번에는 방역도 해제되고 ... 금요일이나 토요일 저녁 시간 때는 어마어마하게 사람들이 많이 오는데, 무엇보다 안전이 제일 중요합니다. 식품안전도 안전이겠지만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부서에서는 적극적으로 사전 예방에 노력해 주시고, 특히 당일 민원이 폭증할 겁니다. 민원에 대비해서 미리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것들을 ...”
지난 10월 25일 용산구청 ‘10월 2차 확대간부회의’에서 유승재 용산구 부구청장이 회의를 마치면서 당부한 말이다. 당일 간부회의를 주재한 유 부구청장은 이번에 참사가 발생한 ‘세계음식거리’를 콕 짚어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때 용산구청이 인파관리에 계획을 세웠다면, 어쩌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인파관리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용산구청은 10월 26일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요청으로 연합회와 간담회를 진행하고, 10월 27일 유 부구청장 주재로 ‘핼러윈데이 대비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으나, 시설물 안전점검 외 유의미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구청은 인파관리에 대한 계획 자체를 세우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용산구청 관계자들과 면담을 진행한 ‘국민의힘 이태원 사고조사 및 안전대책특별위원회’(특위)의 김병민 대변인에 따르면, 올해 용산구청은 핼러윈 축제 기간에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도 경찰에 협조 공문조차 보내지 않았다. 특위가 왜 인파관리 계획을 세우지 않았느냐고 하자, 구청 측은 용산경찰서 보도자료를 보고 경찰이 알아서 대책을 세울 줄 알았다고 답했다는 게 김 대변인의 설명이다.
구청이 경찰 보도자료를 봤다면 더 인파관리에 예민하게 대응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구청은 그러지 못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10월 25일 간부회의에서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에게 표창장만 수여한 뒤 용문동 남이장군 사당제 행사 참석을 이유로 자리를 비웠고, 10월 26일 간담회와 10월 27일 대책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대책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관례”라고 했지만, 박 구청장의 말과는 다르게 예년에는 구청장이 주재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리고 10월 29일 박 구청장이 경남 의령을 찾은 이유에 대해 “자매도시인 의령에 축제가 있어 공문을 받고 다녀왔다”라고 밝힌 바 있지만, 이 또한 거짓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축제 초청 공문은 10월 29일이 아닌 10월 28일 행사 개막식에 초청한다는 내용이었고, 박 구청장이 29일 당일 집안일인 시제에 참석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경찰은 참사 이전에 이태원 핼러윈 인파로 인한 사고 위험을 예측했다. 10월 26일 용산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도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보고서를 작성해 경찰 내부에 공유했다. 같은 날 용산경찰서 정보과 직원이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이번 핼러윈에 예상을 넘는 인파가 몰려 안전사고 우려가 있다”는 ‘이태원 할로윈(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를 서울경찰청에 보냈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또한 핼러윈 인파를 우려해 주무 부서를 통해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지원을 두 차례 요청했다. 11월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현안질의 증인으로 출석한 이임재 전 서장은 참사 이전에 서울경찰청에 ‘교통기동대’ 외에도 인파관리를 위한 ‘경비기동대’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18일 “교통기동대를 요청한 사실은 객관적 진술과 메신저 내용으로 확인되지만, 경비기동대를 요청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아 계속 수사 중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기동대 인력 운영 권한은 일선 경찰서가 아니라 서울경찰청에 있다.
하지만 인파관리를 위한 기동대는 단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았다.
용산경찰서는 10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핼러윈 기간 동안 112·형사·여성·청소년·교통·경찰기동대 200여 명 이상을 현장에 배치해 시민안전과 질서유지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이때 편성된 대부분의 경찰 인력은 마약 범죄에 관한 수사·계도 인력이었다.
그나마 교통을 통제하기 위해 29일 오후 8시에 배치될 예정이었던 교통기동대 20명조차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 30분가량 늦게 배치됐다. 이때 교통은 이미 손쓸 수 없을 정도로 혼잡한 상태였다.
이태원 핼러윈에 배치될 예정이었던 20명의 교통기동대가 늦게 배치된 이유는, 모든 경찰 기동대 인력을 집회시위에 투입했기 때문이다. 집회시위에만 67개 경찰 기동 부대가 배치됐고, 집회 신고도 없는 윤석열 대통령 사저 지역에도 2개 기동대가 배치됐다. 이날 집회시위는 평화롭게 진행됐으나, 그동안 경찰은 갑작스러운 대통령실 이전으로 집회시위 관리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경호·경비에 대해 잘 아는 한 일선서 경찰관은 “대통령실 이전 전에는 오랜 기간 종로 중심의 경비업무가 정착되어서 비교적 안정적 관리가 가능했는데,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한 뒤로는 하루하루 경호·경비 업무를 시범적으로 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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