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오른쪽)이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국민의힘이 7일 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지난 5일)이 끝나자마자 참사 원인을 정권 퇴진 집회로 인한 경찰력 분산 탓이라고 주장했다. 사태 발생 초반 부실 대처와 책임자 문책 가능성을 언급하며 자세를 낮췄던 때와 견주면 확연히 달라진 태도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이태원 사고가 발생한 10월29일 저녁 광화문에서 정권 퇴진 촉구 대회가 열렸다. 이 집회에 ‘이심민심’이라는 단체가 최대 81대의 버스를 동원했다”며 “서울시내 모든 경찰 기동대가 이 질서유지에 투입됐고, 그날 밤 이태원에서 참사가 벌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심민심 대표는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 선대위에서 시민소통본부 상임본부장을 맡은 사람이다. 민주당은 정권 퇴진 운동 전문 정당이냐. 국민께 사과하라”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위원장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이날은 정권 퇴진 촉구 집회 뿐 아니라 신자유연대 등 보수 쪽의 맞불 집회도 함께 열렸다. 더구나 두 집회가 마무리된 시각은 저녁 8시10분께였다. 이태원 참사가 나기 2시간여 전이었다. 정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던 시각까지 정권 퇴진 촉구 집회만 진행 중이었다는 식으로 전후 사건을 뒤섞고 편 가르기에 나선 것이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도 이날 기자 간담회 서면 자료에서 “진보·보수 집회 대비 때문에 경력을 배치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같은 회의에서 “세월호 같은 경우 9차례 진상조사를 하며 선체인양에 1400억원, 위원회 운영에 800억원 넘는 돈을 썼다”며 진상조사단 구성에 부정적인 태도를 표시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이날 방송이 참사 원인의 하나라는 주장을 거듭했다. 국민의힘 아이시티(ICT)미디어진흥특위 공정미디어소위는 성명서를 내어 “<문화방송>(MBC)이 참사 당일 (핼러윈 축제에 대한) 젊은이들의 호기심만 자극할 뿐 안전 사고 가능성에 대한 경고는 전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4일 국민의힘 박성중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간사는 “안전 보도 없이 축제 홍보 방송에 열 올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검찰청법 개정안 탓에 진상 규명 수사에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경찰 셀프수사는 민주당이 단독으로 강행한 검수완박법 때문”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또 이날 국민의힘 이태원 사고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만희 의원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 도중 “사안의 진실을 두고 온갖 얘기가 떠돌고 있다. 우발적 발생이란 말도 있고 불순세력 개입 얘기도 있다”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누리집에 올라온 참사 희생자 애도 이미지와 이태원 참사 당일 핼러윈 코스프레로 각시탈을 쓴 시민들이 찍힌 사진을 함께 띄웠다. 근거도 없이 이태원 참사로 숨진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각시탈을 쓴 사람들과 동일 인물인 것처럼 비쳐지게 한 것이다. 각시탈을 쓴 사람들은 최근 온라인상에서 참사 당일 현장에 아보카도오일을 뿌렸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의원은 “옆에 각시탈 쓴 사람들이 특정 정당 관계자라고 많이들 얘기하고 있다”며 “이런 내용들이 확실하게 규명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은 이에 성명을 내어 “민주노총을 음해하고 희생자를 욕보인 이만희 의원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만행을 그냥 두지 않고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응징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의 이런 태도는 참사 발생 초기 행정 부실과 책임자 문책을 거론했던 것과 견주면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지난 2일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정부의 제1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우리는 책임을 어디에도 미루지 않겠다”고 말했다. 같은날 주호영 원내대표도 “추도기간이 끝나면 철저한 조사와 상응하는 책임추궁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한 영남 중진 의원은 “국민이 전부 애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인 공격은 더는 해선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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