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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자주 가는 식당 이름 공개가 사적이익 침해?"

[인터뷰] 정보공개소송 승소 하승수 "특활비 정보 1심선 없다더니... 검찰윤리 굉장히 심각"

22.12.17 19:05l최종 업데이트 22.12.17 20:46l


지난 15일 검찰이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등의 지출 세부내역을 대중에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이 재차 나왔다. 언론사 <뉴스타파>와 정보공개센터·세금도둑잡아라·함께하는시민행동 등 3개 시민단체가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함께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부장 김대웅, 배석 이병희·정수진)는 15일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 3개 경비 지출 내역 중 개인정보나 수사기밀 보호 등 예외 사유를 제외한 나머지 정보를 원고에게 공개해야 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지난 1월 선고된 1심 재판부의 원고 승소 판결과 취지가 거의 같다.

검찰을 상대로 한 최초의 정보공개 승소는 2019년 10월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에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 잡아라 공동대표)가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 등 집행 내용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검찰은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 공개 거부를 통보했고 이에 하 대표 등은 소송에 돌입했다. 공공기관이 예산 지출 내역을 시민에게 공개하는데 3년이란 시간이 필요했을까?

하 변호사는 16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투명한 정보공개는 민주주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이 기본조차 저버린 검찰이 소송에서도 공개 시점을 최대한 늦추려는 '시간 끌기'로 일관하며 3년이란 시간만 지났다"고 말했다.

하 변호사는 소송 원고로 이번 소송을 이끌었다. 그는 1998년부터 다수의 공공기관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 운동을 벌여 온 활동가이기도 하다. 하 변호사는 이번 승소 판결을 두고 "검찰과 관련해 선례가 나온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며 "검찰 개혁의 한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평했다.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큰사진보기지난 4월 5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중인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  지난 4월 5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중인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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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수활동비 :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가 허용된다.

▲ 특정업무경비 : 각 기관이 수사·감사·예산·조사 등의 특정 업무수행에 쓰는 경비에 충당하기 위해 지급하는 경비.

▲ 업무추진비 : 기관장 등이 직무수행이나 기관의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집행하는 비용

 
직원들 식사한 식당 공개가 '식당 영업이익 침해'라니

- 1심에 이어 2심도 승소했다. 판결에 달라진 내용이 있나?

"거의 같다. 2심에 들어서며 검찰 답변이 달라졌기에 그에 따라 조금 달라진 내용이 있다. 이를테면 특수활동비 정보를 검찰청이 보유·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한 점이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가지 않음에도 1심에선 없다고 했다. 그러다 2심에서 보유하고 있다고 입장을 바꿨고 이 부분에 있어 일부 공개 판결이 났다.

또 1심에선 제출하지 않았던 예산 집행 내역 장부 원본 한 달치(2019년 9월)를 예시로 제출했다. 재판부가 비공개로 열람했고, 총 2년 간 기록 중 일부는 공개하고 일부는 비공개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런 부분이 달라졌지, 비공개 사유가 없는 한 내역을 공개하라는 취지는 똑같다."

- 정보를 가지고 있음에도 2심 전까지는 없다고 한 건가?

"그렇다. 법적 쟁점은 아니었지만, 윤리적으로 보면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정보공개 권리 자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문제다. 더구나 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다. 적지 않은 공공기관이 시민들의 정보공개 청구에 '그런 정보는 기관이 갖고 있지 않다'는 정부 부존재 통보를 남용하고 있다.

정보가 없다는데, 일반 시민 입장에선 어쩔 도리가 없다. 나야 활동가고, 소송까지 할 수 있으니 여기까지 온 거다. 이 점은 1심에서 검찰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검찰의 특수활동비는 국회의원들이 대검찰청을 찾아가 제한적으로 열람한 적이 있고 지침상으로도 있을 수밖에 없는데 없다고 답을 했다."

- 2심까지 왜 3년이나 걸렸나?

"이번 소송에 임한 검찰의 태도를 한 마디로 평가하면 '시간끌기'였다. 1심만 2년 넘게 걸렸다. 검찰 측에서 변론 기일을 미루자는 신청을 여러 차례 했다.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공석이라거나 담당 법무관 재판 일정이 겹쳤다는 등의 이유였다. 2심 결과가 올해 내로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재판부가 검찰 측 기일 연기 신청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임명되기 전 검찰총장 공석을 이유로 연기 신청을 했고, 경찰청·국세청 등에 사실조회 신청도 추가로 하려고 했는데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 소송 과정에서 엿볼 수 있었던 시민의 정보공개 권한에 대한 검찰의 시각은?

"국민 세금을 쓰면서도 이에 대해 책임있게 설명하고 공개할 의무가 있다는 기본적인 인식이 없다고 느꼈다. 공무원의 투명성, 설명책임성의 문제다. 검찰청 직원들이 자주 가는 식당 이름이 공개되면 사업장 영업이익 침해라거나 기자간담회 같은 공식행사 내역 공개도 수사 정보 유출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정보공개법과 무관하게 자신들은 자료를 비공개해도 된다는 생각에 빠져 있는 게 아닐까. 특권의식이다. 검찰청은 행정관청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 국민에게 보고하고 설명하고, 궁금해 하는 자료는 공개할 의무가 있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는 점을 검찰에게서 느끼지 못했다."

- 직원들이 자주 가는 식당 이름이 공개되면 영업비밀 침해다?

"서울중앙지검장이 업무추진비 지출증빙서류를 비공개해야 하는 이유로 정보공개법 9조1항7호를 들었다.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 법인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 비공개 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다. '해당 음식점에 언론의 시선이 집중되고 일반인들이 음식점 이용을 꺼려함으로써 영업이익이 침해될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당하다. 재판부는 '검찰청 구성원들이 업추비를 지출하는 음식점 이용 사실이 공개된다 해서 그런 우려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큰사진보기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왼쪽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왼쪽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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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역 공개만 남아... "'시간끌기' 상고 안돼"

- 결과적으로 뭘 공개해야 하나?

"크게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세부내역이다. 집행 일자, 명목, 장소, 금액, 그리고 식사비일 경우 참석자 숫자 등을 포함한 집행 정보와 지출증빙서류를 청구했다.

1·2심 재판부는 개인정보나 수사 비밀을 침해하지 않는 나머지 정보를 공개해라고 판결했다. 특수활동비 경우 집행일자, 집행금액에 한해 집행정보를 공개하고 집행명목과 수령인 이름을 뺀 지출증빙서류 정보를 공개하라고 했다. 특정업무경비도 집행일자, 집행장소, 집행금액에 한해 공개하고 지출증빙서류도 집행명목과 사용자 이름, 식사자리 참석자 숫자를 제외한 정보는 공개하라고 했다. 업무추진비는 행사 참석자의 이름이나 소속, 지출 카드번호, 승인번호, 계좌번호를 제외한 나머지를 공개해야 한다."

대검찰청 대변인실은 이와 관련 16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주무부서가 판결문을 검토하고 있다. 내용을 구체적으로 검토한 후 향후 계획을 정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공보관도 "판결문이 송달되면 판결내용 검토 등을 거쳐 상고 여부 결정 예정이다"라고 답했다.

-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 상고할 수도 있다.

"그럼 공개 시기가 또 늦어진다. 2심 판결문에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그럼에도 긍정할 수 있는 건 원칙을 확인했고 이로써 비로소 정보공개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2심 재판부가 쟁점을 세세히 검토했기에 대법원을 간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상고한다면 정말 시간끌기밖에 안 된다.

상고를 결정할 결정권자들의 객관성, 공정성 문제도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과 한동훈 법무부장관이다. 윤석열 대통령과도 아주 가깝다고 알려져 있지 않나.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의 정보인데, 대통령이 검찰총장 임기 때 쓴 부분이 있다. 검찰 입장에서도 이번 기회에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를 드러내고, 비판받을 거 비판받고 지나가는 게 조직을 위해서도 더 나을 것이다."

- 이번 소송의 의미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발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 중엔 여전히 기본이 갖춰져 있지 않은 문제가 있다. 그 기본 중의 기본이 정보공개다. 한국은 기본 중의 기본도 잘 안 되고 있는 것이다. 정보공개를 적극적으로 잘 하는 나라일수록 투명성이 높고 부패도 적다. 한국은 권력기관 부패 등의 측면에서 '엉망'이다. 이번 소송을 하면서 진작 검찰에 더 집중해서 정보공개 운동을 했어야 했다고도 느꼈다."

- 향후 계획은?

"지금 한동훈 장관 미국 출장 경비 내역 비공개에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또 법무부 업무추진비 카드사용 내역 비공개에 행정심판을 청구해 심리 중이다. 업추비 카드사용 내역 경우 공개하라는 판결이 많아서, 소송이 아니라 행정심판을 신청했다. 검찰, 감사원 등 정보공개가 정말 잘 되고 있지 않은 권력기관들을 상대로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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