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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민주주의를 어떻게 파괴하는가

브라질 경우와 윤석열의 닮은 꼴

초대형 부패 스캔들의 탄생과 세차 작전의 시작

모루가 주도한 세차 작전, 룰라를 겨누다

룰라의 구속, 호세프 대통령 탄핵 그리고 민주주의의 파괴

수사와 재판이라는 법치의 탈을 쓴 사법 쿠데타

모루와 윤석열의 닮은 꼴

브라질 룰라가 2023년 1월 1일 세 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다. 룰라의 정치 이력은 화려하다. 1975년 금속노조위원장, 1979년 브라질노동자당 창당, 그 후 수 차례 대선 도전과 낙마, 2002년 역대 최다득표로 대통령 당선, 2006년 재선 성공 등 룰라의 정치 인생은 브라질 진보정치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룰라 집권 8년 동안 브라질의 빈민계층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세계 8위의 경제대국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3연임 금지법에 따라 2010년 대선에 출마를 못했지만, 그의 후임인 지우마 호세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니 브라질 진보정치는 탄탄대로처럼 보였다.

▲ 브라질 대통령(오른쪽)이 2010년 1월 1일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의 대통령궁에서 거행된 대통령 취임식에서 지우마 호세프 신임 대통령에게 대통령 휘장을 걸어주고 있다.

그러나 룰라 퇴임 이후 브라질의 정치는 혼란의 연속이었다. 지우마 호세프가 탄핵을 당하고, 위기를 느낀 룰라는 탄핵 직후 열린 대선에 출마하여 진보정치를 부활시키려 했다. 그러나 룰라는 부패 스캔들에 연루되어 구속되고, 대선 출마는 좌절되었다. 룰라에게는 ‘브라질 부패의 최고사령관’이라는 오명이 덧씌워졌다. 그 후 독재 시절 고문과 암살로 악명높았던 보우소나루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진보정치가 무너지고 독재정치가 부활한 것이다. 도대체 룰라 퇴임 이후 브라질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초대형 부패 스캔들의 탄생과 세차 작전의 시작

호세프가 첫 임기를 시작하던 2011년부터 브라질은 경제난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브라질 화폐인 헤알화의 달러 대비 가치가 한 해 동안 22% 하락했다. 물가 상승률은 역대 최고로 치솟았다. 교통 요금과 식료품 요금이 인상되는 등 민생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대개 대중들은 먹고 사는 것이 힘들어지면 집권여당에게 그 일차적 책임을 묻는다. 호세프와 집권여당인 브라질노동당에 대한 지지율은 떨어지기 시작한다.

여기에 대중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치명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2014년 3월 브라질의 거대 국영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를 매개로 하여 다수의 기업인들과 정치인들이 연루된 초대형 부패사건이 적발된 것이다. 페트로브라스 임원들이 건설업체와 공급업체를 상대로 뇌물을 요구하여 비자금을 마련하고, 로비스트와 환전상을 통해 비자금을 세탁하고, 정치인들과 여러 정당에게 뇌물로 건네고, 뇌물을 받은 정치인들은 다시 페트로브라스 간부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였다.

대중들의 분노는 폭발했고, 정치개혁과 부패세력 척결을 요구하는 시위가 확산되었다. 위기에 처한 호세프 정부는 강력한 반부패캠페인을 벌였고, 일명 ‘세차(라바 자투, Laba Jato) 작전’을 시작했다. ‘라바 자투’는 세차용 고압 분사기를 의미한다. 고압 분사기로 자동차에 있는 오물을 씻어내듯이 부패 세력을 척결하겠다는 취지였다.

모루가 주도한 세차 작전, 룰라를 겨누다

세차 작전은 브라질의 수사 판사인 세르지오 모루라는 인물이 진두지휘했다. 수사 판사(investigative judge)는 검찰의 역할을 일부분 담당한다. 즉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와 유무죄를 판결하는 판사가 동일인물인 셈이다.

모루는 대중의 분노를 파악하고 대중이 환호하는 요소를 포착하는 데 능수능란했다. 그는 예비구금 제도를 활용해 적극적인 구속 수사를 펼쳤으며, 수사 중인 내용을 언론에 흘려 여론화함으로써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모루에 의해 주도되는 기습적이며 대대적인 체포 장면은 언론사와 TV를 통해 생중계되었고, 각 수사 단계마다 ‘카사블랑카’, ‘최후의 심판’과 같은 코드명을 붙임으로써 대중의 환호를 받았다. 모루 검사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고, 브라질 대중들은 모루를 지지하는 집회를 개최하기에 이른다. 모루의 지지가 올라가는 만큼 정치인들에 대한 분노지수는 높아졌다.

그러나 모루가 척결하고자 했던 것은 부패 정치보다는 브라질 진보정치였다. 브라질은 1964년 군사쿠데타 이후 군사독재정권이 20년 넘게 지배하는 곳이었다. 한국의 군사독재정권이 그러했듯이, 브라질 군사독재세력과 기업은 광범위한 부패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당시 부패 스캔들에 가장 많이 연루된 정치인들은 브라질노동당이 아니라 부통령 미셰우 테메르가 소속된 브라질민주운동당이었다. 이 당은 군사정권 시절 여당을 제외한 유일한 합법정당이었다. 그만큼 군사정권에 우호적이었던 것이다. 브라질에서 가장 부패한 정당으로 악명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루의 수사는 룰라에게 집중되었다.

룰라의 구속, 호세프 대통령 탄핵 그리고 민주주의의 파괴

2016년 3월 모루 검사는 룰라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페트로브라스로부터 800만 달러를 받았다는 혐의였다. 룰라는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게 되지만,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대중들은 룰라와 호세프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수사의 방향과 여론의 동향을 감지한 야당은 야합하여 대통령 탄핵을 결행한다.

여기서 부통령을 배출함으로서공동정부를 구성하고 있던 브라질민주운동당(가장 부패했다는 그 정당!)의 탄핵 지지가 결정적이었다. 브라질민주운동당은 수사의 칼날이 본인들에게 집중될 것을 우려해 탄핵에 동참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결국 2016년 8월 호세프 대통령은 탄핵된다.

2018년 대선은 진보정치가 살아남느냐 과거 독재정치가 부활하느냐 중대 갈림길이었다. 룰라는 이미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었다. 룰라는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하는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였다. 그러나 세차 작전은 계속되고 있었다. 모루수사팀과 연방대법원은 2018년 4월 룰라를 구속시킨다.

룰라는 2017년 1심에서 9년 6개월, 2018년 1월 2심에서 12년 1개월 징역형을 각각 선고받았다. 룰라는 불구속 상태에서 상고 중이었다. 상고 중에 있던 룰라를 구속시킨 것은 대선 출마를 저지하기 위함이었다. 룰라의 대선 출마는 좌절되고 브라질 노동자당은 대선 후보를 교체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 결과 2018년 대선에서 브라질노동자당은 패배하고, 보우소나루 후보가 당선되었다. 보우소나루는 군사독재를 옹호하고, 사형제 부활 등 포퓰리즘정치를 표방했다. 정당을 8번이나 옮긴 브라질의 대표적인 철새정치인이다. 동성애자, 여성, 흑인에 대한 혐오 발언을 서슴치않는 차별주의자였으며, 범죄자를 사살할 경찰의 권리를 옹호하는 파시스트였다. 그런 자격 미달의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정도로 세차 작전은 탈정치, 정치혐오를 부추겼던 것이다.

정치검사 모루가 주도하는 세차 작전은 반부패 캠페인이 아니라 정치혐오 캠페인이었던 셈이다. 세차 작전이 무너뜨린 것은 부패정치세력이 아니라 브라질 민주주의였다. 이 모든 것은 정치검사 모루의 기획에서 나왔다. 보우소나루 당선의 일등공신은 정치검사 모루와 세차작전이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모루를 법무부 장관에 앉힘으로써 보은한다.

▲ 2019년 11월 석방된 룰라가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수사와 재판이라는 법치의 탈을 쓴 사법 쿠데타

2019년 11월 룰라는 580일 만에 석방되었다. 연방대법원이 2심 결과만으로 구속할 수 없다는 새로운 결정을 내린 것이다. 룰라는 2022년 대선에 출마할 수 있었고, 상대후보인 현직 대통령 보우소나루를 제치고 당선된다. 이로써 브라질의 진보정치는 다시 추진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같은 결과는 세차 작전의 종료와 함께 예견된 것이었다. 세차 작전은 2021년 2월에 종료되는데, 종료됨과 동시에 무리한 정치수사였다는 것이 입증되기 시작했다. 2021년 3월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룰라에 대해 실형을 선고한 2018년의 재판이 편파적이었으므로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룰라에게 유죄를 선고한 모루의 재판이 부당하다는 판결인 것이다.

또한 대법원은 수사 과정에서 수집한 룰라 관련 증거를 향후 재판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결정도 내렸다. 룰라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모의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재판 자체를 취소하는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결국 모루가 주도한 ‘세차 작전’은 진보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사법 쿠데타였던 셈이다. 수사와 재판이라는 ‘법치’의 탈을 쓰고 룰라와 호세프라는 대표적인 진보정치인을 부패와 비리의 온상으로 낙인찍고, 무리하게 구속하고 유죄판결을 내려 대선 출마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려는 정치적 목적을 가진 수사였다.

모루와 윤석열의 닮은 꼴

브라질 검사 모루와 한국 검사 윤석열은 닮았다. 두 검사는 ‘수사권’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전직 대통령을 구속시켰다. 그러나 수사권이라는 칼날은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정치개혁을 위해서도 사용된 것이 아니었다. 모루는 진보정치세력을 제거하는 데 검찰의 권력을 집중시켰다.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를 무력화시키는데 검찰의 권력을 집중시켰다. 두 검사 모두 사실상 사법쿠데타를 감행한 것이다.

모루의 사법쿠데타는 브라질 진보정치 죽이기에 집중되었다. 윤석열 사법쿠데타는 민주당 정부를 죽이는데 집중되었다. 두 검사는 ‘법치’의 가면을 쓰고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파괴했다. 검찰이 작심하면 민주주의는 무참히 짓밟히고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전직 대통령을 구속시키는 과감한 수사는 대중의 지지를 받았다. 두 검사는 대중의 지지를 기반으로 대통령에 도전했다. 모루는 보우소나루 정부에서 법무장관을 하다가 보우소나루를 배신하고 2022년 대선에 독자 출마했다.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하다가 국민의힘에 입당하여 대선에 출마했다.

그러나 모루와 윤석열은 큰 차이가 있다. 모루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지만 윤석열은 대통령이 되었다. 따라서 모루의 민주주의 파괴는 완료형이지만 윤석열의 민주주의 파괴는 진행형이다.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윤석열의 사법 쿠데타는 계속되고 있다. 아니 이제는 그가 권력자가 되었기 때문에 사법 쿠데타는 옛말이다. 검찰독재라고 불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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